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SDS가 삼성 오너들의 상속세와 관련한 리스크에 노출됐다.

황성우 삼성SDS 대표이사 사장은 임기 첫해부터 주주들의 불안을 달래기 위해 기업가치를 높여야 하는 과제를 무겁게 짊어졌다.
 
삼성SDS 앞에 오너 상속세 리스크, 황성우 M&A로 주주 불안 달래나

황성우 삼성SDS 대표이사 사장.


25일 증권사들의 분석을 종합하면 삼성SDS 주식은 삼성 오너가 이건희 전 회장 유산의 상속세를 마련하기 위해 처분할 가능성이 가장 높은 주식으로 꼽힌다.

이건희 전 회장 관련 상속세는 주식 재산 상속세와 부동산 재산 상속세를 더해 13조 원가량이 될 것으로 추정된다. 상속인은 이건희 전 회장의 아내인 홍라희 전 삼성미술관 리움 관장과 아들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딸인 이부진 호텔신라 대표이사 사장과 이서현 삼성복지재단 이사장 등 4명이다.

상속세 규모가 큰 만큼 오너들이 연부연납 방식으로 납세할 것으로 재계는 바라본다. 자진신고 기한인 30일에 6분의 1을 내고 나머지는 5년에 걸쳐 내는 방식이다.

자진신고 기한이 눈앞인 만큼 첫 6분의 1에 해당하는 2조 원가량은 오너들이 이미 마련해 뒀을 공산이 크다. 그러나 남은 납세분인 11조 원가량을 마련하는 것이 만만치 않아 보인다.

이에 오너들이 보유하고 있는 삼성SDS 등 계열사 지분을 매각해 현금을 확보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글로벌 투자사 JP모건은 “삼성 오너들은 주식 담보대출 등의 옵션을 우선적으로 고려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도 “만약 주식을 일부 매각한다면 우선순위는 삼성SDS, 삼성생명, 삼성물산 순서가 될 것이다”고 내다봤다.

이재용 부회장은 삼성SDS 지분 9.2%를, 이부진 사장과 이서현 이사장은 3.9%씩 각각 들고 있다. 홍라희 전 관장은 삼성SDS 지분을 보유하지 않았다.

이 부회장 등 오너들이 쥔 삼성SDS 지분 17%는 23일 장 마감가격 기준 2조5388억 원어치로 연부연납 기준 1년치 상속세 수준이다.

삼성SDS 지분이 오너들의 처분 1순위로 꼽히는 것은 삼성SDS가 삼성그룹 다른 주요 계열사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지 않아 지배구조 가장 아랫단에 놓여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와 삼성물산이 삼성SDS 지분을 각각 22.58%, 17.08%씩 보유하고 있어 오너들로서는 삼성SDS 보유지분 17%를 모두 처분해도 지배력을 유지하는 데 부담이 적다.

하지만 주주들로서는 주가 하락을 걱정해야 할 불안요인이다.

김동양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이건희 전 회장의 상속절차가 개시됨에 따라 삼성 오너일가가 삼성SDS 지분 17%를 처분할 가능성이 크다”며 “오버행의 불확실성은 주가에 부정적이다”고 봤다.

황성우 삼성SDS 대표이사 사장은 3월 정기 주주총회와 이사회를 거쳐 대표이사에 올랐다.

임기 첫해부터 삼성SDS 주식을 향한 주주들의 불안을 씻어낼 수 있을 정도로 기업가치를 키워야 한다는 과제를 짊어진 셈이다.

다행이 황 사장이 삼성SDS 기업가치를 키우는 데 우호적 환경이 조성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한국판 뉴딜정책의 일환으로 디지털뉴딜을 내세우고 있는데 삼성SDS는 데이터 활용사업이나 클라우드 등 IT솔루션 분야에서 경쟁력을 충분히 인정받고 있다.

삼성SDS는 지난해 11월 개인정보보호위원회로부터 민간 첫 가명정보(개인을 알아볼 수 없도록 가명 처리한 정보) 결합전문기관으로 선정돼 정부가 구상하는 데이터경제의 한 축을 맡기로 했다.

황 사장이 정책적 수혜를 토대로 삼성SDS의 기업가치를 키울 수 있는 기반이 단단해지고 있는 셈이다.

또 최관순 SK증권 연구원은 “삼성SDS의 최대 고객사인 삼성전자는 실적 개선세를 바탕으로 IT 투자를 확대할 여력이 생기고 있다”며 “2021년 삼성SDS의 수혜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황 사장도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삼성SDS는 15일 경기도 화성시 동탄에 데이터센터를 짓기 위해 2022년 12월까지 2367억 원을 신규투자한다는 계획을 내놨다.

삼성SDS는 22일 진행한 2021년 1분기 실적발표 콘퍼런스콜에서 “이 투자비용은 부지 매입과 건축 투자비용일 뿐이다”며 “서버 투자비용까지 고려하면 앞으로 10년 동안 1조 원 규모의 투자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삼성SDS는 연 1조 원 안팎의 현금 창출능력(EBITDA 기준)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가용할 수 있는 현금여력(현금 및 현금성자산, 단기 금융상품, 매출채권)도 연결 기준 5조7천억 원에 이를 정도로 풍부하다.

김동양 연구원은 “삼성SDS는 자금력에 기반을 두고 사업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자체투자뿐만 아니라 인수합병에도 나설 것으로 기대된다”고 바라봤다. [비즈니스포스트 강용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