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호텔 묵는 빈 살만, 최고급 '시그니엘' 아닌 '소공동' 선택한 이유는?

▲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사진)가 17~18일 방한한다. 빈 살만 왕세자는 국내에 머무는 기간 숙박시설로 롯데호텔서울을 선택했다. 

[비즈니스포스트]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가 1박2일 일정으로 17일 방한한다.

그가 서울 소공동에 위치한 롯데호텔서울을 숙소로 잡았다는 사실은 이미 화제가 된 바 있다. 하루 숙박비만 2200만 원이라는 점도 널리 회자됐다.

또 다른 얘깃거리는 빈 살만 왕세자가 서울 소공동에 자리한 롯데호텔서울에 머문다는 점이다. 

왕세자는 롯데호텔이 자랑하는 최고급 호텔 ‘시그니엘서울’이라는 선택지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굳이 오래된 호텔을 숙박 장소로 선택했다.

16일 롯데호텔에 따르면 시그니엘은 롯데호텔이 보유한 여러 호텔 브랜드 가운데 최고급 호텔이다.

롯데호텔은 럭셔리 호텔인 ‘시그니엘’을 시작으로 5성급인 ‘롯데호텔’, 라이프스타일 호텔 ‘L7’, 프리미엄 비즈니스 호텔 ‘롯데시티호텔’ 등을 산하 브랜드로 보유하고 있다.

홈페이지에서도 이러한 순서로 호텔을 소개한다. 비록 기업의 역사와 다름없는 롯데호텔과 비교해 신생 호텔이지만 시그니엘이 롯데호텔의 상징이라는 점을 명확하게 드러내고 있는 셈이다.

시그니엘이라는 이름은 ‘간판’ ‘상징’을 뜻하는 영어 단어 ‘시그니처(Signature)’에다 롯데그룹의 영문명 Lotte의 앞글자 L을 합쳐 탄생했다.

2017년 4월 서울 잠실 롯데월드타워 76~101층에 시그니엘서울을 선보인 롯데호텔은 시그니엘을 최고급 호텔 브랜드로 만들겠다는 포부를 밝히며 ‘6성급 호텔’이라고 홍보하기도 했다.

롯데호텔서울의 객실 수가 1015개인데 반해 시그니엘서울의 객실 수는 235개에 불과하다는 점도 롯데호텔에서 시그니엘이 차지하는 위상을 보여준다.

글로벌 유명 호텔 브랜드들은 최고급 럭셔리 호텔의 객실 수를 300개 안팎으로 제한한다. 방의 개수로 승부하기보다 고객에게 최고급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일종의 다짐과 같은 것이다.

시그니엘서울에서도 가장 핵심적인 공간은 바로 로얄스위트룸이다.

1090호를 단 이 객실은 롯데월드타워 100층에 위치하고 있어 서울 일대를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다. 만들어진 지 5년 반 밖에 되지 않았기 때문에 객실 상태는 최상급으로 관리되고 있다.

롯데호텔은 홈페이지에서 “로얄스위트룸은 세계 각국의 국빈과 국내외 VVIP를 위한 시그니엘서울의 단 하나뿐인 최고급 객실”이라며 “럭셔리한 응접실과 회의실은 물론 비서관 전용 객실, 자쿠지 등 최신 시설과 보안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고 소개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강점에도 불구하고 빈 살만 왕세자가 시그니엘서울에 숙박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호텔업계 관계자들은 시그니엘서울의 입지가 약점일 수 있다고 본다. 서울 잠실이라는 위치가 국내외 국빈을 맞이하기에 경쟁력을 갖춘 곳이라고 보기 힘들다는 것이다.

통상 정치나 비즈니스 목적으로 한국을 방문하는 사람들의 주된 활동 지역은 서울 광화문을 중심으로 한 강북이다. 행정부의 주요 사무 공간이 대부분 광화문 일대에 밀집해 있을뿐 아니라 주요 대기업 본사도 강북에 많다.

간혹 서울 강남에서도 비즈니스 미팅이 열리지만 대부분의 행사는 서울 강북에서 개최된다.

이를 고려하면 시그니엘서울의 입지는 국내외 국빈들에게 다소 매력적이지 않을 수 있다.

호텔업계의 한 관계자는 “서울 중심부에 있는 고급 호텔이 여럿인데 굳이 숙박을 위해 한강을 건널 필요까지는 없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호텔업계 다른 관계자도 “빈 살만이 어떤 이유에서 소공동 롯데호텔을 선택했는지는 아무도 알 수 없겠지만 시그니엘서울의 위치가 비즈니스 목적에서는 다소 불리할 것으로 여겨진다”고 말했다.

실제로 빈 살만 왕세자는 이번 방한 기간에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등 대기업 총수들과 소공동 롯데호텔서울에서 차담회를 갖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을 방문하는 주요 해외 정치인이나 기업인 역시 주로 서울 강북에 있는 호텔에 자주 투숙했다.

롯데호텔서울만 해도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 헬무트 콜 전 독일 총리, 프랑수아 올랑드 전 프랑스 대통령, 반기문 전 UN 사무총장,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 등이 묵은 호텔로 유명하다.
 
롯데호텔 묵는 빈 살만, 최고급 '시그니엘' 아닌 '소공동' 선택한 이유는?

▲ 서울 잠실에 위치한 시그니엘서울의 로얄스위트룸 내부 모습. 롯데호텔은 홈페이지에서 이 방을 “로얄스위트룸은 세계 각국의 국빈과 국내외 VVIP를 위한 시그니엘서울의 단 하나뿐인 최고급 객실이다”며 “럭셔리한 응접실과 회의실은 물론 비서관 전용 객실, 자쿠지 등 최신 시설과 보안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고 소개하고 있다.

전 메이저리그 야구선수 박찬호와 축구선수 데이비드 베컴, 미식축구선수 하인스 워드, 영화배우 소피 마르소 등도 롯데호텔서울에 묵었던 유명인들이다.

미국 대통령들은 대체로 보안이 뛰어난 그랜드하얏트서울을 주된 숙박 장소로 사용했으며 중국 정치인들은 서울신라호텔에서 주로 묵었다.

물론 시그니엘서울에 숙박한 유명인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할리우드의 유명 배우 톰 크루즈는 올해 6월 자신이 출연한 영화 ‘탑건: 매버릭’을 홍보하기 위해 내한했을 때 시그니엘서울에 투숙했다. 톰 크루즈는 이전에도 한국을 방문할 때마다 자주 시그니엘서울을 찾은 것으로 알려진다.

빈 살만 왕세자에게 시그니엘서울의 숙박 여건이 롯데호텔서울보다 좋지 않았을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빈 살만 왕세자는 이번 방한 기간에 숙소에서 하루를 묵지만 수행원 규모가 큰 것으로 알려진다. 롯데호텔서울 로얄스위트룸이 있는 층을 비롯해 위아래층의 객실을 한꺼번에 예약했는데 객실 수만 400개가 넘는 것으로 전해졌다.

소음에 예민한 빈 살만 왕세자의 성격과 보안상 이유 등이 400객실을 예약한 이유로 거론되는데 객실 규모가 롯데호텔서울의 23% 수준인 시그니엘서울은 한꺼번에 많은 투숙객을 감당하기 어려웠을 것이라는 게 호텔업계 관계자들의 의견이다.

시그니엘서울의 로얄스위트룸과 롯데호텔서울의 로얄스위트룸 가격은 크게 다르지 않은 것으로 파악된다.

홈페이지에서 예약 일정을 잡아보면 언제 숙박하느냐에 따라 1박에 1800만~2400만 원대까지 가격이 책정된다. 부가세와 봉사료 각 10%는 추가 부담이다.

로얄스위트룸의 면적은 시그니엘서울 353㎡, 롯데호텔서울 본관 354㎡, 롯데호텔서울 신관 460.8㎡ 등이다. 빈 살만 왕세자가 투숙하는 방은 롯데호텔서울 신관 로얄스위트룸이다. 남희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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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롯데호텔서울 신관의 로얄스위트룸 내부. 면적은 460.8㎡로 롯데호텔이 보유한 여러 로얄스위트룸 가운데 가장 크다. 빈 살만 왕세자가 이번 방한 때 묵는 방도 이 곳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