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수지리와 경제] 낙동강의 선물 구미 국가산단, 조금 아쉬운 2·4단지

▲ 산호대교에서 바라본 경북 구미시 구미국가산업 1단지의 모습. 낙동강이 산업단지를 감싸안으면서 유장하게 흐르고 있다. <연합뉴스>

[비즈니스포스트] 지난 번에는 우리나라 최대의 국가산업단지인 울산산업단지의 풍수 입지를 살펴봤습니다. 이번엔 내륙 최대의 국가산업단지인 구미산업단지의 풍수 입지를 살펴보겠습니다.

구미산단은 경북 구미의 명산인 금오산과 천생산 아래, 낙동강 강가의 평지에 자리잡았습니다. 큰 강의 기운을 얻는 곳이니, 구미산단터는 득수국의 명당입니다. 

낙동강은 우리 남한에서 가장 긴 강입니다. 태백시 황지에서 발원한 낙동강이 반변천, 내성천, 영강, 위천 등 큰 지류와 합류해 구미에 이르기 전 큰 강의 면모를 갖춥니다. 

금오산의 명칭은 이 산의 형상이 금까마귀 같아서 붙여진 것인데, 구미 출신인 박정희 대통령은 금오산의 한 지봉인 효자봉의 정기를 받고 태어났습니다. 효자봉은 금오산의 주봉에서 동쪽으로 뻗어 내린 지맥에 솟아오른 봉우리로 기상이 매우 헌걸찹니다. 형태도 아주 단아합니다.

효자봉을 일으켜세운 지맥은 다시 여러 갈래로 나뉘어 북쪽, 동북쪽, 동쪽, 남쪽으로 뻗어 내렸습니다. 이 지맥들은 각기 여러 개의 봉우리들을 빚어 올렸는데, 이들은 병풍처럼 늘어서서 구미 시가지를 뒤에서 호위해줍니다.

또, 이들의 형태는 대부분 둥그런 금성이거나 금성 토성이 합체된 형태라서 큰 재물을 불러오는 기운을 품고 있습니다. 울산 시가지 뒤쪽에 있는 산들과 매우 비슷합니다.

이 산봉우리들 동쪽에 넓은 들판이 펼쳐졌고, 들판 앞쪽에 낙동강이 북에서 남으로 흐릅니다. 구미 시가지와 낙동강 사이에는 구미산단 1단지가 자리잡고 있습니다. 1단지는 구미산단에서 가장 먼저 조성된 단지입니다.

북쪽 방향에서 남쪽 방향으로 흘러온 낙동강은 1단지 북쪽 끝부분에서 방향을 바꿔 동남쪽으로 흐릅니다. 2킬로미터쯤 동남방으로 흐른 다음에는 다시 방향을 바꿔 남쪽으로 흘러갑니다. 3킬로미터쯤 남행하다 또 남서쪽으로 방향을 틀어 1단지 남쪽 끝까지 2킬로미터쯤 흘러내려 갑니다. 1단지를 감싸 안고 흐르는 형상입니다.

큰 강이 감싸 안고 보호해주는 곳이니, 1단지 터는 아주 큰 경제력을 발휘하는 명당입니다. 게다가 배산임수의 명당으로 앞에는 큰 강이요, 뒤에는 금성의 산들과 금토 합체의 산들이 늘어서 있으니, 그 역량이 더욱 배가되는 터입니다.

또, 낙동강 건너편에는 천생산의 지맥에서 솟아오른 산봉우리들과 봉두암산 지맥에서 솟아오른 산봉우리들이 나열해 있습니다. 이 산들도 대부분 금성이나 토성 또는 금토 합체의 형태입니다. 앞쪽의 조안산들까지 이렇게 재물을 불러오는 기운을 크게 북돋우니 산단 터로서 매우 적합한 곳입니다.

구미산단 1단지 조성공사는 1967년에 착공하여 4년 뒤인 1973년에 준공됐습니다. 처음 조성 당시 1단지에는 섬유업체와 전자업체들이 주로 입주했고 우리나라 경제발전에 지대한 공헌을 했습니다.

구미산단 2단지는 천생산에서 서북쪽으로 뻗어간 지맥이 반원형으로 둘러싼 산골에 자리잡았습니다. 동쪽 서쪽 남쪽 3면을 천생산 지맥이 병풍처럼 둘러싸 보호하고, 북쪽의 입구에는 한천 냇물이 흐릅니다.

한천 건너편에는 작은 들이 있고, 그 뒤로 조안산들이 솟아올라 북풍을 막아주며 2단지터의 기운이 밖으로 흩어지지 않게 보호합니다. 이곳은 큰 물이 없는 대신, 사방의 산들이 기운을 모아주는 장풍국의 명당입니다.

큰 물의 기운을 얻지 못하는 장풍국이 큰 경제력을 발휘하려면, 산들이 그러한 기운을 품고 있어야 합니다. 2단지 동쪽에는 2단지에서 가장 크고 높은 산이 우뚝 솟아 있습니다.

이 산의 전체적인 형상은 금토 합체의 형상인데, 1단지 중앙에서 보면, 곡식을 수북이 쌓아놓은 거대한 노적과 같습니다. 아주 큰 재물을 이끌어오는 기운을 품은 산입니다.

2단지 남쪽에는 금성의 산과 토성의 산이 있고, 서쪽에는 화금 합체의 산이 있으며, 서북방에는 수토 합체의 산과 화금 합체의 산이 있는데, 이 산들이 모두 노적과 같이 생겼습니다.

또 한천 건너 북방에도 노적처럼 생긴 산봉우리들이 나열해 있는데 그 모습이 흡사 거대한 곡식더미들 같습니다. 이렇게 2단지를 둘러싼 산들이 모두 재물을 이끌어오는 노적의 형상이라 2단지 터에도 큰 경제력을 발휘할 기운이 모입니다.

그런데 2단지 터에는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습니다. 2단지 남쪽에는 3단지와 연결되는 고갯길이 있습니다. 이 고개 양 옆으로는 높은 산봉우리가 솟아있어, 두 봉우리 사이로 바람이 몰아칩니다.

그로 인해 2단지 터에 모이는 기운이 흩어질 때가 있습니다. 또, 가끔 한 번씩 흉한 기운이 침범하여 피해를 입습니다.

구미산단 3단지는 천생산과 봉두암산에서 서쪽으로 뻗어간 지맥 아래 있습니다. 바로 앞에는 낙동강이 흐르고, 그 뒤로 금오산과 금오산 동쪽 지맥에 솟아오른 봉우리들이 보입니다.

남쪽에는 수암산에서 낙동강으로 흘러내린 지맥이 높이 솟아 청룡이 되어 바람을 막아줍니다. 북쪽에는 천생산에서 낙동강으로 뻗어온 지맥이 우뚝 솟아 백호가 되어 바람을 막아줍니다.

3단지 터도 1단지 터처럼 배산임수의 득수국 명당입니다. 3단지 중심부 뒤에는 단아하게 생긴 금성의 산과 힘차게 우뚝 솟은 토성의 산이 있습니다. 남쪽의 청룡과 북쪽의 백호에는 커다란 곡식 더미, 노적처럼 생긴 금성의 들이 있습니다.

낙동강 건너편에도 노적처럼 생긴 산봉우리들이 많습니다. 주변의 산세만으로도 큰 경제력을 발휘할 곳인데, 낙동강의 기운이 더해져 그 여량이 더욱 커지는 터입니다.

그런데 낙동강의 모습은 1단지와 반대입니다. 낙동강은 1단지를 감싸 안고 흐르느라 2단지는 전혀 감싸주지 못합니다. 무정하게 등을 돌리고 있는 형국입니다. 만약 청룡 백호가 없는 넓은 평야지대라면, 이런 곳은 기운 흩어지는 아주 흉한 땅입니다.

다행이 3단지 터는 청룡 백호가 강가까지 길게 이어져 낙동강이 등을 돌린 모습이 잘 안보입니다. 그래서 기운이 흩어지지 않고, 오히려 청룡 백호가 팔을 벌려 낙동강의 기운을 끌어 모으는 형세라서 좋은 명당이 됩니다.

구미산단 중에서 맨 마지막에 조성된 4단지는 천생산 북쪽에 있습니다. 동서남 세 방향에 산들이 둘러싸고, 한천이 동쪽에서 서쪽으로 흘러가는 곳입니다.

재물을 이끌어오는 금성의 단아한 산봉우리들과 맑은 물이 끊이지 않고 흐르는 한천의 기운으로 상당한 부를 이룰 만한 터입니다.

그런데, 한 가지 크게 아쉬운 점이 있습니다. 다름 아니라, 북방에 산이 없어 북풍이 흉한 기운을 몰아오지 않을까 염려됩니다.

여기에 숲을 조성하여 거친 바람을 조금이라도 막으면 훨씬 더 좋은 터가 되리라고 봅니다. 어느 터든 장점은 더 잘 살리고, 단점은 보완하여 개선하면, 개선한 만큼 그 터의 기운이 좋아지며, 사람살이가 더 나아집니다.

구미산단은 내륙 최대의 국가산단으로서 그 규모에 맞게 경제발전에 크게 이바지했습니다. 앞으로도 오랫 동안 귀한 역할을 하리라고 봅니다. 류인학/자유기고가, '문화일보'에 한국의 명산을 답사하며 쓴 글 ‘배달의 산하’, 구도소설 ‘자하도를 찾아서’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