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약 없는 제넥신, 성영철 기업가치 반등 이끌 ‘한 방’이 절실하다
성영철 제넥신 회장은 2019년 11월 4년 만에 제넥신 대표이사로 복귀하면서 “제넥신의 기업가치가 제대로 평가받으려면 사람들이 피부로 느낄만한 ‘한 방’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바이오기업이라면 다른 무엇보다 신약 개발에서 성과를 내야지만 시장에서 기업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다는 얘기다.
성 회장은 국내 바이오벤처 1세대로 1999년 제넥신을 설립하고 벌써 20년 넘게 신약 개발에 공을 들이고 있다.
제넥신은 2025년까지 모두 7종의 신약 후보물질의 품목허가를 신청한다는 목표를 세워두고 있다.
우선 올해는 자궁경부암 치료백신 GX-188E와 코로나19 백신 GX-19N의 조건부 승인을 신청한다는 계획을 세워두고 있다.
자궁경부암 치료백신과 코로나19 백신이 조건부 승인을 받게 되면 제넥신에서도 비로소 첫 번째 신약이 탄생하게 된다.
조건부 승인은 상황의 시급성 등을 고려해 임상3상을 진행하는 조건을 걸고 임상2상까지의 결과를 바탕으로 품목허가를 내주는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제도를 말한다.
제넥신은 2009년 코스닥에 상장한 뒤 2015년 한 해를 빼고 줄곧 영업적자를 내고 있다.
신약 개발은 제넥신의 실적 개선에도 큰 보탬이 될 것으로 보인다.
제넥신은 ‘DNA 백신 기술과 하이브리드에프씨’, 이 두 가지 핵심 기술을 바탕으로 DNA 백신 제품과 단백질 치료제를 개발하고 있다.
하이브리드에프씨는 약효가 몸속에서 오래 유지되도록 도와주는 기술을 말한다.
제넥신은 이 기술을 활용해 단백질 치료제인 항암 면역치료제(GX-I7), 지속형 인간성장호르몬(GX-H9), 빈혈 치료제(GX-E4) 등을 개발하고 있다.
자궁경부암 치료백신 GX-188E는 현재 면역관문억제제와 병용투여하는 내용의 임상2상이 진행되고 있다. 제넥신은 면역관문억제제를 보유하고 있는 글로벌 제약사와 협업을 적극적으로 추진해 GX-188E의 상업화에 속도를 낸다는 계획을 세워뒀다.
코로나19 백신은 2020년 12월 백신 후보물질을 바꾸고 임상1상부터 다시 진행하고 있다. 현재 1차 환자 투여를 마친 상태로 파악되며 제넥신은 3월 안으로 임상1상 결과를 확보한다는 목표를 정해두고 있다.
제넥신은 신약 후보물질을 꾸준히 늘리고 글로벌 제약사와 협력을 강화한 덕분에 현재 모두 24건의 임상연구를 진행하고 있지만 신약의 부재는 아무래도 아쉬울 수밖에 없다.
◆ 코로나19 백신 경쟁력 확보할 수 있나
제넥신은 코로나19 백신 개발을 끝까지 완주하겠다는 의지가 강하다.
국내에서 곧 글로벌 제약사들이 개발한 코로나19 백신의 접종이 시작되지만 여전히 시장은 제넥신의 코로나19 백신 개발상황에서 눈을 떼지 않고 있다.
성영철 회장은 “아이부터 노인, 건강한 사람부터 기저질환이 있는 환자들까지 누구나 안심하고 맞을 수 있는 안전한 코로나19 예방백신을 개발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필요하다고 판단했다”며 “처음 계획했던 것보다 임상3상 진입시기는 조금 늦어질 수 있겠지만 우수한 백신으로 보답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제넥신이 과연 코로나19 백신 개발에 성공할 수 있을지, 성공한 뒤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을지를 두고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백신은 제조 방식에 따라 여러가지로 나뉘는데 글로벌 제약사 화이자나 모더나가 개발한 코로나19 백신이 mRNA 백신이고 제넥신은 DNA 백신을 만들고 있다.
제넥신은 새 백신 후보물질 GX-19N이 향후 더 복잡한 형태로 발생하는 코로나19 변이 또는 변종 바이러스에도 대응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변이 바이러스의 확산으로 코로나19와 전쟁이 두 번째 국면으로 접어들 가능성이 큰데 이러면 제넥신의 코로나19 백신은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게 된다.
이미 코로나19 백신 상용화에 성공한 글로벌 제약사 화이자와 모더나는 변이 바이러스에 대응하기 위해 개량 백신을 개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반면 mRNA백신이 이미 상용화된 마당에 DNA백신이 경쟁력을 갖출 수 있을지 의구심을 품는 시선도 있다.
mRNA백신과 DNA백신은 항원을 만들어내는 유전자를 투여한다는 점에서 공통점을 지니는데 DNA백신이 mRNA백신과 비교해 약물이 인체세포에 투입되는 효율이 더 낮아 경쟁력에서 밀리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제넥신이 코로나19 백신 개발에 성공할 수 있을지를 두고 물음표를 보내기도 한다.
영장류를 대상으로 상용화한 DNA백신은 있지만 사람을 대상으로 상용화한 DNA백신은 아직까지 출시되지 않았다.
◆ 제넥신에 ‘투자회사’ 별명이 따라붙는 까닭은
제넥신은 본업인 신약 개발에서 진전이 없는데 전략적 투자로 수익을 내는 데 너무 힘을 싣는 것 아니냐는 의견도 제약바이오업계에서 나온다.
제넥신은 2020년 3분기에 연결기준으로 매출 68억 원, 영업손실 118억 원, 순이익 343억 원을 냈다.
신약을 개발하는 바이오기업이라면 아직 매출이 적고 연구개발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 손실을 보는 게 이상하지 않지만 순이익이 발생하는 점은 다소 의아하게 보이기도 한다.
이는 제넥신이 지분 6.14%를 보유하고 있는 중국 파트너사 아이맵바이오파마의 지분가치가 늘어났기 때문이다.
제넥신은 신약 후보물질을 기술이전할 때 상대 기업의 지분을 확보한 뒤 연구개발에서 협력을 강화하고 기업가치의 동반상승을 꾀하는 오픈 이노베이션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성영철 회장은 이를 ‘윈윈 전략’이라고도 표현한다.
성영철 회장은 2020년 12월 미국 바이오벤처 전문 투자사인 터렛캐피털과 기술이전 계약을 맺을 때도 계약금으로 터렛캐피털의 연구개발 자회사 이그렛테라퓨틱스의 보통주 100만 주를 받았다.
성 회장은 “제넥신은 오픈 이노베이션을 통해 혁신제품들을 기술이전하고 그 대가로 파트너사의 주식을 보유해 가치를 증가시키는 윈윈 전략을 구사해 왔다”며 “연구개발 및 임상시험에 관한 전략적 협력관계를 구축해 기술의 가치를 키워나가겠다”고 말했다.
제넥신은 이 밖에 제넨바이오, 바이텍스, 코스온, 네오이뮨텍 등 중소 바이오벤처의 지분도 보유하고 있으며 이들 지분가치는 대략 4천억 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
신약 개발에 적어도 10년 넘는 시간, 수조 원 넘는 돈을 쏟아부어야 한다는 점에 비춰볼 때
성영철 회장이 바이오기업이 연구개발을 지속할 수 있는 한 가지 방안을 마련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 제넥신 주가, 코로나19 백신 따라 출렁거려
최근 1년 동안의 제넥신 주가는 코로나19 백신 개발에 따라 움직여 왔다.
주가는 2020년 3월 5만 원대에서 코로나19 백신 임상 진입으로 차츰 오르더니 7월22일 처음 10만 원대를 넘었고 8월 17만 원대까지 치솟았다.
제넥신은 코스닥에 입성한 지 10년이 넘었는데 코로나19 백신 개발 기대감에 처음으로 10만 원 대를 돌파하기도 했다.
그러다가 2020년 12월 제넥신이 코로나19 백신의 후보물질 변경한다고 발표하자 주가는 다시 13만 원대, 10만 원대로 떨어졌다.
제넥신 주가는 2021년 1월 기준 10만 원대 전후에서 움직이고 있다.
앞으로도 제넥신의 주가는 코로나19 백신의 임상 상황에 따라 출렁일 것으로 보인다.
◆ 성영철은 연구실이 체질인 ‘학자 스타일’, 사회 기여 위해 사업가로 변신
성영철 회장은 1999년 포스텍 교수로 재직하던 시절 직원 3명과 함께 학내 벤처를 꾸리고 신약 개발에 뛰어들었다.
연구라는 일이 단순히 실험실 안에서 끝나지 않고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가치를 만들어낼 수 있다고 봤기 때문이다.
코로나19 백신 개발에 뛰어든 것도 공익을 위해서라고 말한다.
성영철 회장은 “돈을 벌려고 백신과 치료제 개발에 뛰어든 것이 아니다”며 “어려움을 극복하는 데 기여해야 하지 않겠냐”고 말했다.
본인과 가장 잘 어울리는 곳은 연구실이라고 스스로를 평가하지만 20년 가까이 제넥신을 안정적으로 이끌었다는 점에서 그의 경영능력을 높이 사는 시선도 적지 않다.
오픈 이노베이션 전략을 두고서는 투자자적 면모가 엿보인다는 평가도 제약바이오업계에서 나온다. [비즈니스포스트 차화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