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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리포트 5월] 현대차와 기아 생산 전망에 온도차가 나는 이유

박창욱 기자 cup@businesspost.co.kr 2022-05-04 08: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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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증권업계에선 최소 올해 상반기까지 반도체를 비롯한 자동차 부품 부족 현상이 전 세계적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시선이 아직 우세하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뿐 아니라 중국의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주요 도시 봉쇄조치 등으로 공급망 안정이 좀처럼 이뤄지지 않을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데스크리포트 5월] 현대차와 기아 생산 전망에 온도차가 나는 이유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어느 제조업이나 마찬가지지만 자동차회사도 부품을 원활하게 조달해 생산을 늘려야 판매량이 확대된다.

현대차그룹은 공급망 불안으로 올해 생산을 늘리기가 만만치 않은 상황에 놓인 것으로 분석된다. 

그런데 같은 그룹 계열사인데도 1분기 실적 콘퍼런스콜에서 내놓은 현대차와 기아의 앞으로 생산 전망을 보면 온도차가 확실하게 나타난다. 

현대차는 증권업계의 대체적 시선과 비슷한 전망을 내놨다. 차량용 반도체 공급부족 등 경영 불확실성이 한동안 이어질 것이라고 바라봤다. 

그럼에도 현대차는 연초 세운 매출과 영업이익률 목표를 유지하기로 했다. 생산 확대가 힘들긴 해도 어떻게든 잘 꾸려가보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으로 풀이된다.

반면 기아는 2분기부터 공장가동률을 빠르게 최대화해 실적 개선 속도를 더욱 높이겠다는 자신감 있는 태도를 보였다. 이에 기아가 지난해에 이어 사상 최대 매출과 영업이익 기록을 올해도 새로 쓸 수 있다는 기대감까지 나온다.

한 그룹 내 형제 회사 사이에 왜 이렇게 자동차 생산 전망을 놓고 온도 차이가 날까. 아무래도 판매 규모가 다르다 보니 그럴 수 있다. 

현대차는 지난해 글로벌 시장에서 389만 여대를 팔았다. 기아는 277만 대가량을 판매했다. 판매량에서 112만 대 차이가 나니 생산 전망을 놓고도 형님 현대차가 아무래도 신중한 태도를 보인 것으로 풀이된다. 생산이 많을수록 부품 부족에 대응해 융통성을 발휘할 여지가 적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외형 만으로 두 회사가 생산 전망에서 보인 확연한 태도 차이가 모두 설명되지는 않는다. 현대차보다는 작지만 기아 역시 세계적 자동차 기업이다. 글로벌 공급망에서 홀로 자유롭다고는 보기는 힘들다.

기아가 현대차와 비교해 희망적 생산 전망을 보인 데는 두 회사의 노사관계에서 단서를 찾을 수 있다는 시선도 있다.

기아 노사는 최근 화성3공장에서 생산하는 EV6를 화성2공장에서 병행생산 하는데 합의한 것으로 파악된다. 화성2공장은 현재 생산 5년차에 접어들며 주문량이 감소하고 있는 K3를 생산하고 있다.

반면 EV6는 현재 몰려드는 주문을 감당하지 못해 고객에게 차량을 인도하기까지 약 18개월이 걸린다. 이런 적체 물량을 해소하기 위해 기아 노사는 생산시설 운영에서 융통성을 발휘한 것이다.
 
[데스크리포트 5월] 현대차와 기아 생산 전망에 온도차가 나는 이유
▲ 기아 EV6.

물론 이런 조치는 일견 당연해 보인다. 하지만 현대차그룹은 국내에서 전기차 생산라인을 새로 돌리려 해도 인력투입 등을 놓고 단체협약에 따라 반드시 노조와 협의를 거쳐야 한다.
  
기아는 현재 생산시설 운영에서 노조와 최소한 협조가 이뤄지고 있다고 볼 수 있는 셈이다. 

이런 분위기가 바탕에 깔려 있다보니 송호성 기아 대표이사 사장은 일찌감치 3월 주주총회에서부터 하반기 생산확대를 놓고 자신감을 보인 것으로 분석된다.

이와 달리 현대차는 올해 노사관계에 심상치 않은 조짐이 감지된다. 

현대차 노조는 올해 임금협상에서 기본급 16만5200원 인상, 순이익 30% 성과급 지급, 사실상의 정년 1년 연장 등 내용을 담은 요구안을 최근 확정했다. 

기본급이나 성과급이야 협상 전에 센 조건을 붙인다 쳐도 사실상의 정년 연장은 회사로서는 쉽사리 받아들이기 힘든 조건으로 여겨진다. 더구나 직원 중에서도 세대 사이에 갈등이 벌어질 소지도 다분하다.

현대차 노조는 굵고 길게 교섭하겠다는 태도를 보이는 것으로 전해진다. 더구나 현대차는 올해 전기차의 해외 현지 생산을 늘려야 하는 상황에 놓여 있다. 

임금협상이 꼬이면 해외 생산을 놓고 노조와 협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을 공산도 커질 수밖에 없다. 국내 생산라인 전환뿐 아니라 차량의 해외생산 역시 노조와 반드시 협의해야 할 사항이다. 

그렇다고 기아가 노사관계에서 꽃길만 걸을 것이라고 보기도 힘들다. 기아 노조 역시 현대차와 마찬가지로 올해 강성으로 분류되는 집행부가 출범했다.

기아 노사는 현재 인력 충원 등을 놓고 이견이 큰 것으로 전해진다. 생산시설 운영에 협조 관계가 틀어질 가능성을 배제하기 힘들다.

현대차그룹은 정의선 회장 취임 뒤 사실상 첫해인 2021년 코로나19를 이겨내고 역대 최대매출을 달성했다. 올해까지 이어진 세계적 부품 부족현상에도 좀처럼 발목을 잡히지 않았다. 

현대차는 1분기에 8년 만에 최대 분기 영업이익을 거뒀고 기아는 분기 기준 사상 최대 영업이익 기록을 새로 썼다. 부품 부족에 전체 판매량은 줄었어도 비싼 차를 제값 받으며 많이 판 덕을 많이 봤다.

현대차그룹의 앞으로 2~3년은 전기차와 자율주행차 등 미래 모빌리티 전환의 기틀을 마련하기 위한 골든타임으로 평가된다. 

현대차그룹에게 올해는 지난해에 이어 질주를 이어갈지, 아니면 경쟁자들에게 밀려 때를 놓칠지를 가늠할 수 있는 분기점이 되는 셈이다. 

그런 현대차그룹에게 노조와 순탄한 관계를 유지하는 일은 원활한 부품 조달 이상으로 경영에서 중요한 과제다. 현대차그룹의 미래 기업가치를 가늠해보려면 무엇보다 노조 뉴스에 촉각을 곤두세워야 할 필요가 있다. 박창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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