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선이 이끄는 현대차와 현대미술의 '동행'  
▲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오른쪽)이 20일 영국 테이트 모던 뮤지엄과 후원 계약 체결 후 니컬러스 세로타 테이트 관장(맨 왼쪽), 영국 문화미디어스포츠부 마리아 밀러 장관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현대차가 현대미술과 '동행'을 하면? '명품차'의 이미지가 선명해진다.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의 '모던 프리미엄' 브랜드 전략이다. 정 부회장이 그 속도를 더욱 올리고 있다.

현대차는 지난 20일 영국 테이트 모던 뮤지엄(Tate Modern Museum)과 11년 장기후원 계약을 맺고 내년부터 2025년까지 미술관 내 터빈홀의 전시운영 기금을 독점지원하기로 했다. 현대차와 테이트 모던 뮤지엄은 ‘현대 커미션’이라고 이름붙인 후원 프로그램을 통해 현대 미술가들의 설치예술작품을 터빈홀에 전시할 계획이다. 5층 규모의 미술관 전체를 연결하는 터빈홀은 초대형 전시 공간이자 미술관의 상징적 장소인데, 매년 한 명의 작가를 선정해 특별 전시 프로젝트를 진행해왔다. 세계 최대 관람객을 자랑하는 현대미술관인 테이트 모던 뮤지엄의 심장부에서 이제 현대차의 로고를 만나 볼 수 있게 됐다.

후원 계약 체결 후 열린 간담회에서 정 부회장은 “자동차는 사람과 예술을 연결시키고 더 나아가 사람을 감성적으로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에 추진하는 파트너십과 후원프로그램은 전통적 장벽을 초월하는 매개체가 되어 장르, 국적, 성별, 이데올로기, 심지어 역사관까지 초월하는 다양한 예술 사업을 펼쳐나가게 될 것”이라고 덧붙여 이번 후원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냈다.


현대차는 지난해 11월에도 국내 최대 규모의 예술 후원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국립현대미술관에 올해부터 10년 동안 120억원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현대차와 국립현대미술관은 세계적으로 경쟁력을 지닌 한국 중진작가를 매년 한 명 선정해 개인전을 개최하고 신진작가 발굴에도 힘써 한국 현대미술의 세계화에 앞장서겠다는 계획이다. 중진작가 개인전에는 90억원, 신진 작가 발굴에는 30억원이 지원될 예정이다.


연이은 대규모 메세나(기업의 문화예술 지원)를 계기로 정 부회장이 2011년부터 강조해온 ‘모던 프리미엄’ 전략은 한층 선명한 색을 띄게 됐다. 2011년 1월 미국 디트로이트 모터쇼에서 정 부회장은 “모든 것이 빠르게 변화하고 있는 지금, 고객 만족을 위해서는 고객이 기대하는 이상의 감성적인 가치를 창출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러한 현대차의 새로운 전략을 ‘모던 프리미엄’이라 지칭했다. 모던 프리미엄은 ‘품질 대비 값싼 자동차’라는 이미지를 벗어내고 현대차에 감성을 더해 고급차 브랜드로 키우겠다는 전략인 것이다. 이후 정 부회장은 현대차의 문화예술 지원 사업을 주도해왔다.

‘모던 프리미엄’이라는 큰 그림을 그린 정 부회장은 그가 현대차에 더하고자 했던 감성을 현대미술로부터 길어 올리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동안 현대차는 세계 자동차 시장 5위임에도 불구하고 경쟁기업에 비해 브랜드 정체성이 약하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가령 토요타에는 ‘일본의 혼’이, 벤츠에는 ‘독일 장인의 정신’이 담겨 있는데 현대차에는 ‘그 무엇’이 없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제 모던 프리미엄 전략을 통해 현대차에는 현대미술의 모던한 감성이 배여들도록 하겠다는 것이 정 부회장 생각이다.

지난해 11월 초 경영회의에 참석한 정몽구 회장은 “차를 파는 것은 대한민국의 문화도 함께 파는 것”이라고 말해 정 부회장의 모던 프리미엄 전략에 힘을 실어주기도 했다. 최근 현대엔지니어링과 현대엠코의 합병이 정의선 체제 전환을 위한 포석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는 상황에서 현대차의 모던 프리미엄 전략은 더욱 활기를 띌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그 중심에 정 부회장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