[비즈니스포스트] 중국으로 넘어 갔던 대만 반도체 기술자들이 다시 돌아오고 있지만 대만 내 반도체 인력은 여전히 부족한 상황에 놓인 것으로 나타났다. 

뉴욕타임스는 현지시각 17일 중국 반도체산업에 큰 역할을 했던 대만의 기술자들이 미국과 중국의 관계 경색에 따라 다시 고향으로 돌아오고 있다고 보도했다.
 
뉴욕타임스 “대만 반도체 인력 중국에서 다시 유턴", 현지 인력난은 여전

▲ 중국으로 넘어갔던 반도체 기술자들이 대만으로 돌아오고 있다. 사진은 중국 상해 반도체회로설계단지 < sohu >


중국은 그동안  자국산 ‘반도체굴기’를 앞세우며 대대적인 투자를 단행해 왔다.

특히 높은 임금, 근로조건 우대 등을 통해 대만 반도체 기술자들을 끌어들였다.

그 결과 2019년에는 약 3천 명의 대만 기술자가 중국기업으로 이동했다. 이는 당시 대만 전체 반도체 기술자 인력의 약 10%에 달하는 규모다. 또 대만 반도체기업의 일부 고위 임원들도 중국 국영 반도체기업 SMIC로 넘어갔다.

그러나 이런 분위기가 최근 변화하는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뉴욕타임스는 짚었다.

미국이 중국 반도체산업의 성장에 제동을 걸기 위해 시행한 정책들이 대만 기술자의 유턴에 점점 효과를 내기 시작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미국정부는 중국 반도체회사에서 일하는 중국 및 대만 기술자들에게 미국 시민권이나 취업 허가증을 포기할 것을 압박하고 있다.

대만을 둘러싼 지정학적 갈등이 심화하는 점도 기술자들의 중국 이탈에 한몫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반도체는 국방을 포함한 미래산업의 핵심이기 때문에 국가안보적 측면에서도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이에 대만에서 헤드헌팅회사는 중국 반도체기업을 홍보할 수 없으며 대만 법무부는 전담팀을 꾸려 ‘인력 추수꾼’으로 의심되는 중국 기업체들을 단속하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 반도체산업에 기여하는 대만 기술자 사이에서는 자칫 ‘매국노’로 낙인찍힐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는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은 줄곧 대만을 ‘합법적인 자국의 영토’라며 병합하겠다는 방침을 유지하고 있다. 

대만 국적 반도체 기술자 진 창씨는 뉴욕타임즈와 인터뷰에서 “대만정부의 입장을 이해한다”며 “중국의 반도체산업이 더욱 성장하면 대만은 곤경에 처할 것”이라고 말했다. 창 씨는 중국 남부지역의 반도체기업에 몸담았다.

중국 동북지역 반도체기업에서 일하다 2년 전 대만으로 돌아온 케빈 리씨 역시 “그 나라의 분위기가 중요하다”며 “중국에서는 입 한번 잘못 뻥끗했다간 회사 전체가 문을 닫아버리기 일쑤지만 대만에선 정부를 비판해도 상관없다”며 자유로운 환경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리 씨는 중국으로 떠나기 전 TSMC에 몸담았다.

그러나 이런 ‘반가운 귀향’만으로는 현재 대만 반도체업계의 인력공백을 메우기엔 역부족인 것으로 여겨진다. 대만의 반도체인력은 계속해서 감소하고 있다.

대만 교육부의 통계에 따르면 2019년 대만의 STEM(과학, 기술, 공학, 수학) 졸업생 수는 2011년과 비교해 20.68% 감소했다. 게다가 출산율도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다.

대만 최대 인력업체 104 잡 뱅크(Job Bank)의 통계에 따르면 2021년 대만 반도체인력의 부족은 3만4천 명에 달해 2년 전인 2019년에 비해 77% 증가했다. 그 결과 대만에선 대기업, 중소기업 할 것 없이 반도체 인력경쟁이 치열하다.

2022년에만 TSMC 등 대만 반도체기업들이 신규채용하겠다고 밝힌 규모는 모두 1만 명에 달한다.

여기에 구글과 아마존, 포드와 테슬라 등 거대 IT, 자동차 기업도 가세했다. 이들 기업 모두 자체 반도체설계에 힘을 주고 있다.

이에 따라 대만 내에서의 반도체 구인난은 더욱 심해질 것으로 보인다.

반도체 스타트업 넷링크 커뮤니케이션의 조니 린 사장은 “거대 IT기업과 자동차기업의 임금은 적게는 70%에서 많게는 100%가량 대만기업보다 더 높은 수준”이라며 “회사 인력들을 최근 많이 빼앗겼다”고 말했다. 김태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