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그룹을 비롯해 유통업체들이 자체상표(PB)제품 키우기에 온힘을 쏟고 있다.

유통업체들의 PB제품은 한때 ‘싸구려 제품’으로 인식되기도 했다.

그러나 그 위상이 이제 완전히 달라지고 있다. 유통업체는 품질이 좋으면서도 상대적으로 싼 PB제품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유통업체들은 이를 통해 가격 결정권을 확보하려고 하는 한편 수익성도 높이려고 한다. 또 브랜드에 의존해 구매를 하지 않는 소비흐름의 변화도 유통업체들이 PB제품을 늘리는 데 한몫을 한다.

◆ 너도나도 자체상표제품 앞세워

13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홈플러스는 11월26일부터 12월2일까지 자체 의류브랜드인 ‘F2F'의 겨울의류를 최대 50%를 할인판매해 호응을 얻었다.

  노브랜드 시대, 유통회사들 앞다퉈 자체상표제품 키우기  
▲ 도성환 홈플러스 사장.
홈플러스는 MBK파트너스에 인수된 뒤에도 옛 모회사의 자체상표인 ‘테스코’ 제품을 계속 팔기 위해 테스코와 협의를 하고 있다.

홈플러스는 국내에서 대형마트 최초로 2001년에 테스코라는 PB제품을 선보였다. 홈플러스는 신선식품뿐 아니라 가공식품, 가전 등에 2만여 종에 이르는 PB제품을 판매하고 있다.

홈플러스의 전체매출에서 PB제품이 차지하는 비중은 30%에 이른다.

롯데마트도 친환경 자체브랜드 ‘해빗’을 내놓고 일반브랜드 제품보다 가격이 저렴해야 한다는 편견을 깨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롯데마트는 해빗 전용상품을 현재 250가지에서 내년에 500가지로 확대하기로 했다.

롯데마트는 고급 원두커피 ‘프라임엘 원두커피’와 합리적 가격의 ‘초이스엘 원두커피’로 구성된 자체상표 원두커피 13종도 내놓았다.

편의점업계도 자체상표 키우기 경쟁에서 빠지지 않는다.

편의점 CU를 운영하는 BGF리테일은 11월30일 자체상표 ‘상품연구소’ 열었다. BGF리테일은 상품연구소를 통해 신선 먹거리나 도시락, 디저트 등 다양한 PB제품을 선보이기로 했다.

GS25도 ‘신동엽 도시락’ ‘홍석천 도시락’ 등을 내놓으며 PB제품을 늘리고 있다.

유통업계의 한 관계자는 “소비자들이 PB제품을 바라보는 인식이 최근 2~3년 사이에 빠르게 바뀌고 있다”며 “식품은 물론이고 어떤 품목이든 조금이라도 더 저렴한 제품을 구매하기를 원하면서 PB제품이 급속하게 늘고 있다”고 말했다.

◆ 노브랜드 시대, PB제품의 위력

김난도 서울대학교 소비자학과 교수는 저서 ‘트렌드코리아 2016’를 통해 내년에 ‘브랜드의 몰락’이 크게 나타날 것이라고 예측했다.

김 교수는 “아예 브랜드가 없는 브랜드인 ‘노브랜드’가 각광받는 시대”라며 “사람들은 제품의 품질과 ‘가성비’를 따지게 되고 브랜드는 뒷전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노브랜드 시대, 유통회사들 앞다퉈 자체상표제품 키우기  
▲ 김종인 롯데마트 대표.
소비자들이 이제는 브랜드의 후광효과를 마냥 믿지 않으며 객관적으로 제품의 품질을 판단할 수 있을 정도로 똑똑해졌다는 것이다.

유통업체들이 PB제품을 늘리는 것은 가격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한 노력으로 풀이된다.

경기불황이 장기화하면서 소비자들은 좀 더 싼 제품을 찾는다. 유통업체들은 이런 소비자들의 요구에 부응하기 위해서 가격을 조금이라도 싸게 매겨야 한다.

그러나 제조업체들이 한 유통업체에만 가격의 편의를 봐주기 힘들다. 결국 유통업체들이 좀 더 싼 가격으로 제품을 팔기 위해 선택할 수 있는 길은 PB제품 밖에 없다.

유통업체들이 PB제품을 내놓을 초기만 해도 PB제품은 ‘싸구려’ ‘모방제품’의 이미지가 강했다. 그러나 이제는 PB제품이 일반제품과 비교해 품질격차를 크게 줄어들었다.

유통업체들에게 PB제품의 수익성을 확보하는 데 효자이기도 하다. PB제품은 일반브랜드 제품에 비해 유통업체들에게 더 많은 수익성은 안겨준다.

1인가구가 증가하면서 유통업체들이 자체브랜드의 가정간편식을 내놓아 자체상표에 대한 편견을 깬 것도 주효했다.

글로벌 정보분석기업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열을 가해 조리해 먹는 가정간편식 매출이 올해 1조4천억 원대를 기록해 전년보다 9.8% 성장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 유통전문가는 “품질은 유지하면서 좀 더 값싼 상품을 찾는 수요와 수익을 확보하며 매출을 늘리려는 유통업체의 요구가 맞아떨어지면서 PB제품은 또다른 소비흐름으로 자리를 잡을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계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