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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대.넓.얕.’ 인문학이 어렵다는 편견을 깨다

김수정 기자 hallow21@businesspost.co.kr 2016-05-02  19:4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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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대.넓.얕.’

‘지적 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채사장 지음, 한빛비즈)은 출판계와 독자들 사이에서 ‘지.대.넓.얕’이란 줄임말로 불린다. 발음조차 쉽지 않지만 알 만한 사람은 다 알아듣는다.

  ‘지.대.넓.얕.’ 인문학이 어렵다는 편견을 깨다  
▲ '지적 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의 저자 채사장.
그만큼 많이 팔렸고 꾸준히 팔리고 있다는 뜻이다. 근래 출판계에서 보기 드문 ‘히트상품’으로 꼽힌다.

이 책은 팟캐스트 인문학 강의로 유명한 저자 '채사장'이 주요 강의내용을 묶어 펴낸 2권짜리 인문학서다. 인문학 열풍은 수년전부터 뜨거웠다. 인문학 저서 출간도 봇물을 이뤘다.

책에 관한 한 제법 ‘엄숙주의’적 태도를 지닌 이들에게 ‘지적 대화’가 유독 잘 팔리는 것은 얼핏 이해되지 않는다. ‘지적’과 ‘얕은’이라는, 서로 어울리지 않을 법한 형용사를 정면에 내세운 제목은 다소 경박함마저 준다.

그런데도 2014년 첫 출간된 뒤 단숨에 베스트셀러 순위에 진입한 뒤 햇수로 2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인기가 식을 줄 모르고 있다.

저자인 채사장은 필명이지만 이제는 어느덧 출판계의 ‘브랜드’로 자리잡았다. 그가 쓴 지대넓얕 뿐 아니라 또 다른 책 ‘시민의 교양’까지 3권이 4월말 현재 베스트셀러 20위권에 포진해 있다.

요즘처럼 책이 안 팔리는 시대에 베스트셀러에 들기도 어렵지만 스테디셀러로 독자의 꾸준한 사랑을 받기란 절대 쉬운 일이 아니다.

이 책의 무엇이 독자들의 마음을 움직인 것일까.

인문학(人文學, humanities)이란 주로 인간과 관련된 근원적인 문제나 사상, 문화 등 연구하는 학문을 통칭한다. 역사와 법률, 철학, 고고학, 예술사학 등 범위가 폭넓다.

첨단과학의 발전 한편으로 인문학적 사고와 지식에 대한 요구도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그러나 막상 학자나 전문가가 쓴 책들을 보면 대중들이 쉽게 접근하기 어려운 것도 사실이다.

‘지.대.넓.얕’의 저자 채사장은 이런 점을 파고 들었다. 알고자 하나 쉽게 알기 어려운 인문학 입문의 길잡이를 자처한 것이다. 말하자면 인문학 패키지여행의 가이드라고 할법하다.

깊이 있게 알고 경험하기는 어렵지만 짧은 시간 안에 여러 곳을 훑을 수 있는 장점이 있는 것이다. 또 그러다보면 세부를 자세히 들여다볼 때 놓치기 쉬운 거시적 안목도 생겨난다.  

저자는 인문학에서 다루는 여러 주제로 향하는 문의 ‘열쇠’는 쥐어주지만 각각의 방안을 탐색하고 사고하는 것은 순전히 독자들의 선택지로 남겨둔다.

‘지.대.넓.얕’은 역사편과 현실너머편의 2권으로 이뤄졌으며 각각 5개의 폭넓은 주제를 다룬다. 역사편은 역사, 경제, 정치, 사회, 윤리로 각장이 나뉘어져 있다. 2권에 해당하는 현실너머편은 철학, 과학, 예술, 종교, 신비를 주제로 한다.

역사편만 해도 원시 공산사회로부터 고대 노예제사회, 중세 봉건제사회, 근대 자본주의, 현대에 이르기까지 수천 년의 역사를 수십 페이지 분량으로 훑는다.

그러나 이런 방대한 역사를 단지 연대기순으로 줄거리 요약만 하고 있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역사를 관통하는 하나의 중심 키워드는 생산수단과 생산물이다.

역사발전을 다분히 경제사적 관점에서 바라보는 것이지만 개인과 개인의 관계에 비춰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풍부한 예시와 함께 속도감 있게 들려준다. 또 이를 통해 변화하는 사회 체제 안에서 권력이 만들어지고 개인과 계급, 국가간의 갈등양상이 어떻게 전개돼왔는지를 일목요연하게 보여준다.

책이란, 특히 인문학이란 읽기 어렵고 지루하며 난해하다는 편견을 보기 좋게 깼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물론 제목이 의도하는 대로 책을 읽고 ‘지적’ 대화를 가능하게 해줄지는 모르겠다.

  ‘지.대.넓.얕.’ 인문학이 어렵다는 편견을 깨다  
▲ '지적 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
하지만 적어도 이 책이 ‘넓은’ 것은 맞지만 메시지조차 ‘얕은’ 것만은 아닌 듯하다. 오히려 인문학 열풍 속에 지나치게 어렵고 그로 인해 독자들의 등을 돌리게 만드는 것과 달리, 가볍고 쉽게 읽히도록 하면서 개인과, 나아가 사회 속에서 일어나는 현실의 제반 문제들에 대해 성찰하도록 이끈다.

저자는 대상독자를 명확히 한정하고 있는데 '가난한데도 보수층을 열심히 뽑고 있는 이들'도 해당한다.  독자들이 쉽게 이해하고 읽을 수 있도록 했지만 책을 다 읽은 뒤 개인과 사회에 대한 반성적 인식을 요청한 것이다. 

요즘 책을 정말 안 읽는다고 한다. 여러 이유가 있을 테지만 저자는 한국인들이 책을 안 읽는다는 지적에 대해 개인적 부채의식을 품지 말 것을 조언한다. 개인의 탓이 아니라 먹고 살기에 바쁜 사회구조에 원인이 있다고 보는 것이다.

일부 맞는 말이다. 그러니 굳이, 늘 난해하고 전문적인 책을 읽을 필요도 없다. 바쁜 일상에 쫓기다보면 서서 간단하게 한끼를 떼우는 일도 있는 법이다. 그 한끼가 잘 차려진 정찬보다 영양가가 없다고 누가 장담하겠는가. [비즈니스포스트 김수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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