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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곤충으로 읽는 경제] 피할 수 없는 기후재난 시대, 우리 식탁은 안전할까

이강운 holoce@hecri.re.kr 2022-09-12 08: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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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곤충으로 읽는 경제] 피할 수 없는 기후재난 시대, 우리 식탁은 안전할까
▲ 세계 곳곳이 시달렸던 혹독한 기후재난은 모두 ‘유례가 없는’ 규모이며 해마다 강도를 높이고 있다. 파키스탄은 3개월간의 홍수로 국토의 3분의 1이 물에 잠겨 이재민이 600만 명에 달하고, 유럽은 가뭄으로 강바닥이 말라 씻을 물도 없다하고, 호주와 뉴질랜드 미국은 불볕더위와 가뭄, 산불로 극도의 재앙이 진행 중이다. 사진은 미국 캘리포니아주 요세미티 국립공원에 산불이 난 모습. <연합뉴스>
[비즈니스포스트] 26년 전, 연구소를 만든답시고 자연을 잘 모르면서 제멋대로 건드려 연구소 전체가 폭우로 큰 피해를 보며 심신이 망가진 경험이 있다.

그 경고를 잘 받아들여 나름 오랜 기간 토목과 치수를 한다고 했는데 115년 만의 비 폭탄에는 소용이 없었다. 폭우로 산사태가 일어나고 도로가 끊겼고 나무가 쓰러졌고 길이 파헤쳐졌다. 

올 봄부터 여름까지 50년래 최악의 가뭄을 견디느라 펌프로 계곡의 물을 끌어들이며 물과의 전쟁을 치열하게 치뤘지만 결국 계곡이 마르는 바람에 연구소 내 몇 개의 연못은 바닥을 드러내 말랐고, 그 안에 살던 올챙이, 물고기, 잠자리와 수서곤충 애벌레와 같은 수많은 생물이 목숨을 잃었다.

점점 더 강력해지고 빈번해지는 이상 기후로 고통을 받았는데 역대급 태풍으로 다시 큰 상처를 입었다. 나 혼자만의 일은 아니어서 세계적으로 이상 기온과 기후위기로 지구가 심한 몸살을 앓고 있다.

파키스탄은 3개월간의 홍수로 국토의 3분의 1이 물에 잠겨 이재민이 600만 명에 달하고, 유럽은 가뭄으로 강바닥이 말라 씻을 물도 없다하고, 호주와 뉴질랜드 미국은 불볕더위와 가뭄, 산불로 극도의 재앙이 진행 중이다. 

빠르고 편한 것만 추구하며 함부로 지구를 사용한 인간에게 물과 불로 심판하는 것 같다. 끔찍한 광경을 보며 심란한 마음에 지구촌 곳곳에 ‘골고루 비를 뿌려주시면 가뭄과 홍수, 산불이 단박에 잡힐 텐데’라는 어리석은 생각을 해 본다. 

세계 곳곳이 시달렸던 혹독한 기후재난은 모두 ‘유례가 없는’ 규모이며 해마다 강도를 높이고 있다. 악천후나 기상 이변은 언제나 있어 왔지만 최근의 들쑥날쑥한 자연 재해는 기후시스템의 균형이 무너진 것 같다는 느낌이 든다.

‘기후 우울증’을 치료하기 위해서는 지금 당장 탄소 배출을 막아 가속화되는 지구 온난화를 막아야겠지만 이제껏 탄소로 문명을 만든 세계가 모든 경제 활동을 접을 수는 없을 것이다. 우선 치료 가능한 기후위기에 대한 단계별 대응이 필요하다.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은 제조업(31%), 발전(27%), 농업(19%), 교통(16%), 건물(7%) 순으로 알려져 있다. 특이하게 농업이 3번째로 교통보다도 온실가스 배출이 많다.

전기 배터리나 수소로 자동차를, 비행기를, 선박을 운행하면 지구온난화의 급한 불을 끄고, 최소한 기후위기 해결의 끄트머리라도 잡을 수 있을 것 같이 생각했겠지만 어림 반 푼어치도 없는 계산이었다.

하지만 먹자고 하는 일인데, 농업이 온실가스 주범으로 꼽힌다 하더라도 식량 생산을 멈출 수는 없다. 게다가 고기는! 고기를 먹자고 기르는 소나 돼지, 양은 가장 강력한 '최악의 온실가스'로 꼽히는 메탄을 소화 과정에서 대량 배출하므로 더욱 골치가 아프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 보고서 등에 따르면 가축들이 배출하는 온실가스는 농업 중에서 약 70%, 온실가스 전체 배출량의 15%에 달하는 어마어마한 양이다. 

왜 그렇게 고기를 찾을까? 

고기는 단백질의 상징으로 영양가가 탁월하다. 맛나고 영양가도 뛰어나지만 단백질은 근육, 뼈, 피부, 장기를 만드는 주된 성분이며 거의 모든 생명현상에 관여하고 있는 아주 중요한 생체분자다. 단백질의 구성인자인 필수 아미노산은 외부 자극 감지, 신호전달을 하는 효소, 호르몬의 근원으로 몸을 조절하는 기능을 갖고 있다.

요즘 코로나19 덕분에 좀 더 친숙해진 항체 역시도 면역반응에 관여하는 아주 중요한 단백질 분자다. 살기 위해 본능적으로 고기를 찾는 것이 당연한 것처럼 보인다. 
 
[곤충으로 읽는 경제] 피할 수 없는 기후재난 시대, 우리 식탁은 안전할까
▲ 기후위기에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까지 겹치면서 세계적으로 식량 위기가 심각해지고 있다. 하지만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국제사회의 연대는 오히려 약화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사진은 소말리아 돌로우에서 한 아이가 유엔 세계식량계획(WFP)이 제공한 식품을 먹고 있는 모습.

이렇듯 생존에 꼭 필요한 단백질이긴 하지만 증가하는 인구를 따라잡을 수는 없다. 현재 지구촌에서 살고 있는 80억 명의 인구를 먹여 살리는 일도 온갖 반생태적인 일이 감행되고 있는데, 대충 예측해도 2050년경이면 100억 명. 그 많은 인구를 위해 더 많은 고기를 환경친화적으로, 효율적으로 생산해야 하지만 현재의 축산 방법으로는 불가능하다. 

곡물을 고기로 바꾸느라 아마존과 미개척의 열대우림은 파괴돼 지구의 환경이 더욱더 악화될 것이고, 극한의 환경에서 동물을 키우면서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아프리카돼지열병, 조류인플루엔자, 광우병, 구제역은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까?

점점 걷잡을 수 없는 환경파괴, 기후위기의 파국을 막으려면 축산 자본에 더 이상 놀아날 일이 아니다.  

축산업으로 인한 환경파괴를 완화할 수 있는 대안으로 세포를 배양하고, 식물성 단백질로 고기를 만드는 대체육이 거론 중이지만 이 또한 엄청난 비용과 에너지를 소비하여 기후위기를 가속화시키는 일일 뿐이다. 실험실 고기로 가성비가 좋은 고기를 생산하겠다는 생명과학도 답은 아니다.

무늬만 친환경적인 기술을 확보하겠다고 더 많은 탄소를 배출할 일이 아니라 어디에나 풍부하게 널려 있는, 영양학적으로 생태적으로 효율이 뛰어난 자원으로 눈을 돌리는 게 맞다. 전 세계 생물 중 70% 이상을 차지하며 물과 공기처럼 자유재로 분류할 수 있는 곤충이 아주 좋은 식량 재료이다. 

많은 사람들이 곤충을 먹는다고 하면 혐오와 불신이 뒤섞인 반응을 보인다.

기존에 먹는 것 이외에 다른 재료를 추구하는 것 자체가 모험적이긴 하나 기후변화로 인한 재앙과 기후위기에 의해 발생하는 가뭄, 홍수, 이상고온, 더 크게 더 자주 발생하는 산불 등 식량에 위협을 주고 있는 변수들과 전 세계 식량의 불균형을 고려하면 곤충은 가장 안전하고 먹을 만한 식량이다. 

지역에 따라 자연 환경이 다르니 음식이 다른 것도 지극히 당연한 일! 아마존 밀림이나 아프리카, 동남아 지역은 주변에 늘 벌레가 있어 채집하기가 쉬워 오늘날에도 곤충을 먹는 습관이 널리 퍼져있다.

곤충을 극도로 꺼리는 특별한 이유가 있는지 모르겠으나, 보기에 역겨워 먹지 못한다는 것은 ‘먹지 않는 사람들이 그렇게 느끼는’ 자기 최면이 아닌가 싶다. 곤충을 새로운 식재료로 발굴하는 일은 기후와 식량의 위기를 타개하고 경쟁력 있는 지속 가능한 경제를 조성하는 신의 한 수가 될 것이다. 이강운 홀로세생태보존연구소장 
 
이강운 홀로세생태보존연구소 소장은 1997년 국내 최초로 홀로세생태학교를 개교해 환경교육을 펼치고 있다. 2005년부터는 서식지외보전기관인 (사)홀로세생태보존연구소를 통해 애기뿔소똥구리, 물장군, 붉은점모시나비, 등 멸종위기종 증식과 복원을 위한 연구에 매진하고 있다. 2012년부터 서식지외보전기관협회 회장이며 유튜브 채널 Hib(힙)의 크리에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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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성민
식량위기, 경제 등 여러문제를 위해서라도 곤충을 먹는것에 대한 인식의 개선이 빠르게 이루어지면 좋을것 같습니다.   (2022-09-12 23:20:34)
김요한
곤충을 먹는것에 대한 인식의 개선이 시급하다고 생각합니다.   (2022-09-12 22:41:4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