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 3대 정유사에 속해있는 시노펙과 페트로차이나, 최대 생명보험 업체 중국인수보험 등 5개 국유기업들이 동시에 뉴욕증시 자진 상장폐지 계획을 공개했다. 사진은 중국 티베트 타림 분지에 위치해 있는 시노펙 유전. <시노펙> |
[비즈니스포스트] 중국의 대형 국유기업 5곳이 동시에 뉴욕증시에서 자진 상장폐지하겠다는 계획을 밝히면서 그 배경을 놓고 다양한 해석이 나온다.
사상 초유의 상황인 만큼 중국 내부적으로도 여러 추측이 나오고 있는 가운데 미국과 금융 분야 탈동조화를 통해 대만 통일 과정에서 일어날 수 있는 혹시 모를 사태를 대비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반면 미국과 평화적 관계를 유지할 것이며 지나친 추측은 하지 말아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14일 홍콩 매체 HK01에 따르면 5개 중국 국유기업이 뉴욕증시에서 자진 상장폐지를 결정한 것을 계기로 알리바바 등 민간기업을 포함해 더 많은 중국기업들이 강제적으로 그 뒤를 따를 것으로 전망됐다.
지난 12일 저녁 중국 대형 정유사 페트로차이나와 시노펙(중국석유화학공업그룹), 시노펙 자회사인 상하이석유화학공업, 알루미늄 업체 중국알루미늄, 생명보험 업체 중국인수보혐 등 5개 국유기업들이 비슷한 시간대에 연이어 '뉴욕증시 자진 상장폐지 계획' 공시를 발표했다.
5개 기업 모두 다음 달이면 뉴욕증시에서 상장폐지된다.
중국알루미늄은 자진해서 상장폐지하는 이유를 놓고 “뉴욕증시에서 해외주식예탁증서(ADR)를 계속 유지하기에는 거래량이 많지 않은 반면에 미국 증권 당국 규정대로 정기 보고서와 관련 의무를 준수하는 것 등의 행정적, 비용적 부담이 크다”고 설명했다.
표면적으로는 미국과 중국 당국의 회계 감독권 갈등이 발단인 것으로 보인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뉴욕증시에 상장한 중국 기업들의 회계기준과 자세한 실적 보고서를 요구하고 있지만 중국 당국이 공개하는 것을 거부하고 있어 기업들도 미중 양국 정부 사이에서 난처한 입장에 놓여있다.
SEC는 올해 3월부터 외국기업책임법(HFCAA)에 의거해 중국 기업들을 상장폐지 후보 명단에 올려놓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번에 5개 기업이 공개한 상장폐지 결정 이유가 대부분 비슷하다는 점에서 개별 기업의 결정이 아니라 중국 정부 차원의 압력이 있었던 것 아니냐는 추측에 힘이 실린다.
중국 증권감독관리위원회가 직접 나서서 상장과 상장폐지는 모두 자본시장에서 일어날 수 있는 정상적 상황이며 기업들도 자체적으로 고려해 선택한 것이라고 설명했지만 논란은 가라앉지 않고 있다.
정부 압력에 따라 상장폐지 결정된 것이라면 중국이 대만 통일 과정에서 일어날 수 있는 만약의 경우를 대비해 미국과 금융 탈동조화를 추진하는 것 아니냐는 의견도 나온다.
중국 당국은 우크라이나 사태가 발생한 뒤 미국 등 서방국가들이 러시아에 금융 제재를 가하는 것을 지켜봤기 때문에 미국과 금융 탈동조화를 추진할 수 있다는 것이다.
최근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이 대만을 방문한 뒤 대만해협 중간선을 넘는 중국 군의 무력시위가 자주 이어진 점도 추측에 가능성을 보탰다.
하지만 후스진 중국 관영매체 환구시보의 특별 칼럼니스트는 공식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중국이 주도적으로 나서서 미국과 탈동조화를 시도하려는 것으로 해석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후스진은 환구시보의 총괄 편집장으로 있다가 지난해 정년퇴직했다.
그는 “미국과 중국 관계는 도미노처럼 줄줄이 무너지지 않는다”며 “중국은 미중 사이의 경제와 사회적 협력 구도를 유지하는 데 집중할 것이고 이런 방식으로 충동적 행동을 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노이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