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식업계와 유통업계 등이 ‘김영란법’ 시행을 앞두고 긴장하고 있다.

내수와 소비심리가 위축돼 있는 상황에서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이 시행되면 타격이 불가피하다고 보기 때문이다.

하지만 김영란법 시행으로 부정부패가 줄어들어 장기적으로는 경제성장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시각도 존재한다.

◆ 외식 및 유통업계 직격탄, 농·수·축산 업계도 타격 불가피

11일 업계에 따르면 김영란법 시행으로 외식업계와 유통업계가 직격탄을 맞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외식업체와 유통업체, 김영란법 시행 앞두고 바짝 긴장  
▲ 성영훈 국민권익위원회 위원장이 9일 정부세종청사 6동 공용브리핑실에서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일명 김영란법)' 시행령 입법예고 브리핑을 하고 있다.
국민권익위원회는 9일 김영란법 시행령을 입법예고했다. 김영란법은 9월 28일부터 시행된다.

시행령 제정안에 따르면 공직자, 언론인, 사학재단 이사진 등이 직무 관련인으로부터 3만 원 이상의 식사대접을 받으면 과태료를 내야 한다. 받을 수 있는 선물의 상한액은 5만 원, 경조사비는 10만 원이다.

한국외식업중앙회 산하 연구기관인 한국외식산업연구원은 김영란법이 시행되면 국내 외식업 연매출이 약 5%(4조1500억 원) 감소할 것으로 추정했다. 또 전체 외식업체의 약 37%가 김영란법 시행의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국외식산업연구원은 “외식업계는 현재 식재료비 및 인건비 상승과 경쟁 심화 등으로 수익성이 지속적으로 악화하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3만 원으로 식대 접대한도 기준이 정해지면 외식업의 폐업을 가속화시키는 결과를 낳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유통업계 역시 김영란법 시행으로 선물세트 등의 매출 감소가 불가피하다. 특히 고가의 선물이 많이 판매되는 백화점이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한 백화점 관계자는 “김영란법이 시행되면 아무래도 소비가 위축될 수밖에 없다”며 “고가의 선물이 인기가 높았기 때문에 선물 상한액이 5만 원으로 제한 될 경우 매출 감소가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백화점은 선물수요가 많은 명절 때 판매되는 5만 원 미만의 선물세트 비중이 5%에도 미치지 못할 정도로 고가선물 비중이 높다.

외식업계와 유통업계가 타격을 입을 경우 국내 농축산업계에도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외식업체들이 가격 상한선을 맞추기 위해 식재료를 값싼 수입산으로 대체하고 백화점이나 마트에서 가격대가 높은 굴비나 한우 등의 선물판매가 감소하면 국내 농·수·축산업계도 타격을 입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 장기적으로 긍정적 효과 기대

김영란법 시행으로 당장은 내수위축 등의 가능성이 있지만 부정부패가 줄어들어 장기적으로는 경제성장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외식업체와 유통업체, 김영란법 시행 앞두고 바짝 긴장  
▲ 대형마트에서 추석명절을 앞두고 선물세트를 판매하고 있다.
오정근 건국대학교 금융IT학과 특임교수는 “김영란법이 시행되면 일시적으로 소비가 위축되는 데 따른 문제점이 생길것”이라며 “하지만 규제로 인한 투자위축이나 성장위축 등의 문제가 해결되면 긍정적인 효과가 훨씬 클 것”이라고 예상했다.

안진걸 참여연대 협동사무처장은 “과도한 접대문화가 줄어들면 공정한 룰 속에서 경쟁이 가능해져 신뢰라는 사회적자본이 축적되고 경제가 균형있게 발전하는데 훨씬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국가의 투명성과 경제발전은 정비례 관계에 있다.

현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의 1인당 국내총생산(GDP)과 부패인식지수(CPI)의 관계를 분석한 결과 사회 투명성이 높아져 CPI 지수가 1% 오를 때 1인당 GDP는 연평균 0.029% 상승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한국의 부패인식지수는 지난해 기준으로 56점으로 OECD 평균(67.2점)보다 낮았다.

한국의 투명성지수가 지난해 OECD 평균 수준을 기록했다면 지난해 경제 성장률은 0.32%포인트 정도 더 높았을 것으로 추산된다. 한국의 지난해 경제성장률은 2.6%였다. [비즈니스포스트 백설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