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정치권 안팎에서는 윤 전 총장의 정치적 존재감이 커지면서 제1야당인 국민의힘이 윤 전 총장의 그림자에 가려지고 있다는 말이 나온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윤 전 총장은 이미 야권 대통령선거주자 가운데 가장 높은 지지도를 보이는 데다 대선 경쟁력도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현재로서는 야권에서 변변한 대항마조차 없는 실정이다.
게다가 단순히 대중적 지지도만 놓고 보면 윤 전 총장이 어떤 정치 진영에 몸을 담든 인물 경쟁력이 유지된다는 여론조사도 나왔다.
리얼미터가 오마이뉴스 의뢰를 받아 9~10일 이틀 동안 진행한 ‘윤 전 총장의 제3세력 또는 국민의힘 소속 출마 때 투표의향’ 조사에서 제3세력으로 나왔을 때 윤 전 총장을 찍겠다는 응답은 45.3%, 국민의힘 소속으로 나왔을 때 찍겠다는 응답은 43.2%로 집계됐다.
이 여론조사는 전국 만18세 이상 1만3532명을 접촉해 1천 명의 응답을 받아 이뤄졌다. 표본 오차는 95% 신뢰 수준에 ±3.1%포인트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애초 윤 전 총장이 국민의힘에 들어간다면 중도지지층을 잃어 대선 경쟁력이 약해질 수 있다는 분석이 있었지만 막상 여론조사를 해보니 윤 전 총장이 국민의힘을 선택하더라도 대세에 미칠 영향이 적다는 의미이다.
반대로 국민의힘에 들어가지 않아도 비슷한 경쟁력을 갖추고 있어 여차하면 독자행보를 걸을 수 있다는 전망도 가능하다. 국민의힘에 반드시 입당할 필요가 없어 보이기 때문이다.
반면 국민의힘은 윤 전 총장이 들어오길 바랄 수밖에 없는 형편이다. 오지 않으면 '불임 정당'의 나락으로 떨어진다.
요컨대 양쪽 관계에서 현재는 윤 전 총장이 주도권을 쥔 셈이다.
윤 전 총장이 검사 옷을 벗고 사실상 정치 행보를 시작할 무렵부터 국민의힘이 아닌 제3지대를 선택할 것이란 관측이 끊이지 않고 있다.
윤 전 총장이 정동영 전 민주평화당 대표나 김한길 전 새정치민주연합 대표 등과 접촉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때문에 윤 전 총장이 보수진영에 자리잡기보다 ‘반문재인’을 고리로 큰 폭의 정계개편의 중심에 설 수 있다는 전망도 나왔다.
물론 윤 전 총장이 결국 국민의힘을 선택할 수밖에 없다는 시각도 적지 않다. 제3지대에서 대선주자로 성공한 사례가 없는 데다 정치신인인 윤 전 총장이 대선 무대를 뛰려면 제1야당의 도움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처럼 국민의힘의 존재감보다 윤 전 총장의 인기가 높은 상태가 이어진다면 윤 전 총장이 국민의힘을 선택하더라도 향후 전개될 대선정국에서 국민의힘의 지분과 역할은 제한될 수밖에 없다.
정치권에서는 4·7 재보궐선거 결과가 국민의힘과 윤 전 총장의 관계설정의 중요한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본다. 특히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국민의힘이 오세훈 후보를 야권 단일후보로 만들어 최종적으로 본선에서 승리한다면 국민의힘이 다음 대선의 ‘본진’ 역할을 하며 제1야당으로서 자리를 유지할 가능성이 커진다.
반면 국민의힘이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와 단일화 경쟁에서 실패하기라도 하면 국민의힘은 제1야당으로서 위신이 추락할 수밖에 없고 윤 전 총장과 관계에서도 주도권을 상당 부분 놓치게 될 공산이 크다.
게다가 김종인 위원장은 재보선 결과를 책임져야 하기에 선거에서 패배하면 이후 대선 무대에서 김 위원장이 설 자리가 거의 없어진다.
이 때문에 김 위원장은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와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의 후보 단일화 과정에서 더욱더 절실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종인 위원장은 10일 기자들을 만나 “국민의힘 후보가 확정된 이상 야권에서 국민의힘 후보가 단일후보가 될 수밖에 없다”며 “시민들도 서울시를 운영해본 사람이 서울시장을 하는 게 낫겠다 싶어서 당내 경선에서 오 후보가 확정된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류근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