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LG그룹은 4대그룹 가운데 주도적 계열사가 없는 유일한 곳으로 볼 수 있다. 이 곳 덕분에 다른 계열사들이 다 먹고 산다고 할 만한 그런 기업이 없다는 얘기다. 

삼성그룹만 봐도 이른바 '삼성후자'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삼성전자를 향한 의존도가 높다. 삼성디스플레이, 삼성전기 같은 주요 부품 계열사들이 반도체와 스마트폰, TV 세계 1위 기업인 삼성전자 덕에 먹고 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데스크리포트 5월] LG에너지솔루션 미래를 밝게 봐도 좋은 이유

▲ 권영수 LG에너지솔루션 대표이사 부회장.


SK그룹도 삼성전자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SK하이닉스가 있다. 또 SK이노베이션 SK텔레콤 등 확실한 현금창출력을 바탕으로 여러 계열사를 이끌어 가는 기업들이 많다. 

현대자동차그룹도 현대차와 기아의 비중이 높다. 나머지 계열사들은 이 두 회사에 소재와 부품을 팔아 유지한다고 볼 수 있을 정도다.

물론 LG그룹에도 지난해 매출액 74조 원을 올린 LG전자를 비롯해 유수의 글로벌 기업이 여럿 있다. 하지만 여러 계열사들을 먹여 살린다고 할 만한 그런 회사는 딱히 꼽을 곳이 없다.

확실한 주도적 기업이 없다는 점은 안정성 측면에선 단점으로 작용할 수 있지만 계열사 별로 생존력을 높이는데 도움이 될 수 있다.

LG디스플레이가 대표적이다. 삼성전자 비중이 압도적인 라이벌 삼성디스플레이와 달리 LG디스플레이는 LG전자뿐 아니라 주요 글로벌 고객사가 10곳이 넘는다. 심지어 삼성전자와도 TV용 대형 올레드 공급을 놓고 협의할 정도다. 

LG전자만 쳐다 보다가는 먹고 살기 힘들어질 수 있어서 고객사를 열심히 개척해 생존력이 강하다는 자존감을 가진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올해 코스피에 상장해 단박에 SK하이닉스를 제치고 시가총액 2위 기업으로 떠오른 LG에너지솔루션도 사정은 비슷하다. 딱히 기댈 데가 없다 보니 글로벌 시장을 열심히 개척해 높은 사업경쟁력을 갖추게 된 것으로 평가된다.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해 매출액 20조 원가량을 올렸다. 전기차 배터리 분야에선 지난해 말 기준 사용량 점유율 20%선인 세계 2위 기업이다. 1위 기업인 중국의 CATL과는 격차가 10%포인트 이상 난다. 

CATL은 세계에서 가장 크면서 텃세가 대단한 자국 전기차 시장을 기반으로 지난해까지 5년 연속 세계 1위를 차지했다. 현재까지 명실상부한 세계 최강이다. 

CATL을 비롯한 중국업체들이 강점을 가진 저가형(리튬인산철) 배터리 비중이 더욱 높아질 것이라는 전망까지도 나온다. 하지만 LG에너지솔루션의 미래는 결코 어둡지 않다. 오히려 CATL과 비교해 낫다고 할 수 있다. 이는 단지 고급제품을 만드는 기술력에만 국한한 얘기가 아니다.

LG에너지솔루션의 3월 말 현재 수주잔고는 300조 원 이상이다. 지난해 말 260조 원에서 단 한 분기 만에 40조 원을 더 늘렸다. 미국과 유럽, 인도네시아, 중국, 한국까지 5대 생산거점을 바탕으로 글로벌 고객사를 활발하게 확보한 덕분이다. 

CATL의 지난해 말 기준 수주잔고는 세계 5위 SK온과 비슷한 223조 원으로 전해졌다. CATL은 중국 내 위상이 점차 줄어들고 있다. 그런 데다 독일을 제외하고는 딱히 해외 생산거점이 없고 그마저도 제대로 가동되지 않고 있다.

글로벌시장 선점 경쟁에서 LG에너지솔루션에 뒤처지고 있는 것이다. 

중국 전기차 시장이 아무리 크다 해도 글로벌 시장 전체보다는 크지 않다. 전 세계에 걸쳐 생산거점을 가장 빠르게 늘리는 LG에너지솔루션과 CATL수주잔고 격차는 갈수록 더 벌어질 공산이 커 보인다. 

원재료 가격 상승 부담은 LG에너지솔루션이나 CATL이나 마찬가지다. 하지만 시장 장악력만 있다면 얼마든지 고객사에 전가도 가능하다. 전기차 시장의 확산은 시간 문제일 뿐 거스를 수 없는 대세다.

보호예수 물량이 풀렸느니, 배터리 원가 부담이 커지느니, LG에너지솔루션의 주가를 향한 부정적 전망은 여전히 많다. 물론 미래를 장담할 수 있는 이는 아무도 없다. 

하지만 지금까지 추이를 지켜볼 때 LG에너지솔루션의 미래에 베팅하지 않을 이유를 찾기가 힘들다는 시선이 점차 늘고 있다. 동학개미의 관심사는 아무래도 삼성전자 위주로 쏠려 있는데 LG에너지솔루션으로도 눈을 좀 돌려보라는 것이다. 박창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