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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창극 총리 후보자(왼쪽)와 박근혜 대통령 |
박근혜 대통령의 자존심과 문창극 국무총리 후보자의 버티기 가운데 어느 쪽이 더 오래갈까?
박근혜 대통령이 중앙아시아 순방에서 돌아온 지 23일로 사흘째가 됐다. 박 대통령 귀국 후 문 후보자의 거취에 대한 표명이 있을 것이라는 애초 전망과 다른 양상이 펼쳐지고 있다. 박 대통령은 문 후보자의 임명동의안 재가와 지명철회 중에서 결정하지 못하고 있다. 문 후보자는 자진사퇴를 할 생각이 없어 제 갈 길을 가고 있다.
청와대는 지난 18일 "박 대통령이 귀국 후 (임명동의안) 재가여부를 검토할 것"이라고 밝혀 그가 귀국한 21일 이후 신속한 결말이 날 것으로 예상됐다. 그러나 의외로 별다른 공식입장 표명없이 시간이 흘러가고 있다.
청와대 민경욱 대변인은 23일 기자들과 만나 "문 후보자와 관련한 특별한 움직임을 말할 게 없다"고 짧게 언급했다.
박 대통령은 22일 별다른 외부일정 없이 참모들로부터 문 후보자 사태에 대한 여론 동향 등을 보고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박 대통령의 침묵이 계속되는 것은 박 대통령이 문 후보자의 거취를 놓고 고심이 깊다는 것을 의미한다.
문 후보자가 스스로 물러나지 않을 경우 결국 지명을 철회해야 하지만 이는 인사실패를 선언하는 셈이라 선택하기가 쉽지 않다.
이 때문에 청와대 입장에서 문 후보자가 자진사퇴하는 것이 최선이다. 청와대가 임명동의안 재가를 박 대통령 귀국 후로 미룬 점과 귀국 후에도 재가를 하지 않은 점은 사실상 문 후보자에게 자진사퇴할 시간을 준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청와대는 박 대통령이 귀국한 지난 21일 밤 이후로 다양한 채널을 통해 문 후보자에게 자진사퇴를 강하게 설득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문 후보자는 버티고 있다. 그는 23일 정부서울청사 창성동 별관의 집무실로 출근하면서 “오늘 아무 할 말이 없다”며 “조용히 제 일을 하면서 기다리겠다"고 말했댜. 자진사퇴할 의사가 없다는 뜻을 밝힌 것이다.
정치권 안팎에서 문 후보가 설령 총리로 인준을 받지 못하더라도 인사청문회를 통해 그동안 불거졌던 여러 사안을 놓고 발언할 기회를 얻음으로써 명예회복을 하려는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는다.
새정치민주연합 박지원 의원은 23일 평화방송 라디오와 인터뷰에서 “문창극 후보자가 내가 총리 하려고 했느냐, 대통령이 지명하고 이럴 수 있느냐라며 억울해한다는 말이 있다”고 전했다.
한 대학교수는 “문 후보자는 역대 총리 후보자 중 자신을 지명한 대통령이 재가를 하지 않아 낙마하는 최초의 인물이 될 위기에 처했다”며 “자신의 명예를 조금이라도 보상받고 싶어 끝까지 버티는 것”이라고 추측했다.
문 후보자의 거취를 놓고 어떤 형태의 결론이 나든 김기춘 비서실장은 그 책임론에서 자유롭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박지원 의원은 “박근혜 대통령이 김기춘 실장의 거취를 가장 고심하겠지만 김기춘 실장도 민심악화를 거스를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실장이 총리 문제를 마무리하고 물러날 것이라는 기대를 내비친 것이다.
그러나 여권 내부에서 김기춘 실장을 옹호하는 목소리도 여전하다. 한 여권 고위 관계자는 김 실장이 인사위원장이라는 이유로 모든 인사에 책임을 질 수는 없다고 김 실장을 편들었다. 이는 여전히 김 실장이 없는 정국운영에 대해 박 대통령이 자신감을 품지 못하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