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호 11번가 대표이사 사장이 마이데이터시장 진출로 데이터커머스분야에서 앞서나가기 위한 시동을 걸고 있다.

11번가는 본인인증 플랫폼과 클라우드 등 마이데이터사업을 위한 필수자산을 갖추고 있는 SK텔레콤을 모회사로 두고 있다. 또 데이터 분석과 활용분야에 강점을 지닌 아마존과 전략적 협업관계에 있어 다양한 시너지를 모색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11번가 마이데이터 신청, 이상호 아마존 더해 데이터커머스 본격화

▲ 이상호 11번가 대표이사 사장.


1일 11번가에 따르면 최근 금융위원회에 본인신용정보관리업(마이데이터사업) 예비허가 신청서를 제출한 데 이어 마이데이터 서비스 개발과 운영을 위한 경력직 직원 채용도 진행하면서 조직구성과 인력 확보작업도 시작했다.

마이데이터사업은 개인정보 사용 승인을 받아 여러 금융사 등에 퍼져있는 사용자의 금융정보를 취합해 활용할 수 있게 하는 사업이다.

현재는 금융권 기업들을 중심으로 시장이 활성화되고 있지만 유통과 통신, 의료 등 다양한 산업영역에서 마이데이터의 활용성이 무궁무진한 것으로 평가된다.

이미 빅데이터에 바탕한 개인 맞춤형 서비스가 대세인 데다 새로운 이익을 창출할 수 있는 다양한 사업모델 개발이 기대되기 때문이다.

이 사장은 마이데이터사업시장에 직접 뛰어들어 이런 데이터경제시대에 앞서나갈 수 있는 경쟁력을 갖추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11번가 등 유통기업들은 고객의 구매정보, 결제정보 등을 바탕으로 한 개인 맞춤형 추천서비스, 상품 추천 광고 등을 하고 있고 최근 금융사 등과 제휴를 통해 마이데이터를 활용한 사업모델 개발에도 나서고 있다.

하지만 직접 마이데이터사업 자격을 획득한 곳은 아직 없다. 11번가가 이커머스업계에서는 처음으로 마이데이터사업 자격 획득을 위한 절차를 시작한 것이다.

이 사장은 마이데이터 서비스 적용이나 새로운 모델 개발부분에서 아마존과 파트너십에 따른 시너지를 기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아마존은 일찍부터 고객의 구매데이터 등 각종 데이터를 분석해 경영전략에 반영해왔다. 

고객들이 아마존 플랫폼을 사용하면서 남기는 데이터 분석을 통한 개인화서비스는 아마존의 대표적 성공전략으로 꼽힌다.

아마존은 11번가와 협업으로 아마존글로벌스토어를 준비할 때도 한국 고객 데이터 분석을 중심에 뒀다.

11번가의 아마존글로벌스토어에 한국 해외직구 고객들이 선호하는 상품 16만 개가량을 선별해 취급하는 ‘특별 셀렉션’을 마련한 게 대표적 예다. 아마존은 이 특별 셀렉션 상품들은 별도의 물류창고에서 관리하면서 배송기간도 일반상품들보다 평균 2일 이상 줄였다.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창업자는 2001년 아마존에 책 미리보기 기능을 처음 도입할 때 반대에 부딪히자 “아마존은 무언가를 팔 때 돈을 버는 것이 아니다”며 “아마존은 소비자가 구매를 효과적으로 결정하도록 도와줄 때 돈을 버는 기업”이라고 말했다.

일찍부터 고객 분석을 통한 맞춤형 서비스, 데이터의 사업적 가치를 바라본 것이다.

아마존은 소비자의 구매 데이터를 분석해 맞춤형 제품을 추천하는 서비스에 힘을 실어 매출 증가에 큰 효과를 본 것으로 알려졌다. 

아마존은 고객의 기존 구매패턴에 따라 고객이 주문하기 전에 미리 고객이 필요로 하고 사고 싶어할 만한 상품을 배송하고 구매 여부를 결정하게 하는 서비스까지 준비하며 데이터커머스를 확대하고 있다.

이 사장도 2018년 독립법인으로 출범한 11번가 대표를 맡은 뒤 플랫폼에 빅데이터를 적극적으로 적용해 추천시스템의 정확도와 고객 구매 전환비중을 높이는 부분에 힘을 실어왔다.

이 사장은 인공지능 등 ICT기술분야 전문가로 꼽히는데 11번가를 맡은 것도 그룹 차원에서 커머스 플랫폼의 검색과 쇼핑, 결제 데이터의 가치와 잠재력을 높이 평가했기 때문으로 여겨진다.

이 시장은 SK플래닛 기술총괄 등을 거쳐 SK텔레콤에서 인공지능 서비스를 개발했고 다음커뮤니케이션에서 검색부문장을 지낸 경력도 있다.

11번가는 현재 고객이 장바구니에 담아둔 상품 가운데 가장 사고 싶어할 것 같은 상품을 고객이 가장 결제를 많이 한 시간대에 맞춰 알림으로 보내는 ‘장바구니 리마인더’ 서비스 등을 운영하고 있다. 

2020년 10월에는 농협은행과 마이데이터사업 추진을 위한 업무협약을 맺고 유통과 금융데이터를 결합해 새로운 서비스를 개발하는 데 힘을 실어왔다.

11번가가 마이데이터사업자 자격을 획득하게 되면 고객 동의 아래 다양한 금융데이터 등을 확보해 더 정교하고 다양한 데이터 기반 서비스를 개발하고 제공하는 데 박차를 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11번가는 모회사인 SK텔레콤이 클라우드, 빅데이터 등 ICT분야 기술과 인프라를 갖추고 있어 마이데이터사업 진입이 다른 이커머스기업과 비교해 한층 수월할 수 있다는 이점도 있다.

마이데이터사업을 위해서는 정보를 들고 오는 과정에서 본인인증을 위한 인증수단, 응용 프로그램부터 마이데이터 자료를 수집, 분석, 저장하는 클라우드시스템 등이 필요하다. 개인정보 보호를 위한 시스템도 중요한 부분이다.

11번가는 이런 부분에서 SK텔레콤을 비롯한 그룹 계열사와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SK텔레콤은 이미 농협과 마이데이터사업 관련 협약을 맺고 이통3사 본인인증 애플리케이션(앱) 패스를 통해 인증서비스를 제공하고 있고 BC카드, 하나카드 마이데이터 서비스를 위한 클라우드 관리솔루션 구축 등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11번가 관계자는 “금융당국에 마이데이터사업 허가 신청을 한 단계로 아직 구체적 사업계획 등은 정해지지 않았다”고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였다. [비즈니스포스트 박혜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