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대우조선해양이 한화그룹에 매각돼 국내 조선업계 ‘빅(Big)3’ 체제가 굳어지면 과거 출혈 수주경쟁이 재현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하지만 재계 7위라는 한화그룹의 위상과 과거와 바뀐 조선업 시황 등을 고려할 때 빅3 체제는 이전과 달리 국내 조선업 경쟁력을 높이는 요소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대우조선해양 한화에 매각으로 ‘빅3’ 공고화, 조선업 경쟁력 더 강화될까

▲ 조선업계에 따르면 재계 10위 내 그룹에 모두 속한 조선사 '빅3' 체제가 갖춰질 가능성이 커지면서 국내 조선업 경쟁력 강화를 향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30일 신용평가업계에 따르면 국내 3대 신용평가사(한국신용평가, 한국기업평가, 나이스신용평가)는 한화그룹의 대우조선해양 인수를 놓고 재무 부담 완화 등의 이유를 들어 긍정적 평가를 내놓고 있다.

한화그룹이 2조 원의 유상증자 대금을 납입하면 대우조선해양을 그동안 괴롭혔던 재무불안정성이 개선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렇지만 조선업계 일각에서는 ‘빅3’ 체제가 공고화함에 따라 과거 무리한 경쟁에 따른 저가수주가 재현되고 미래 기술을 향한 투자가 중복돼 비효율성을 야기할 수 있다는 우려도 만만치 않다.

2019년부터 대우조선해양이 한국조선해양으로 매각이 추진됐던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국가 기간산업인 조선업 빅2 체제를 통한 경쟁 완화, 효율성 강화를 목표로 한 것이다.

한국기업평가도 2월 발간한 ‘현대중공업(한국조선해양)의 대우조선해양 인수 무산에 따른 중장기 영향 전망’ 보고서를 통해 빅3 체제의 우려를 강조하기도 했다.

한국기업평가는 이 보고서에서 △국내 빅3 조선사 사이 과당경쟁 재현 △친환경 선박 투자 확대 필요성에도 재무여력 미흡 등을 이유로 대우조선해양 매각 무산이 국내 조선업계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내다봤다.

2019년 중국 1, 2위 조선그룹 합병, 2020년 일본 1, 2위 조선사들의 합작조선사 출범 등 해외에서도 자국 내에서 불필요한 경쟁을 줄이려는 흐름이 있었던 것도 이런 시각을 뒷받침했다.

다만 재계 7위 한화그룹이 대우조선해양을 인수하는 만큼 앞으로 조선3사 체제는 공정경쟁을 유발해 오히려 국내 조선업 활성화에 힘이 될 것이라는 시선이 많다.

대우조선해양 매각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되면 국내 조선업계는 현대중공업그룹, 한화그룹, 삼성그룹이 삼분하는 체제가 갖춰진다. 국내 조선업을 이끄는 조선사가 모두 재계 10위 그룹에 속하는 것이다.

물론 각 조선3사마다 그룹 내에서 조선사업이 차지하는 위상은 차이가 있다. 조선업이 현대중공업그룹의 모태이자 핵심인 만큼 한국조선해양의 사업은 그룹 내에서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보다 더 주도적으로 추진될 공산이 크다.

한화그룹도 앞으로 사업의 두 축으로 삼은 방산, 친환경에너지사업에서 대우조선해양과 시너지를 내겠다는 의지가 강해 대우조선해양을 향해 적극적으로 투자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삼성중공업은 그룹 내 비주력 계열사로 소외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지난해 10월 진행한 1조2천억 원 규모의 유상증자에 삼성전자, 삼성생명, 삼성전기 등 그룹 주요 계열사들이 모두 참여하는 등 지원 가능성이 여전히 열려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이런 점으로 볼 때 저가수주 등 출혈경쟁이 나타날 것이란 우려가 기우에 머물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과거 저가수주가 벌어졌던 것은 글로벌 조선업 시황이 불황인 상황에서 주인이 없는 대우조선해양의 낮은 협상력이 주요한 요인으로 꼽혔다. 대우조선해양이 한화그룹에 매각돼 재무 안정성을 갖춘다면 수주에서 협상력이 한층 높아져 저가수주를 굳이 할 필요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더구나 조선업이 중장기 호황에 들어섰고 조선3사가 모두 3년 치 이상의 건조물량을 확보했다는 면에서도 출혈경쟁 가능성이 높지 않은 것으로 분석된다.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에 따르면 향후 10년 동안 세계 신조선 발주량은 연간 4천만 CGT(표준선 환산톤수)로 전망된다. 2000년대 중반 슈퍼사이클(연간 6천만 CGT)에는 못 미치지만 2010년대 중후반 불황기(2500만 CGT)보다는 확연히 높은 수준이다.

조선3사 모두 고부가가치선박인 액화천연가스(LNG)운반선을 중심으로 한 수주물량이 실적에 반영되는 내년 연간 흑자전환을 바라보고 있어 든든한 이익체력을 바탕으로 투자에 더욱 속도를 낼 것으로 예상된다.

조선3사 모두 암모니아, 수소 운반선, 친환경 추진선박 개발을 공통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다만 이 과정에서 각 기업별로 특화한 기술개발에 힘을 쏟고 있다는 점은 투자 중복에 따른 국내 조선업 비효율성 우려를 완화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한국조선해양은 그룹 계열사 아비커스를 통한 자율운항 시장 선점을 앞세우고 있다. 아비커스는 8월 세계에서 처음으로 자율운항 2단계 솔루션(선박이 속도제어와 충돌회피를 스스로 하는 단계)으로 수주를 따내는 등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

대우조선해양은 국내 최초로 건조에 성공한 이력이 있는 해상풍력발전기 설치선(WTIV)에서 강점을 가지고 있다. 한화그룹도 해상풍력사업과 연계한 대우조선해양의 해상풍력발전기 설치선 역량을 주목했다.

삼성중공업은 해양 용융염원자로(MSR, 핵분열에너지를 이용하는 에너지원)로 해양 원전기술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한국원자력연구원, 덴마크 시보그 등 공동 기술개발을 통해 해양 용융염원자로를 기반으로 한 부유식 원자력발전 플랜트 및 원자력 추진 선박 시장을 바라보고 있다.

조선업계 한 관계자는 “대우조선해양이 한화그룹에 인수되면 여러 불확실성을 털어내고 이는 국내 조선업 전반의 경쟁력 강화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며 “현재 다양한 긍정적 요소를 고려해보면 저가수주 출혈경쟁이 다시 반복될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장상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