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유럽에서 대만산 반도체에 대한 의존도를 낮춰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최근 시스템반도체 고객들이 TSMC 외에 새로운 반도체 공급원을 필요로 하는 만큼 삼성전자의 세컨드 서플라이어(두 번째 공급업체) 전략이 성공할 가능성도 높아진 것으로 분석된다.
 
삼성전자 TSMC 대체자로 부각되나, 유럽에서 대만 의존 우려 목소리 커져

▲ 유럽에서 대만 TSMC에 대한 의존도를 낮춰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면서 삼성전자 파운드리가 입지를 강화할 기회를 얻을 수 있다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미국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산나 마린 핀란드 총리가 17일 필란드 헬싱키에서 열린 스타트업 행사에 참석해 “유럽이 대만에서 만든 컴퓨터칩과 같은 필수기술의 수입에 너무 많이 의존하기 때문에 경제적으로 취약하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마린 총리는 “반도체를 봤을 때 우리 유럽은 대만 등 특정 공급망에 너무 의존하고 있다”며 “유럽이 자체 기술 역량을 구축하지 않으면 코로나19 대유행 초기나 우크라이나 전쟁과 같이 위기 상황에서 반도체 공급이 부족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가 에너지와 의료용품에서 다른 지역에 과도하게 의존했던 실수를 다시 반복하지 않도록 확실히 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유럽연합(EU)은 중국과 대만의 분쟁으로 반도체 공급망에 문제가 발생하는 것을 걱정하고 있다.

이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천연가스 등 유럽이 에너지 수급에 차질을 빚고 있는 것과 비슷한 양향으로 전개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는 올해 초 450억 유로 규모의 반도체지원안을 제안했고 2030년까지 유럽의 반도체 제조 시장점유율을 20%까지 끌어올리겠다고 발표했다. 현재 유럽의 시장점유율은 10%에 못 미친다.

하지만 유럽이 단기간에 반도체 생산량을 끌어올리는 데는 한계가 있는 만큼 대만 TSMC의 지역적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삼성전자 등으로 시스템반도체 공급망을 다각화할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삼성전자도 최근 이와 같은 시스템반도체 고객들의 수요를 인지하고 있다는 점을 내비졌다.

심상필 삼성전자 파운드리 기업기획실장 부사장은 15일 싱가포르에서 열린 기업설명회에서 “요즘 고객들을 만나면 현재 지정학적 위험이 심각하다고 생각한다. 고객들은 새로운 반도체 공급원이 필요하다”며 “삼성전자 파운드리는 두 번째 반도체 공급처를 원하는 고객에게 많은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미국과 중국의 지정학적 긴장이 고조되면서 대만 이외의 지역에서 시스템반도체를 공급받기를 원하는 고객이 늘고 있다는 것이다.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가 2024년부터 미국 애리조나 공장에서 반도체를 공급받게 될 것이라고 밝힌 것도 공급망을 다각화하려는 반도체 고객사들의 움직임이 가시화된 것으로 해석된다. 애플은 현재 공급받고 있는 모바일 프로세서(AP) 대부분을 대만에 의존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한국에 주요 공장을 두고 있어 중국과 분쟁 가능성이 있는 대만보다 지역적 리스크에서 자유로운 편으로 평가된다.

여기에 미국 테일러에 170억 달러(약 21조 원)를 투자해 약 500만㎡(150만평) 규모로 파운드리 공장을 짓고 있으며 유럽과 인도 등에 신규 투자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나병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