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신탁업은 금융위의 인가를 받아야 하는 사업으로 2009년 이후 새로운 사업자의 진입 없이 부동산신탁회사 11개 체제가 이어져왔다.
그러나 2019년 금융위원회가 10년 만에 신규 진입을 허용하며 부동산신탁사는 14곳으로 늘어났다.
은행 지주사도 부동산토지신탁시장에 뛰었다. 우리금융지주는 2019년 12월 국제자산신탁을 인수해 우리자산신탁을 출범했고, 신한금융지주는 같은해 4월 아시아신탁을 자회사로 편입했다.
김청겸 대표도 2019년 말 "내년 영업환경이 어려울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증권사 계열 신규 신탁사의 가세로 책임준공시장에서 경영환경은 쉽지 않다”며 "특히 기존에 금융지주계열 일부 신탁사의 전유물과도 같았던 책임준공시장에 새로운 플레이어가 등장하게 되어 책임준공시장에서 경쟁이 한층 더 치열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런 우려와 달리 KB부동산신탁은 올해 기존 강점인 책임준공에서 입지를 지키며 높은 성장세를 이어갔다는 평가를 받는다.
부동산신탁회사의 주요 수입원은 크게 관리형 토지신탁과 차입형 토지신탁으로 나뉜다.
관리형 토지신탁은 신탁회사가 아닌 위탁자나 시공사가 사업비를 제공하는 반면 차입형 토지신탁은 부동산신탁회사가 공사비 등의 사업비를 직접 조달하는 방식으로 신탁회사의 책임이 커진다.
KB부동산신탁은 은행 계열사가 지니는 높은 신용도를 바탕으로 관리형 토지신탁 중에서도 책임준공형사업에서 주로 수익을 올리고 있다.
책임준공형사업은 신탁사가 준공 때까지 시공사, 자금 등에 책임을 지기 때문에 중위험급 신탁 상품으로 분류된다.
3분기 KB부동산신탁은 책임준공신탁을 포함하는 토지신탁에서 655억 원의 수익을 냈다. 담보신탁(94억 원), 대리업무보수(42억 원) 등과 큰 격차를 보이며 전체 실적 증가를 이끌어냈다.
김 대표는 기존 장점을 강화하면서 치열해지는 경쟁환경에 대비해 신사업 발굴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특히 김 대표는 5년 안에 도시정비사업이 부동산신탁사의 주요 수익원이 될 것이라고 바라보고 정비역량 강화에 집중하고 있다.
KB부동산신탁은 단기적으로는 소규모사업장을 발굴하고 중장기적으로 규모가 큰 사업장을 발굴해나간다는 계획을 세웠다.
이를 위해 조직개편도 단행했다. KB부동산신탁은 올해 초 도시정비사업부를 도시정비사업본부로 승격시키고 사업구조를 사업대행자방식, 소규모 정비사업 등으로 세분화했다.
KB부동산신탁은 이후 크고 작은 사업 시행권 및 대행권을 따내며 성과를 나타내고 있다.
3월에는 서울 동교동 빌라 소규모 재건축 사업시행자로 선정됐고 9월과 11월에도 각각 서울 구로구 빌라 소규모재건축 사업대행자, 익산창인아파트 재건축 우선협상 사업시행자로 지정됐다.
KB부동산신탁은 리츠부문 확대도 노리고 있다. KB자산운용은 2021년 하반기를 목표로 공공기관과 민간이 공동으로 진행하는 공공리츠를 선보일 계획을 세우고 있다.
다만 1362억 원을 들여 조성한 비상장 리츠가 최근 국토교통부 설립 인가단계에서 보류되면서 리츠부문은 잠시 숨을 고르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앞서 8월 KB부동산신탁은 국내 최초의 헬스케어 리츠 'KB 헬스케어 1호 리츠'의 영업등록을 신청하고 승인 결정을 기다리고 있었다.
국토교통부는 병원시설 매각가격이 과도하다며 결정을 보류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청겸 대표가 높은 실적 증가세를 보이며 새로운 경쟁환경 대비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만큼 1년 더 연임할 것이라는 시선이 나온다. 김 대표는 올해를 끝으로 2년의 임기를 마친다.
통상 KB금융그룹 계열사 대표이사들은 2+1 임기제를 적용받아 왔다. [비즈니스포스트 공준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