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일 부산 기장군의 한 카페에서 XM3 E-테크 하이브리드 시승행사가 열렸다. 사진은 XM3 E-테크 하이브리드 정측면. <비즈니스포스트> |
[비즈니스포스트] "올해 말 XM3 하이브리드를 시작으로 라인업에 하이브리드를 전면 배치하고 그 뒤 전기차로 나아가겠다."
스테판 드블레즈 르노코리아 대표이사 사장은 지난 6월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렇게 말했다.
XM3 하이브리드는 르노코리아자동차가 국내에 처음으로 내놓는 하이브리드 모델이다.
XM3 하이브리드는 전기차 전환에 앞서 하이브리드차로 국내 시장을 노리는 르노코리아에 있어 오늘의 신차이자 미래로 나아가는 디딤돌이기도 한 셈이다.
앞서 유럽에서 상품성을 인정받은 XM3 하이브리드가 국내에서도 인기를 끌어 르노코리아 친환경차 전략의 이정표가 될 수 있을까? XM3 하이브리드를 직접 타봤다.
▲ XM3 E-테크 하이브리드 측면. <비즈니스포스트> |
◆ 실용적이면서도 세련된 유럽풍 디자인, 큰 차체와 비교해 아쉬운 공간감
3일 부산 기장군의 한 카페에서 XM3 하이브리드(모델명 XM3 E-테크 하이브리드) 시승행사가 열렸다.
시승차량으로는 XM3 하이브리드 최상위 트림인 인스파이어(e-시프터)에 블랙 가죽시트 패키지, 10.25인치 TFT 클러스터, 인스파이어 디자인패키지 등 모든 옵션이 다 들어간 3593만 원짜리 차량이 제공됐다.
XM3 하이브리드의 외관은 기존 내연기관 모델의 디자인을 대부분 공유한다. 범퍼에 F1 다이내믹 블레이드 범퍼를 적용하고 옆면과 뒷면 장식에 일부 변화를 줬는데 크게 눈에 띄지는 않았다.
동급의 소형SUV 차량들이 큼지막한 라디에이터 그릴을 많이 적용하는 반면 XM3 하이브리드는 적당한 크기의 글로시(광택있는) 블랙 그릴과 그 옆으로 이어지는 검정색 테두리가 양 옆의 C자형 헤드라이트를 감싸고 있다.
대신 하이브리드를 포함한 XM3의 제원은 전장 4570mm, 휠베이스(앞바퀴와 뒷바퀴 사이 거리) 2720mm로 국내 시판 소형SUV 가운데 몸집이 가장 크다.
또 XM3는 프리미엄 SUV 모델에 주로 적용되는 '쿠페형 SUV' 디자인을 입고 있다. 1열과 2열 차문 사이 B필러 지붕부터 트렁크까지 매끄럽게 떨어지는 곡선은 역동성과 세련미를 더했다.
전체적으로 절제되고 세련된 느낌은 시승차량이 자신의 뿌리가 유럽에 있다고 온몸으로 표현하는듯도 했다.
외관과 같이 기존 내연기관 모델과 거의 차이가 없는 실내에서는 실용성이 크게 돋보였다.
10.25인치 클러스터와 운전석으로 살짝 틀어진 9.3인치 세로형 센터 디스플레이는 시인성과 조작편의성 면에서 다른 어떤 구성보다 높은 점수를 줄 수 있을 것 같았다.
센터 디스플레이 아래로 이어지는 3개의 공조기를 조작하는 크롬 다이얼과 기어노브도 전방을 주시한 채 공조기를 조절하거나 기어를 변경하기에 가장 직관적고 편안한 방식으로 느껴졌다.
다만 시승차량의 큰 차체를 고려했을 때 1열 공간이 넉넉하다는 느낌은 덜해 아쉬웠다.
그럼에도 차체가 긴 만큼 XM3 하이브리드의 트렁크 용량은 487L(리터)로 동급 하이브리드 모델 가운데 가장 크다고 한다.
▲ XM3 E-테크 하이브리드 실내. <비즈니스포스트> |
◆ 가장 전기차에 가까운 주행감성, 도시주행에서 죽지 않는 '좀비'
시승은 부산 기장군의 해변에 위치한 한 카페를 출발해 울산 울주군의 다른 카페를 들렀다 돌아오는 왕복 약 116km 구간에서 진행됐다.
카페를 벗어나 공도에서 가속페달에 힘을 주자 소리없이 부드럽게 밀고나갔다.
르노코리아는 '가장 전기차에 가까운 하이브리드'라는 슬로건을 XM3 하이브리드 마케팅 전면에 내세웠다.
시승차량은 그에 걸맞게 도심주행에서 가솔린 엔진의 개입이 거의 없어 전기차와 동일한 주행감성을 보였다.
더욱이 센터디스플레이 아래에 위치한 EV버튼을 누르면 전기차 모드가 활성화되면서 시승차량은 두개의 구동방식을 가진 '하이브리드'라는 의미가 무색할 정도로 전기모터로만 움직여 보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보여줬다.
전기차 모드에서 시승차량은 시속 60km를 넘어서는 속도에서도 가솔린 엔진의 도움을 받지 않았다.
다만 가속페달을 강하게 밟거나 급한 오르막을 만나면 전기차 모드는 자동으로 해제되고 1.6 가솔린 엔진이 가동을 시작한다.
시승차량은 전기모터에서 가솔린 엔진으로의 전환이 매우 자연스러워 별 차이를 느낄 수 없었다. 현재 차를 움직이는 동력이 무엇인지 알아챌 수 있었던 건 클러스터에 직관적으로 표시된 정보 덕분이었다.
XM3 하이브리드 클러스터의 오른편에는 배터리와 엔진, 구동바퀴 그림이 나타나 현재 휠을 움직이는 동력이 무엇인지 또는 반대로 휠의 동력이 배터리를 충전하고 있는 중인 지를 화살표를 통해 알려준다.
이는 다소 복잡할 수 있는 하이브리드차를 몰면서 연비에 유리한 운전을 익히기에 매우 유용해 보였다.
고속도로에 들어서서 가속 페달을 세게 밟자 아쉬운 점도 나타났다. 충분한 가속감을 느끼기엔 엔진과 구동모터의 힘이 다소 부족한 감이 없지 않았다.
하지만 시승차량의 주행모드 가운데 스포츠모드를 활성화하자 당장의 아쉬움은 대부분 해소할 수 있었다. 스포츠모드에서 시승차량은 엑셀을 밟을 때마다 예민하게 차체를 앞으로 튕겨내며 일반 모드에서와는 확실히 다른 가속성능을 나타냈다.
다만 스포츠모드로 차를 몰면 눈 앞의 클러스터가 실시간으로 평균 연비가 뚝뚝 떨어지는 것을 보여줘 차주 입장에서는 스포츠모드를 유지하는 것이 쉽지 않을것 같았다.
가속성능을 살펴보느라 갉아먹은 평균연비는 B-모드로 주행하자 금세 회복됐다.
D단에서 기어노브를 한번 더 당겨 활성화할 수 있는 B-모드에서는 일반 국산 전기차의 2~3단계 수준의 회생제동이 걸리는 느낌이었다.
회생제동은 차량을 제동할 때 발생하는 운동에너지를 전기에너지로 변환해 배터리를 충전하는 전기차의 기능을 말한다. 회생제동 기능을 활성화하면 액셀에서 발을 떼는 것만으로 브레이크가 작동하는 효과를 내며 전비를 50% 이상까지 개선할 수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B-모드에서 도심 도로를 운전할 때는 브레이크를 거의 쓰지 않고도 차를 몰 수 있었다.
▲ XM3 E-테크 하이브리드 뒷면. <비즈니스포스트> |
왕복 약 116Km의 시승코스에서 시승차량의 연비는 갈 때 리터당 20.0Km, 올 때 21.3Km를 보여 정부 공인 표준연비보다 훨씬 높은 수준을 보여줬다. XM3 하이브리드의 공인 복합연비는 리터당 17.0Km다.(18인치 타이어 기준)
시승행사에 앞서 르노코리아는 XM3 하이브리드가 시속 50km 이하 도심구간에서 최대 75%까지 전기차 모드로 주행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최근 일반 도심부 도로에서의 속도 제한이 시속 50km로 제한된 점을 고려하면 XM3 하이브리드는 도심주행에서 25%구간에서만 연료를 써서 엔진을 돌린다는 뜻이다.
3시간가량 직접 타본 XM3 하이브리드는 도심 주행에서 심장없이 끝없이 움직이는 도시좀비가 될 수도 있어 보였다. 허원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