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달도 차면 기운다고 했던가. 한국을 대표하는 가상화폐 '루나'의 입지가 흔들리고 있다.

루나를 개발 운영하는 테라폼랩스의 권도형 공동대표는 루나와 테라의 달러 가치연동(페깅)을 토대로 빠른 성장을 이뤄냈는데 위기를 넘어설 수 있을지 주목된다.
 
가상화폐 '국가대표' 루나 입지 흔들, 개발 테라폼텍스 대표 권도형 위기

▲ 권도형 테라폼랩스 공동대표.


11일 가상화폐거래소 빗썸코리아에 따르면 루나는 낮 12시 기준 1LUNA(루나 단위)당 2만 원 아래에서 거래되고 있다. 전날 50% 가량 급락한 데 이어 이날도 전날 대비 50% 넘게 빠졌다.

2021년 700원에 거래되다 올해 4월 15만 원 가까이 가격이 상승했었던 점을 고려하면 대폭락이라 할 수 있다.

가상화폐거래소 코빗은 10일 루나를 거래 유의종목에 지정하기도 했다.

한국인 개발자인 권도형 테라폼랩스 공동대표가 이끄는 블록체인 프로젝트 '테라'가 서비스 출범 이후 최대 위기에 직면했다는 시선이 나온다.

테라폼랩스는 가상화폐 테라(UST)와 루나를 개발해 운영하고 있다.

테라는 달러와 1대 1로 가치가 고정된 '스테이블코인'이며 루나는 테라가 항상 달러와 같은 가격을 유지하도록 돕는 '채굴코인'이다.

테라의 가격이 달러보다 떨어지면 루나를 발행해 테라를 사들인다. 통화량을 줄여 테라의 가격을 올리는 것이다. 반대로 테라의 가격이 달러보다 높아지면 테라를 추가 발행해 가치를 떨어뜨린다. 

하지만 최근 고정된 가치가 중요한 테라의 가격이 흔들리고 있다. 테라는 7일과 9일 1달러 고정이 무너져 한 때 0.6달러대까지 내려갔다가 현재 0.8달러 수준으로 올랐다.

테라를 위해 비트코인을 사들이는 조직인 루나파운데이션가드(LFG)의 지갑에서 9일 4만2530BTC(비트코인 단위)가, 10일에는 2만8206BTC가 각각 빠져나갔지만 1달러 회복에 실패한 셈이다.  

앞서 루나파운데이션가드는 약 35억 달러(4조4500억 원) 규모의 비트코인을 매입하며 준비금을 마련해뒀다. 

권도형 대표는 테라의 가치를 높이기 위해 유동성을 확대하는 등 대응방안을 찾고 있다.

루나파운데이션가드는 테라의 달러 가치 연동 강화를 위해 비트코인과 테라에 15억 달러(약 1조9155억 원)를 투입할 계획이라고 9일 밝혔다.

권 대표는 트위터를 통해 "(이번 계획의) 목표는 자본을 전문 시장 조성자의 손에 두는 것"이라며 "이를 통해 테라 페그 주변의 유동성을 크게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권 대표는 1991년 태어나 대원외국어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미국 스탠퍼드대학교에서 컴퓨터공학을 전공했다. 대원외고 재학 시절 '하빈저'라는 특목고 영자신문을 만들어 해외명문대 입시정보 공유 플랫폼으로 발전시켰다.

대학 졸업 후 마이크로소프트와 애플에서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로 근무했으며 2015년 한국에서 와이파이 공유서비스인 애니파이를 창업해 운영하기도 했다.

권 대표가 본격적으로 가상화폐에 관심을 가진 때는 2016년 즈음이다.

그는 2016년 4월19일 블룸버그와 인터뷰에서 "분산 네트워크를 연구하다 암호화폐라는 '토끼굴'에 빠져들었다"고 말했다. 이후 권 대표는 2018년 신현성 티몬 창업자와 손잡고 테라폼랩스를 설립했다.

테라폼랩스는 설립된 지 3년 만에 탈중앙화금융 시장 선두그룹에 올랐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테라폼랩스는 이더리움에 이어 세계 2위의 탈중앙화금융 플랫폼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이런 성과로 권 대표는 2019년 포브스 선정 30세 이하 아시아 리더 30인에 꼽히기도 했다.

업계에서는 테라와 루나의 어려움이 일시적 성장통이라는 진단이 나온다.

김서준 해시드 대표는 10일 트위터를 통해 “테라는 지금까지 큰 성장통 없이 탈중앙화금융(디파이) 예치자산 규모 2위를 달성했다”며 “지금은 그동안 없었던 성장통에 직면한 것”이라고 했다.

또 “테라의 유동성은 무너졌지만 가격 연동(페깅) 메커니즘 자체는 잘 보존됐다”며 “충분한 유동성이 공급되면 테라 가격은 1달러로 다시 돌아올 것”이라고 바라봤다.

해시드는 국내 블록체인 전문 투자회사 가운데 유일하게 건실하다고 평가받는 곳이다. 김남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