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채널Who] 현대중공업그룹의 조선사업 중간지주사 한국조선해양은 주식시장에서 기업가치를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한국조선해양의 기업가치 저평가는 주식시장에서 확인되고 있다. 한국조선해양 주가는 다른 조선주가 오를 때 덜 오르고 내릴 때는 더 내리고 있다.

한국조선해양 주가는 지난해 5월 고점에서 거의 반토막이 났다.

물론 이 시기 조선주가 전반적으로 하락하기도 했지만 한국조선해양의 자회사인 현대미포조선 주가는 비슷한 시기 낙폭이 훨씬 덜하다.

게다가 사업회사로 상장한 현대중공업은 상장 뒤 주가가 우상향 곡선을 그리며 조선 대장주 면모를 과시하고 있다.

한국조선해양의 기업가치 저평가의 이유를 따져보기에 앞서 그 동안의 내력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한국조선해양의 전신은 옛 현대중공업이다.

대우조선해양 합병을 위해 옛 현대중공업은 존속법인인 지주사 한국조선해양과 신설법인 사업자회사 현대중공업으로 분할됐다.

한국조선해양 아래 현대중공업, 현대미포조선, 현대삼호중공업 등 조선사업 자회사와 함께 대우조선해양까지 편입한다는 큰 그림이었다.

그런데 두 가지 쟁점이 생긴다. 첫째 사업자회사인 현대중공업이 지난해 기업공개를 통해 상장을 하게 되며 기업가치 훼손 논란이 빚어졌다.

둘째 한국조선해양과 대우조선해양의 기업결합이 사실상 무산됐다는 사실이다. 애초 한국조선해양과 현대중공업을 분할할 이유가 없어진 셈이다.

지주사는 대개 기업가치가 저평가 되는 경향이 있다.

일단 지주사 주식은 선호도가 낮다. 만약 한 투자자가 A 사업이 유망하다고 생각한다면 A사업을 직접 하는 회사 주식을 사면 된다.

굳이 A사업 자회사를 거느린 지주사를 살 필요가 없다. 더구나 지주사 밑에는 A사업 자회사 뿐 아니라 B·C·D 사업 자회사도 있을 수 있다. 지주사에 투자하면 관심 없는 B·C·D 사업에도 투자하는 게 되는 셈이다.

더블 카운팅 문제도 지주사 할인의 중요한 요인으로 꼽힌다.

지주사 실적은 사업 자회사들의 실적을 반영해 회계적으로 계산된다. 각각의 자회사 실적을 지분율로 반영해 지주사 실적으로 계산한다.

만약 자회사가 주식시장에 상장되지 않은 상태라면 문제가 생길 여지가 별로 없다.

그런데 지주사와 자회사가 모두 주식시장에 상장돼 기업가치를 평가해야 한다면 문제가 생긴다. 자회사의 영업실적이 자회사와 지주사 양쪽 장부에 모두 기록돼 이를 근거로 가치평가를 하면 이중 계산(더블카운팅)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투자금융업계에서는 지주사의 영업가치를 일반 사업회사들에 적용하는 것보다 할인해 평가한다. 

현대중공업그룹도 이런 중간지주사에 관한 문제의식이 있긴 하다.

현대중공업그룹은 조선사업 뿐 아니라 정유, 건설기계 등의 사업을 하고 있다.

건설기계사업 부문에도 현대제뉴인이란 중간지주사를 두고 있다. 한국조선해양이 대우조선해양을 인수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과 같이 현대제뉴인은 두산인프라코어를 인수하기 위해 특수목적법인으로 설립됐다.

현재 비상장사인 현대제뉴인 밑에 상장사인 현대건설기계와 현대두산인프라코어가 사업자회사로 있다.

비상장사인 현대제뉴인도 기업공개를 통해 상장을 추진한다는 계획이 있는 만큼 기업가치를 높이려는 움직임이 있다. 현대건설기계의 산업차량 사업부문과 현대코어모션의 양산부품 사업부문을 현대제뉴인이 양도받은 것도 기업가치 제고의 일환으로 볼 수 있다.

애초 인수합병을 위한 특수목적법인으로서 시작했지만 사업형 지주회사로서 성격을 바꿔나가고 있는 셈이다.

한국조선해양 역시 사업형 지주회사로 전환을 앞세워 기업가치 업그레이드를 꾀하고 있다.

자체 수익사업이 있는 사업형 지주회사는 자회사의 사업에 의존하는 순수 지주회사보다 높은 기업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결국 한국조선해양의 기업가치 업그레이드는 단순히 조선사업 자회사들의 실적 호조뿐 아니라 한국조선해양이 자체 사업을 통해 얼마나 잘 사업형 지주사로 변신을 하느냐에도 달려 있다고 볼 수 있다. 류근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