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드헌팅사 본부장 좌담회(상) "CFO CDO 기획·전략 임원 수요 늘어"

▲ (왼쪽부터)윤문재 커리어케어 PEPG본부장, 윤승연 인사이트본부장, 이영미 글로벌본부장, 송현순 헬스케어본부장, 장대훈 파이낸스본부장.

[비즈니스포스트] 코로나19 사태는 인재시장을 예측하기 어렵게 바꿨다.

첫해에는 팬데믹 상황에서 모든 기업이 위기대응에 정신 없었는데 바이오와 헬스케어 분야에선 대약진이 이뤄졌다. 시간이 흘러 코로나 상황에 익숙해지자 온라인과 비대면 시장이 확장되면서 전 산업에서 관련 인재를 찾느라 분주했다. 

올해에는 오프라인 시장도 활성화할 것으로 전망했으나 인플레이션과 금리인상,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코로나 재확산으로 경기부진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는 31일 국내 최대 헤드헌팅회사인 커리어케어의 본부장들을 만나 경기부진이 인재시장에 어떤 영향을 주고 있는지, 올 하반기 전망은 어떤지에 관해 의견을 들었다. 좌담회에서 오간 이야기는 갈무리해 두 번에 걸쳐 나눠 싣는다.

좌담회에는 이영미 수석부사장(글로벌본부장), 윤문재 부사장(PEPG본부장), 송현순 부사장(헬스케어본부장), 윤승연 부사장(인사이트본부장), 장대훈 전무(파이낸스본부장)가 참석했다.

- 경기부진으로 대기업들까지 비상경영을 선포하고 있다. 인재시장에도 변화가 있을 텐데.

윤문재 부사장: PE(사모펀드)시장은 금리인상에 큰 영향을 받는다. 현재 기관 투자자들이 PE시장에서 돈을 빼 전통적 금융시장으로 옮기고 있다. 관계자들 사이에서 펀딩시장에 빙하기가 도래했다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다.

이러한 상황이 인재시장에도 반영되고 있다. 바이아웃딜이 줄면서 프로젝트에 투입되는 인재 수요도 감소하고 있다. 

송현순 부사장: 바이오·헬스케어는 상황이 조금 다르다. 코로나19로 백신이나 진단기술을 가진 제약회사들은 사상 최대 매출을 올리고 있다. 국내 대기업들이 제약산업에 뛰어들면서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데 대기업의 시장참여는 성장동력으로 작용해 제약산업이 급성장하고 있다. 인재시장도 여전히 활기를 띠고 있다. 

- 주가가 바닥을 치고 있다. 증시와 연동된 벤처캐피탈(VC) 쪽도 위축돼 있지 않나? 

송현순 부사장: 그렇다. 일부 벤처기업은 큰 타격을 받았다. 기술력이 뛰어나고 시장에 안착한 곳은 여전히 투자를 많이 받고 있지만 기술력이 약하거나 평판이 나쁜 회사는 구조조정에 들어가 있다. 

장대훈 전무: 코로나19로 지난 3년 동안 돈이 과하게 풀렸는데 유동성을 줄이는 과정에서 체력이 약한 기업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 바이오 벤처나 코스닥, VC 중에 이런 기업들이 적지 않다. 또 활황이었다가 최근에 확 꺼져버린 코인 관련 기업도 약한 고리다.

1분기에는 증권사들이 대체불가토큰(NFT)이나 코인 같은 신사업에 적극 나서면서 인재영입에 관심을 쏟았다. 그러다가 갑자기 금리가 치솟으면서 시장의 거품이 확 꺼지자 이제 신사업을 하겠다는 증권사를 찾아보기 어렵다. 

- 모든 산업이 순식간에 축소 모드로 전환한 건가?

윤문재 부사장: 그렇지는 않다. PE들 중에서도 소위 빅하우스들, 운용자산 규모가 큰 상위권의 운용사들은 여전히 블라인드 펀드나 운용에 있어서 별 어려움이 없다. 타격을 받은 PE는 블라인드 펀드가 만들어지지 않은 곳이나 신생 하우스들이다. 이런 곳은 자금을 공급할 기관투자자를 구하지 못해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다.

송현순 부사장: 바이오 벤처도 마찬가지다. 이제 막 시리즈A 투자를 받으려던 곳들은 투자를 못 받아서 난감해졌지만 기술력이 있는 곳들은 건재하다. 

장대훈 전무: 90년대 말 우리나라에 첫 코스닥 장세가 왔을 때 정말 엄청나게 많은 회사들이 투자를 받았는데 몇 번의 경기 사이클을 거치면서 잘 하는 곳들은 더 단단해졌지만 나머지 대다수는 낙오했다. 이러한 현상이 내년이나 내후년까지 이어질 것 같다. 

- 제조나 소비재, 유통 분야의 상황도 궁금하다. 

이영미 부사장: 소비재나 일반 제조 분야에서는 사업을 중단하거나 투자를 수정할 만큼의 비상경영 분위기를 체감하기 어렵다.

코로나19 이전에 글로벌 시장확대가 대기업들의 열망이었는데 해외진출 시기가 코로나19 유행시기와 겹치면서 해외진출에 실패한 특수 경우를 제외하고는 대체로 무난하게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다만 대기업이 해외 인수합병(M&A)을 적극적으로 하던 모습은 찾아보기 어렵다. 

윤승연 부사장: 반기 실적들이 발표됐는데 우려했던 것과 달리 올해 유통업계 매출이 작년 대비 오프라인은 8.4%, 온라인은 10.3% 증가했다. 상반기 실적이 나쁘진 않았던 셈이다. 물론 하반기로 가면서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이 때문에 기업들이 상반기와 달리 인재 채용을 보수적으로 보고 있다. 

- 임원급은 실무급에 비해 인재시장의 변화가 더 클 것 같다. 

이영미 부사장: 임원급의 경우 눈에 띄게 수요가 줄었다. 임원급 수요는 신사업에서 많이 발생하는데 최근에는 사업부를 신설하는 움직임이 적어서 그런 것 같다. 기업의 조직체계가 변하고 있는 것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과거와 달리 직급과 보고 체계가 단순해지면서 자연스레 임원 숫자가 줄고 있다. 

송현순 부사장: 바이오·헬스 업계는 지난해 기업들이 신규투자를 많이 하면서 임원급을 많이 뽑았다. 그래서인지 올해에는 임원급 수요가 적다. 다국적 기업들도 임원급 자리가 잘 열리지 않아 자리경쟁이 치열하다. 자리가 난다고 소문만 나도 수십 명이 관심을 표명하면서 헤드헌터들의 전화에 불이 날 지경이다. 물론 실무급은 인재난, 구인난이 여전하다. 

-임원급 수요가 전반적으로 줄고 있다고 했는데 늘어나는 포지션도 있나? 

윤문재 부사장: 경기가 좋고 사업이 활기를 띨 때는 임원급 신규조직이 만들어지면서 임원 수요가 발생한다. 그런데 최근 거시 지표가 나빠지자 신규나 확장 수요 보다는 혁신과 교체 수요가 늘고 있다. 전망이 불확실하다 보니 내부를 다지는데 신경을 쓰고 있는 셈이다. 최고재무책임자(CFO) 수요가 늘어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영미 부사장: 확실히 중견기업의 상황은 그런 것 같다. 그런데 대기업은 그런 흐름이 잘 안 보인다. 

윤문재 부사장: 중견기업들은 재무적 관점에서 들여다 볼 수 있는 컨트롤타워가 필요하다고 판단한다. CFO에게 사업을 재조정하고 핵심사업과 한계사업을 정비하는 역할을 맡기고 싶어한다. 기존에는 재정을 관리하는 사람을 내부에서 키웠는데 이제는 외부로 눈을 돌리고 있다.

최고디지털책임자(CDO) 수요도 늘고 있다. 과거에는 디지털 전환의 관점에서 CDO를 뽑았다면 현재는 내부의 디지털 거버넌스를 구축하기 위해 CDO를 찾고 있다. 어떻게 보면 디지털 전환 2.0의 시대가 도래한 것인데 이런 것도 혁신 수요라고 볼 수 있다. 대기업과 달리 중견그룹은 생존을 위해 조직 내부 구성을 바꿔가고 있다. 

윤승연 부사장: 윤문재 부사장의 견해에 동의한다. 기업들이 신규투자나 증설투자를 위한 의사결정을 유보하면서 이 분야의 임원 영입에는 소극적이다. 다만 기획이나 전략을 짜는 임원들에 대한 갈증은 해소되지 않고 있다. 시장변화에 어떻게 맞춰갈지 계속 고민하고 있는 게 아닐까 싶다. 김남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