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리포트 9월] 제약바이오 육성 큰 그림 그린 정부, 컨트롤타워가 없다

▲ 제약바이오업계는 정부의 지원 강화를 비롯해 규제 개선을 간절하게 바라고 있으며 종합적으로 정책을 수립하고 콘트롤타워로서 역할을 해야 할 제약바이오혁신위원회 설립이 필요하다는 데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정부가 바이오헬스산업을 넥스트 반도체산업으로 육성하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투자 의지를 밝혔다. 

감염병 위기 상시화, 글로벌 저성장에 대응해 바이오제약 분야에 대한 투자를 늘려 보건안보를 확립하고 미래 먹거리와 일자리를 확보하겠다는 큰 그림을 그린 것이다.

6일 제약바이오업계에서는 이 같은 정부의 목표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하루빨리 제약바이오혁신위원회의 설립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제약바이오업계는 정부의 지원 강화를 비롯해 규제 개선을 간절하게 바라고 있다. 정부 역시 국내 제약바이오업계가 글로벌 경쟁력을 키워가길 원한다.

제약바이오업계와 정부의 바람이 이뤄지기 위해서는 일관된 중장기 정책 마련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하지만 종합적인 정책을 수립하고 콘트롤타워로서 역할을 해야 할 제약바이오혁신위원회 설립은 답보상태다. 조직 구조 설계나 위원 추천 등 사전 작업은커녕 위원회 구성 시기조차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보건복지부가 최근 윤석열 대통령에게 보고한 새 정부 업무계획에는 민간 투자 활성화와 규제 해소 방안은 포함돼 있지만 국무총리실 산하 제약바이오혁신위원회 설치 계획은 들어 있지 않았다.

제약바이오업계는 윤석열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기도 했던 제약바이오혁신위 설치가 복지부 업무계획에서 빠진 것을 문제로 지적하고 있다.

제약바이오혁신위는 제약바이오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복지부를 비롯한 의약품 관계부처, 산업계 대표, 전문가 대표가 한 자리에 모여 중장기 정책 계획을 수립하는 역할을 담당할 기구다.

그동안 제약바이오업계에서는 대통령 직속의 민·관 협의체 구성이 필요하다고 강조해왔다.

반면 윤석열 정부는 작은 정부를 지향하며 정부 산하 위원회를 줄이고 있다. 이러한 정부의 기조가 제약바이오혁신위 설립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이러한 가운데 정부는 우선 임상3상 시험에 집중투자하는 'K-바이오·백신 펀드'를 5천억 원 규모로 올해 안에 조성하고 투자를 유도하기 위해 범부처 차원의 지원책도 마련하기로 했다. 

또한 연내 혁신형 의료기기 지정제도 개편, 바이오헬스 규제 혁신단계별 이행안 발표 등을 통해 규제 해소에 나선다.

이밖에 첨단바이오의약품과 정밀의료 등 차세대 치료제 개발을 위한 100만 명 데이터 축적도 추진하기로 했다.

정부의 이런 계획이 최근 투자 분위기가 가라앉은 바이오 분야에 다시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특히 백신 분야가 5천억 원 규모로 조성되는 펀드의 집중 지원을 받게 되면서 향후 어떤 백신 및 원부자재 기업이 혜택을 받게 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K-바이오·백신펀드는 제약바이오산업 육성의 마중물로서 국내 제약바이오기업이 글로벌 혁신 신약을 개발하고 산업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마련됐다. 글로벌 제약바이오 시장 진출 지원이 목적이다.

국내 제약바이오업계는 신약 후보물질 확대 등을 통해서 역량을 키워가고 있지만 민간 투자 규모가 부족하고 글로벌 수준의 블록버스터급(연매출 1조 원 이상) 신약개발 경험이 부족하다는 게 정부의 판단이다.

그동안 제약바이오업계에서는 백신과 치료제 개발 지원을 위한 투자 규모 확대 필요성에 입을 모았다.

하지만 현재 국내 제약바이오업계는 금리 인상과 기업공개(IPO) 시장 위축 등으로 돈줄이 말라버린 상황에 놓였다.

코로나19 백신·치료제 등 후기 임상에 돌입하는 기업들이 늘어났다는 점을 고려했을 때 투자 위축의 여파는 제약바이오업계 전체의 발목을 잡을 수도 있다.

한국벤처캐피탈협회에 따르면 바이오·의료 업종에 대한 올해 상반기 벤처투자액(신규투자)은 지난해 상반기(8066억 원)보다 16.2% 줄어든 6758억 원을 기록했다.

외부 투자가 줄었지만 제약바이오기업들은 자체적으로 투자를 늘리며 신약개발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제약바이오기업들이 공시한 반기보고서 등을 살펴보면 올해 상반기에 가장 많은 연구개발비를 쓴 기업은 셀트리온으로 모두 1782억 원을 지출했다. 

이어 대웅제약 930억 원, GC녹십자 870억 원, 유한양행 836억 원, 종근당 780억 원, 삼성바이오로직스 770억 원, 한미약품 743억 원, 동아에스티 627억 원, 일동제약 612억 원, SK바이오팜 571억 원 순으로 연구개발비를 사용했다.

매출 상위 20개 기업 가운데서는 셀트리온과 종근당을 제외한 모든 기업이 연구개발비를 늘렸다. 전체 기업 중 평균 증가율인 9.9%보다 연구개발비 지출을 늘린 기업은 38곳, 줄인 기업은 55곳이었다. 이병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