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같은 길에서 만날 수 있을까?

두 사람이 함께 제3지대를 무대로 대통령선거에 도전하는 그림은 실현되지 않을 것으로 보이지만 일각에선 결국 국민의힘에서 모일 것이라는 시선이 나온다. 
 
윤석열 김종인 거리두기 해도 접점은 있다, 결국 국민의힘에서 만나나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왼쪽)과 윤석열 전 검찰총장.


4일 정치권 안팎의 말을 종합하면 윤 전 총장과 김 전 위원장은 서로 거리를 유지한 채 각각 다른 정치적 행보를 하고 있다.

애초 김 전 위원장은 윤 전 총장을 놓고 ‘별의 순간을 잡았다’며 다음 대통령선거주자로서 잠재력을 높이 평가한 바 있다.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에서 물러난 뒤에는 윤 전 총장이 대선에 도전하기 위해 독자세력을 꾸리고 도움을 요청한다면 힘을 보태겠다는 뜻을 내비치기도 했다.

하지만 윤 전 총장이 최근 국민의힘 의원들을 잇달아 만나는 등 국민의힘 입당 쪽으로 가닥을 잡는 것처럼 보이자 김 전 위원장의 윤 전 총장에 관한 평가가 박해졌다.

김 전 위원장은 3일 경북대에서 강연을 마친 뒤 기자들을 만나 “윤 전 총장뿐 아니라 대선주자로 얘기가 나오는 사람들 여럿이 확고한 비전을 제시하지 못하는 것 같다”며 윤 전 총장을 두고 회의적 시각을 보였다.

앞서 김 전 위원장은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해 거대 양당이 아닌 제3세력으로서 집권에 성공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의 모델을 제시한 바 있다. 윤 전 총장의 ‘5월 정계진출설’을 꺼내 든 사람도 김 전 위원장이다.

이를 두고 김 전 위원장이 윤 전 총장에게 일종의 신호를 보냈다는 해석이 많았다. 그런데 윤 전 총장이 이에 호응하지 않자 김 전 위원장이 체면을 구기게 된 것도 사실이다.

김 전 위원장은 국민의힘을 떠난 뒤 국민의힘과 사이가 벌어졌다. 그는 4월13일 매일경제 인터뷰에서 국민의힘을 놓고 ‘아사리판’이라고 깎아내리기도 했다.

당시 국민의힘 한 관계자는 “당과 김 전 위원장이 서로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넜다”며 “정치가 생물 같아서 어떻게 변할지는 알 수 없지만 이 상태로는 다시 힘을 합치기 어려울 것 같다”고 말하기도 했다.

김 전 위원장 스스로도 국민의힘에 가지 않는다는 태도를 거듭 밝혔던 터라 만약 윤 전 총장이 국민의힘에 들어간다면 킹메이커인 김 전 위원장과 대선주자인 윤 전 총장의 만남은 끝내 불발될 수도 있다.

오히려 김 전 위원장은 윤 전 총장 대신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등 새로운 인물을 마크롱 모델의 주인공으로 낙점할 것이란 시선도 나온다.

김 전 위원장은 5월21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김 전 부총리가 나름의 구체성을 지니고 대선을 준비했다고 본다”며 “마크롱이 시도했던 행보를 할 수도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치권 일각에서는 최근 윤 전 총장과 김 전 위원장 모두 국민의힘과 거리가 좁아지고 있어 두 사람이 국민의힘에서 만날 가능성도 있다고 본다.

현재 국민의힘 다음 대표로 가장 유력한 이준석 후보는 대표가 되면 김 전 위원장을 다시 영입하겠다고 TV토론회에서 밝힌 바 있다.

김 전 위원장도 이 후보를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그는 3일 기자들이 ‘이준석 돌풍을 어떻게 생각하냐’고 묻자 “국민이 이 후보에게 절대적 지지를 보낸다는 것을 정치적으로 어떻게 해석할 것인지 생각해 봐야 한다”며 “국민적 인식이 얼마나 달라졌느냐 하는 것을 단적으로 표현하는 것이다”고 바라봤다.

김 전 위원장은 기자들이 이 후보를 도울 의향이 있느냐고 묻자 “이 후보도 대표가 되면 나름대로 어떻게 하겠다는 생각이 있을 것 아니냐”며 말을 아꼈지만 가능성을 열어둔 것으로 보인다.

김 전 위원장이 현역 가운데 가장 노련한 정치인으로 평가되는 만큼 윤 전 총장에 관한 시큰둥한 반응을 곧이곧대로 해석하면 안 된다는 얘기도 나온다.

두 사람 모두 국민의힘으로 가는 상황을 가정한다면 대선을 관리하는 위치가 될 가능성이 높은 김 전 위원장으로서는 여러 대선주자 가운데 한 명인 윤 전 총장을 콕 집어서 지지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김 전 위원장은 3월10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윤 전 총장이 제3지대에서 정치를 한다는 일부 관측을 두고 “호사가들이 말한 것에 불과하다”며 “제3지대에서 성공한 사례가 없다”고 말한 바 있다. 이후 얘기했던 마크롱 모델과는 완전히 결이 다른 말이다.

실제로 김 전 위원장은 거대 양당에 머물 때는 번번이 눈에 띄는 성과를 거뒀지만 제3지대에 있을 때는 제대로 힘을 발휘하지 못했다.

김 전 위원장은 2017년 대선을 앞두고 스스로가 제3지대 대통령 후보로 출마하기도 했지만 곧 뜻을 접은 뒤 다른 제3지대 후보인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를 도왔다. 하지만 결국 실패한 뒤 정치권에서 잠시 떠나 있었다. [비즈니스포스트 류근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