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준 LX그룹 회장이 신사업 자금마련을 위해 계열사 LX판토스의 상장을 본격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LX그룹과 LG그룹이 법적으로 계열분리를 마무리하면 그동안 LX판토스의 상장에 잠재적 불안요소로 여겨졌던 일감 몰아주기 관련 부담도 해소된다.
14일 재계에 따르면 LX그룹과 LG그룹이 법적 계열분리요건을 갖추게 되면서
구본준 회장이 LX판토스의 상장 논의에도 시동을 걸 것으로 예상된다.
LX판토스는 LX그룹의 맏형 격인 LX인터내셔널(옛 LG상사)이 지분 51%를 보유한 물류 자회사다. 해마다 연결기준 매출 4조 원, 영업이익 1천억 원 이상을 꾸준히 거둬 LX그룹의 ‘알짜’ 비상장회사로 여겨진다.
구 회장은 LX판토스가 상장을 통해 유치한 자금을 LX인터내셔널의 신사업 투자자금뿐만 아니라 LX홀딩스의 계열사 신사업 지원자금으로도 활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LX판토스의 상장 방식으로는 구주매출이 아닌 신주발행을 통한 기업공개를 선택할 공산이 크다. 공정거래법상 지주회사의 자회사(LX인터내셔널)는 자회사(LX판토스) 지분을 50% 이상 보유해야 하기 때문이다.
LX인터내셔널(당시 LG상사)는 2015년 LG그룹 오너일가들로부터 LX판토스(당시 판토스) 지분 51%를 3147억 원에 사들였다. 당시만 해도 판토스의 기업가치를 대략 6200억 원 수준으로 본 것이다.
2021년 3분기 말 기준으로 LX인터내셔널은 LX판토스 지분 51%의 장부가치를 5550억 원으로 평가했는데 이는 LX판토스의 기업가치를 1조 원 이상으로 보고 있다는 뜻이다.
LX판토스의 평가가치가 높아진 만큼 구 회장으로서는 지금이 상장 추진의 적기일 수 있다.
지난 5월 LX그룹의 계열분리 독립에 앞서 분리돼 나갈 LG그룹 계열사 가운데 LG상사(현 LX인터내셔널)가 포함됐다는 것이 알려졌을 때부터 재계에서는 구 회장이 LX판토스 상장을 통해 신사업의 종잣돈을 마련할 것이라는 시선이 나왔다.
LX인터내셔널도 3월 정기주주총회를 통해 전자상거래 및 디지털콘텐츠 플랫폼사업, 폐기물 수집 및 처리시설 운영 등 친환경사업, 헬스케어사업 등 7개 신사업분야를 사업목적에 추가하는 정관 변경안건을 승인받는 등 신사업을 추진할 준비를 해 왔다.
다만 구 회장은 계열분리 이후 LX판토스의 상장 관련 논의를 바로 진행하지 않았다. 공정거래법 관련 부담이 불안요소로 작용했기 때문으로 추정된다.
LX판토스는 LG그룹 시절부터 계열사 물류일감의 실적 의존도가 높아 일감 몰아주기의 관점에서 공정거래위원회의 주시 대상이었다. 지난해에는 별도기준 매출 2조7283억 원 가운데 66%인 1조8029억 원이 LG그룹 계열사들과의 거래에서 나왔다.
이 문제를 해소하려면 LX그룹이 LG그룹에서 완전히 독립해 LX판토스와 LG그룹 계열사들의 거래가 더 이상 내부거래가 아니게 되도록 해야 한다.
LX그룹이 LG그룹으로부터 독립하기는 했지만 법적으로는 아직 독립 기업집단으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었다.
공정거래법상 오너일가의 계열분리를 통한 독립이 인정되려면 한 그룹 특수관계인이 상대 그룹 계열사 지분을 3% 미만으로 보유해야 하는데 이 조건을 충족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동안 LX홀딩스의 최대주주는 지분율 7.72%의
구본준 회장이 아닌 지분율 15.95%의
구광모 LG그룹 회장이었다.
구본준 회장도 LG 지분을 7.72% 보유하고 있었다.
이번에 LX그룹과 LG그룹 오너들이 지분정리 작업을 진행하면서 LX그룹의 완전한 독립이라는 LX판토스 상장의 전제조건이 곧 갖춰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날
구본준 회장은 장이 열리기 전 LG그룹 지주사 LG의 보유지분 7.72% 가운데 4.18%를 시간외 대량매매(블록딜) 방식으로 매각하고 매각 대금으로
구광모 회장 등 LG그룹 특수관계인이 보유한 LX홀딩스 지분 32.32%를 장외에서 사들이는 계약을 맺었다.
구본준 회장은 LG 보유지분 1.5%를 LG그룹 복지재단 3곳에 나눠 기부하기도 했다.
이 거래와 기부를 통해
구광모 회장 일가는 LX홀딩스를 포함한 LX그룹 계열사 지분을 보유하지 않게 됐고
구본준 회장 일가는 LG 지분율이 합산 2.96%로 낮아졌다.
이날 LX그룹과 LG그룹 오너들이 상대 지주사 지분을 3% 이상 교차보유하고 있던 문제가 해소된 것이다.
LX홀딩스 관계자는 “이번 LX와 LG의 지분정리를 통해 계열분리 요건이 충족됐다”며 “앞으로 두 그룹은 공정거래위원회에 계열분리를 신청하는 등 계열분리를 위한 절차를 순차적으로 진행할 것이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강용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