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왼쪽부터)윤문재 커리어케어 PEPG본부장, 윤승연 인사이트본부장, 이영미 글로벌본부장, 송현순 헬스케어본부장, 장대훈 파이낸스본부장.
비즈니스포스트는 8월31일 국내 최대 헤드헌팅회사인 커리어케어의 본부장들을 만나 경기부진이 인재시장에 어떤 영향을 주고 있는지, 올 하반기 전망은 어떤지에 관해 의견을 들었다. 지난 기사에 이어 좌담회에서 오간 이야기를 갈무리해 두 번에 걸쳐 나눠 싣는다.
좌담회에는 이영미 수석부사장(글로벌본부장), 윤문재 부사장(PEPG본부장), 송현순 부사장(헬스케어본부장), 윤승연 부사장(인사이트본부장), 장대훈 전무(파이낸스본부장)가 참석했다.
- 현재의 어려움을 타개하기 위해 기업들은 어떤 인재 전략을 펼치고 있는가?
송현순 부사장: 바이오협회는 공개적으로 상생 차원의 합병을 권장하고 있다. 자금력 있는 대기업이 기술력 좋은 벤처기업을 인수합병하라는 것이다. 이런 분위기 때문에 벤처들은 기술력만 좋으면 여전히 투자를 받기가 어렵지 않다. 문제는 사람이다. 현재 필요한 인력은 제품의 가치를 높이는 임상 전문가들인데 수요에 비해 공급이 너무 부족하다.
장대훈 전무: 전반적으로 자금을 구하기가 전보다 훨씬 어려워졌다. 그러다 보니 어떤 산업이든 간에 자금확보 역량이 있는 사람의 수요가 강해졌다. 그래서 유능한 최고재무책임자(CFO)가 기업들의 주목을 받고 있는 것 같다.
이영미 부사장: 임원급의 임기가 굉장히 짧아졌다. 임원급에게 시간을 길게 주지 않는다. 한 자리에 2년을 있기가 쉽지 않을 정도로 교체시기가 계속 앞당겨지고 있다. 새로운 사람으로 빨리 교체해서 새로운 전략을 짜고 새로운 액션을 취해야 생존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경력직의 임금격차도 벌어지고 있다. 역량과 성과가 검증되면 차장급만 해도 꽤 높은 연봉을 주고 데려와야 한다. 기업들이 중간간부급이라도 능력이 있으면 고액연봉을 감수하고 영입하기 때문이다. 중간간부급 수요는 오히려 커지고 있는 것 같다.
- 기업들에게 제안하고 싶은 인재 전략은?
윤문재 부사장: 제조 라인이나 기업 물류에 공급망관리(SCM)가 있는데, 고급 인재시장에서도 SCM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인재공급을 하나의 물류의 흐름처럼 보자면 핵심인력 또는 고급인력들을 보유하고 제안할 수 있는 외부 전문가들을 활용하는 것이 중요해졌다.
기존에는 기업에서 필요한 인재를 헤드헌팅회사가 발굴해 추천하는 방식이었는데 반대 방향도 늘고 있다. 헤드헌팅회사가 먼저 기업에 유능한 인재를 제안하고 기업은 그 사람에게 적합한 역할과 책임(R&R)을 배정해 사업을 확장하는 방식이다.
송현순 부사장: 전적으로 동의한다. 최근 벤처기업들은 자금 흐름은 당연히 볼 수 있어야 하고 사업개발, 제품의 유통 및 가치판정까지 가능한 CFO를 찾고 있다. 어떤 기업들은 여기에 더해 협상력과 법률적 지식도 갖추길 원한다.
그러다보니 헤드헌팅회사들도 예전에 바이오 벤처 CFO라고 하면 CFO 경력자를 추천했지만 지금은 변호사 자격증을 갖고 있으면서 사업개발 경험이 있거나, 경영학 전공하고 컨설팅 경험이 있거나, 바이오 전공을 하고 사업 역량을 갖춘 사람을 추천한다.
문제는 이런 사람이 많지 않다는 것이다. 그래서 이런 사람이 눈에 띄면 평소에 관계가 잘 닦여져 있는 기업에 추천하게 된다. 헤드헌팅회사가 선제안을 하는 셈이다.
윤문재 부사장: 융복합 인재 전략을 펼쳐야 한다. 마케팅에서는 오케스트레이션이라고 한다. 과거에는 마케팅, 제조, 연구개발(R&D), 영업 이렇게 각각의 영역이 있었다면 이를 통합적으로 조정하는 것이 오케스트레이션이다.
각 영역이 가지고 있는 최대의 에너지를 통합하는 것이다. 헤드헌터들이 이런 역량을 갖춘 인재를 발견하면 고객기업에 선제안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 올 하반기와 내년 상반기 기업 채용시장은 어떨 것 같은가?
윤승연 부사장: IT업계의 연봉수준이 다 높아졌다. 그런데 최근 들어 게임기업들이 채용에 신중한 입장을 취하기 시작했다. 금리 인상이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보인다.
일반적으로 금리상승은 임금인상을 압박하기 때문에 기업들이 벌써부터 임금인상과 신규채용을 놓고 고민에 들어간 것 같다. 내년에 금리기조가 변하지 않는다면 채용이 늘어나기가 쉽지 않다.
장대훈 전무: 동의한다. 금리가 오르면 임금인상 요구가 커진다. 금리인상의 영향으로 실질임금이 하락하기 때문이다. 금리인상에 따른 임금인상 요구는 대개 6개월이나 1년 뒤에 등장한다. 내년 임금을 놓고 기업들이 고민이 많을 것이다.
- 금리인상으로 채용시장도 위축 될 수밖에 없다는 뜻인가?
이영미 부사장: 경력직은 다를 것 같다. 채용을 줄일 경우 먼저 줄이는 것은 신입이지 경력은 아니다.
윤문재 부사장: 기업의 인적 쇄신은 임원들 특히, 핵심인력의 쇄신과 수혈로 구체화한다. 혁신과 관련한 인재수요는 줄지 않을 것이다. 다만 구성은 달라질 것이다.
그동안 임원 수요가 폭넓게 존재했다면 앞으로는 특정분야, 아까 말했던 디지털 전환 2.0이나 디지털 고도화에 필요한 고급인력으로 대상이 좁혀질 것이다. 그리고 사업전략 재조정과 투자를 검토하기 위한 CFO 수요도 꾸준할 것 같다.
송현순 부사장: 코로나19로 한국의 제약과 백신, 진단 관련 기업들의 위상이 올라가 있다. 그런데 이에 걸맞은 전문가는 부족하다. 따라서 글로벌 회사에서 경험을 쌓은 전문가를 적극적으로 영입할 필요가 있다. 수익을 많이 낸 만큼 인재영입에 더 적극적으로 투자해야 기술적으로 성장할 수 있다.
- 기업의 인재활용 방식이 과거와 달라졌다는 얘기도 있다.
이영미 부사장: 한국기업의 인재활용 방식이 미국 스타일로 바뀌고 있다. 임직원의 해고나 임원들의 임기, 보상방식 등에서 확실히 미국기업 방식으로 움직이고 있다.
임원들에게 기회를 길게 주지 않고 핵심인재라면 그가 어떤 기업에 속해 있든 영입해서 즉각 투입하려고 한다. 핵심인재는 실무급 연봉이 임원을 넘어설 정도로 직급별 보상제한이 풀리고 있다.
장대훈 전무: 그런 방식이 실증적으로 성공해왔기 때문에 그렇게 변해가는 것 같다. 순혈주의를 표방하던 기업들은 점점 정체하는 모습을 보인다.
윤승연 부사장: 한 기업 안에서 사람을 키울 시간이 이제는 없다. 변화가 너무 빠르고 시간이 없다 보니 이미 다른 산업에서 경험했던 사람을 데리고 와서 바로 성과를 낼 수 있도록 하는 흐름이 강해지고 있다. 김남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