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 등 조선3사가 연초부터 수주절벽에 부딪쳤다.

조선3사 모두 1월 한 건의 수주실적도 올리지 못했다. 조선사들이 가뜩이나 좋지 않은 실적에 수주까지 부진하면서 실적정상화에 대한 부담이 더욱 커지고 있다.

  현대중공업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 1월 수주 전무  
▲ 왼쪽부터 권오갑 현대중공업 사장, 정성립 대우조선해양 사장, 박대영 삼성중공업 사장.
2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중공업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 등 조선3사는 올해 1월에 선박 수주에 실패했다.

지난해 조선3사는 1월에 12척, 18억 달러 규모의 수주실적을 올렸다. 그때도 불황이라는 우려가 나왔는데 올해 실적은 아예 바닥을 쳤다.

전 세계 조선시장이 워낙 불황인데다 1월이 전통적인 선박 발주 비수기라는 점을 고려해도 조선 3사의 수주가 전무한 것은 충격으로 여겨진다.

1월 수주가 부진했던 이유는 글로벌 조선발주가 지난해 말에 몰렸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국제해사기구(IMO)는 올해부터 건조하는 선박에 질소산화물 등 오염물질 배출 규제를 강화하는 티어3(Tier3)를 적용하기로 했다.

티어3가 적용되면 오염물질 배출을 줄일 수 있는 친환경설비를 신규 건조 선박에 장착해야 해 선박 건조 비용이 늘어난다. 선종별로 차이는 있으나 업계는 약 100만~300만 달러 정도의 추가비용이 들어갈 것으로 본다.

이 때문에 규제를 피하기 위해 선주들이 지난해 말 몰아서 선박발주를 했다. 트레이드윈즈 등 외신에 따르면 지난해 말 중국과 일본에만 200척 가까운 선박발주가 있었던 것으로 추산된다. 이에 대한 반작용으로 1월 발주량이 급감했다는 설명이 나온다.

이런 배경을 감안할 때 단순히 1월 수주 성적만 놓고 비관론을 확산할 필요가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1월 수주는 규제의 영향 등 외부적 요인이 컸던 것으로 조선 3사의 수주경쟁력 자체가 낮아진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조선업계의 한 관계자는 “글로벌 수주잔량 1~3위인 조선 3사가 수주를 하지 못했다는 건 경쟁사들은 더 어렵다는 의미”라며 “그래도 조선3사는 2년치 일감을 확보하고 있어 당분간 버틸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대우조선해양의 수주잔량은 842만6천CGT로 전 세계 조선소 중 1위에 올라있다.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이 492만9천CGT, 472만CGT로 그 뒤를 따른다.

수주잔량이 충분한 만큼 당분간 급격한 외형 축소가 일어날 가능성은 적다. 하지만 관건은 실적정상화가 가능할 정도의 수주를 얼마나 빨리 회복할 수 있는지 여부다.

올해도 저유가 국면은 지속될 것이지만 지난해보다 상황이 나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김홍균 동부증권 연구원은 “이란이 LNG선과 원유운반선을 발주할 가능성이 크다”며 “올해 업황이나 수주 실적이 개선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은 올해 각각 167억 달러, 125억 달러의 수주목표를 세웠다. 지난해 수주목표보다 낮지만 연간 매출규모를 상회하는 규모다.

대우조선해양도 90~100억 달러 수준의 수주목표를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디모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