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효준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장이 2021년 1월29일 서울 중구 더플라자호텔에서 열린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에서 관계자와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
[비즈니스포스트] 국민연금공단이 올해 기금운용에서 크게 부진한 성적표를 내놓을 가능성이 커 보인다.
세계적 경기침체 우려로 올해 투자 환경이 어느 때보다 혹독한 데다 이사장 공석 상태가 장기화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기금운용본부 인력 이탈도 지난해보다 늘고 있다.
15일 국민연금 안팎의 말을 종합하면 올해 상반기에만 기금운용본부에서 운용역 14명이 퇴사한 것으로 전해진다.
운용역의 퇴사는 통상적으로 하반기에 몰린다는 점을 고려하면 올해 기금운용본부의 운용역 퇴사자 수는 30명을 넘을 가능성이 크다.
운용역의 지난해 퇴사자 수는 상반기 10명, 하반기 15명이었다.
운용역 퇴사자가 대부분 해외, 대체투자 등 국민연금이 비중을 높이려는 분야의 투자인력인 데다 실장, 팀장, 선임운용역 등 실제 기금운용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핵심 인력이라는 점에서 국민연금으로서는 더욱 뼈아프다.
게다가
안효준 기금운용본부장이 올해 10월7일로 임기를 마치게 된다.
안 본부장은 1999년 기금운용본부 출범 이후 최장수 본부장이다. 역대 본부장 가운데 처음으로 기본 임기 2년에 1년 단위 연임을 두 차례 성공해 4년 동안 기금운용본부를 이끌었다. 안 본부장 이전까지는 정해진 임기를 끝까지 마친 본부장도 두 명에 불과하다.
안 본부장이 본격적으로 기금운용본부를 이끌어 온 2019년부터 2021년까지 3년 동안 국민연금은 10% 안팎의 높은 수익률을 이어왔다.
그는 기금운용본부 최초의 내부 출신 본부장이기도 하다. 민간에서 BNK금융지주 사장까지 오르며 높은 연봉을 받다가 다시 기금운용본부로 돌아와 조직 내부 분위기를 다잡는데 크게 기여했다는 평가도 받는다.
안 본부장이 본부장으로 취임하기 전에 기금운용본부는 수장 공백이 1년 넘게 이어지는 등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그런 점에서 안 본부장이 물러나면 당분간 기금운용본부 본부장 자리는 또다시 공석이 이어질 가능성이 커 보인다.
현재 차기 본부장 인선 관련 준비가 진행되고 있으나 당장 본부장 위로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을 비롯해 보건복지부 장관까지 모두 공석이다. 제21대 국회 하반기 원구성마저 표류하고 있는 정치권의 상황을 고려하면 보건복지부 장관 인사부터 국민연금공단 이사장 임명까지 절차가 속도감 있게 진행될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
올해 기금운용 환경이 매우 부정적이라는 점은 국민연금의 부담을 더욱 키우고 있다. 혹독한 기금운용 환경 탓에 기금운용본부장의 리더십이 더욱 절실한 상황임에도 오히려 본부장 공석이 장기화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국민연금이 한동안 양호한 운용 수익을 내기 어려울 것으로 보이는 만큼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이 임명되더라도 기금운용본부 본부장을 맡으려는 인사를 찾는 데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크다.
국민연금은 2019년에 11.34%, 2020년에 9.58%, 2021년에 10.86%의 수익률을 냈다. 하지만 올해 들어 4년 만에 마이너스 수익률을 낼 위험이 매우 큰 상황이다.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에 따르면 올해 4월까지 국민연금 기금운용 수익률은 -3.8%로 36조 원 정도 손실을 봤다.
국민연금이 연간 기준으로 마이너스 수익률을 낸 적은 2008년, 2018년 두 차례로 당시 수익률은 각각 -0.19%, -0.92%였다.
경기침체 우려에 내년까지 세계경제 상황은 더욱 악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받고 있다.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는 13일 IMF 블로그를 통해 “2022년도 힘들겠지만 경기침체 위기가 커지면서 2023년은 더 어려워 질 수 있다”며 “7월 말에 올해와 내년의 세계경제전망(WEO)을 추가로 하향 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