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내년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위해 경선판을 키우고 흥행 분위기를 만드는 데 분주하다.
인물 경쟁력 측면에서 국민의힘이 더불어민주당에 확실한 우위를 차지하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는 만큼 다급한 상황에 놓인 셈이다.
14일 정치권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국민의힘을 내년 치러지는 재보궐선거체제로 전환하며 후보를 물색하고 선거전략을 세우는 준비를 본격화하고 있다.
김 위원장으로부터 서울시장후보 도전을 제안받은 김근식 경남대학교 교수는 조만간 출마 여부를 결정하기로 한 것으로 파악된다. 김 위원장은 10월 김 교수와 만나 서울시장 출마를 제안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교수는 김대중‧노무현정부에서 대북정책 자문을 하고 민주당계 정당 활동을 하다 옛 국민의당에서 안철수 대표 가까이에서 활동하기도 했던 인물이다. 올해 초 보수통합 과정에서 미래통합당(국민의힘 전신)에 합류해 서울 송파병 국회의원선거에 출마했다 낙선했다.
현재 국민의힘 안에서는 중도성향 인물로 꼽히는데 중도 외연을 확장하려는 김 위원장과 뜻을 같이 하는 부분이 많다는 말이 나온다.
김 교수가 호남 출신이란 점도 김 위원장에게 긍정적 판단기준이 된 것으로 보인다. 김 위원장은 서울에 호남을 고향으로 두고 있는 인구가 많기 때문에 호남에 공을 들일 필요가 있다고 판단한다.
비록 김 교수가 원외인사인 데다 정치적 무게감이 서울시장 출마를 고려하는 중진 정치인들보다는 약하긴 하지만 국민의힘 정치인들의 전형적 인상과는 결이 달라 신선한 분위기를 줄 수 있다는 점도 고려한 것으로 파악된다.
정치권에서는 내년 서울시장선거와 관련해 김 위원장의 가장 큰 고민은 여전히 인물난이라고 보고 있다.
최근 정부여당을 향한 비판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국민의힘의 반사이익 기대감도 커지고 있지만 4개월 정도 남은 시점에서 압도적 우위를 보이는 인물이 없기 때문에 민심의 동향이 움직일 변수는 아직 많이 남아 있다.
코로나19로 비대면 선거운동이 펼쳐질 것으로 보여 인물 경쟁력이 승부에 가장 중요한 요소가 될 가능성이 높은데 민주당에서 서울시장 후보에 거명되는 인물들은 국민의힘이 결코 얕잡아 볼 수 없는 쟁쟁한 거물급 중진들이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여야를 통틀어 가장 많은 서울시장 적합도 응답을 받고 있는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만 보더라도 4선 의원 경력에 원내대표와 국무위원으로 행정 경험까지 지닌 중량급 정치인이다.
박 장관등 민주당 후보군은 국민의힘에서 서울시장 후보로 꼽히는 중진급 정치인들과 비교해 오차범위 안에서 접전을 보이고 있다는 여론조사도 계속 나오고 있다.
이 때문에 국민의힘 안에서도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나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등 대선주자급 인물들이 서울시장에 나서 줬으면 하는 분위기가 있지만 이들은 모두 서울시장 도전에 고개를 젓고 있다.
김 위원장으로서는 대선주자급 인물의 등판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유권자들에게 신선한 인상을 줄 수 있는 새로운 인물을 경선에 내보내 경선판을 키우고 흥행 분위기를 조성하는 일이 필요한 셈이다.
이에 앞서 김 위원장이 초선인 윤희숙 국민의힘 의원을 서울시장후보로 거명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볼 수 있다.
내년 서울시장 선거의 승부가 김 위원장의 정치적 운명도 가를 것이란 게 정치권의 대체적 시각이다.
지금도 국민의힘 안에서 비대위를 끝내고 조기 전당대회로 당대표를 뽑아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마당에 서울시장 선거에서 패배하게 되면 김 위원장의 당내 입지는 급격히 좁아질 수밖에 없다.
반대로 김 위원장이 최근 선거에서 연거푸 패배했던 서울에서 국민의힘에 승리를 안긴다면 애초 내년 4월까지였던 비대위의 임기 연장 논의도 탄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김 위원장이 대선까지 준비하는 ‘킹메이커’ 역할을 맡으며 정책적 구상을 펼칠 기회를 잡을 수도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류근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