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이노베이션이 미국 배터리사업과 관련한 최근 LG에너지솔루션의 행보를 비판했다.
SK이노베이션은 16일 입장문을 내고 “LG에너지솔루션이 투자결정 공시도 없이 5조 원 규모의 신규 투자계획 발표에 이어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공장 인수 가능성까지 내비쳤다”며 “미국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에 영향을 주기 위한 것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고 말했다.
SK이노베이션은 “실체도 제시하지 못할 투자를 발표하는 목적이 경쟁사(SK이노베이션)의 사업을 방해하기 위해 미국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를 저지하는 데 있다는 것은 미국 사회도 잘 알고 있을 것이다”며 “이는 오히려 미국 사회의 거부감만 증폭시킬 것이다”고 주장했다.
앞서 12일 LG에너지솔루션은 2025년까지 독자적으로 5조 원을 투자해 미국에서 배터리 생산능력 70GWh를 확보하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GM과 설립한 합작법인 얼티엄셀즈(Ultium Cells)를 통해 현재 짓고 있는 35GWh 규모의 배터리공장과 비슷한 규모의 배터리 2공장을 건설하겠다는 별도 계획도 발표했다.
이 계획을 놓고 SK이노베이션은 가장 중요한 공장 건설 후보지도 공개하지 않은 구체성도, 구속력도 없는 발표라고 지적했다.
미국 친환경 정책의 파트너가 돼야 할 ‘K-배터리’의 신뢰성을 무너뜨리는 무책임한 행동이라고도 비판했다.
LG에너지솔루션이 조지아주 출신의 연방 상원의원에 서한을 보내 SK이노베이션 배터리공장 인수 가능성을 언급한 것을 놓고서도 날을 세웠다.
SK이노베이션은 “이는 조지아주와 SK이노베이션의 진실한 협력관계를 이간질하는 행위”라며 “SK이노베이션과 상생을 원한다는 LG에너지솔루션의 주장이 얼마나 진정성 없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다”고 말했다.
SK이노베이션은 “이런 LG에너지솔루션의 행동에도 불구하고 브라이언켐프 조지아 주지사는 조 바이든 대통령에 거부권 행사를 요청했다”며 “SK이노베이션을 향한 조지아주의 신뢰는 여전히 굳건하다”고 주장했다.
SK이노베이션이 배터리 합의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고 있다는 LG에너지솔루션의 주장을 놓고서는 실망스럽다는 태도를 보였다.
SK이노베이션은 “협상과 관련한 내용을 밝히지 않기로 했기 때문에 공개할 수 없지만 3월 초에도 두 회사 고위 관계자가 만난 적이 있다”며 “LG에너지솔루션이 동의한다면 협상 경과 모두를 공개할 뜻도 있다”고 밝혔다.
바이든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를 향한 기대도 숨기지 않았다.
SK이노베이션은 “미국 대통령이 미국, 특히 조지아주 경제와 일자리를 위험에 빠뜨리는 극단적 결정을 하기보다는 분쟁의 당사자들만이 법정에서 법률적 이해관계를 정리하는 합리적 길을 갈 수 있도록 현명한 결정을 내려주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는 2월10일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 영업비밀 침해소송에서 LG에너지솔루션 승소를 최종 판결했다.
미국 행정부는 국제무역위의 판결을 검토한 뒤 집행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다. 검토 기한은 4월11일이다. [비즈니스포스트 강용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