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당의 색깔과 체질을 바꾸기 위해 애쓰고 있지만 변화가 좀처럼 주목을 받지 못하고 있다.
김 위원장은 당의 변화를 이룬 뒤 새로운 토양에서 인물을 키우려는 계획을 세운 것으로 보이지만 당 안팎에서는 '인물'에 주목하면서 '변화'는 뒷전으로 밀리고 있다.
30일 정치권에 따르면 국민의힘 안에서
김종인 비대위의 리더십이 계속 흔들리고 있다.
비대위체제를 정상적 지도부체제로 바꿔야 한다는 강한 목소리부터 비대위원의 인적구성을 바꿔 분위기를 쇄신해야 한다는 의견까지 현재 비대위의 한계를 지적하는 말들이 끊이지 않는다.
비대위의 리더십이 흔들리며 김 위원장이 추진했던 변화들도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김 위원장도 이런 상황을 염두에 두고 최근 비공개 비대위 회의에서 변화의 부진을 이유로 비대위원들을 질책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지지부진한 개혁입법 추진상황을 지적하며 “내년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가 하늘이 준 마지막 기회인데 여기서 무너지면 당에 미래가 없다”며 “모든 걸 다 걸고 혁신하는 모습을 보여줘야지 안이한 과거 방식은 안 된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치권 일부에서는 김 위원장의 변화에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하는 이유로 재보선과 대통령선거의 인물들이 일찍 부각되며 정책 관련 변화는 우선순위에서 뒤처졌다는 점을 꼽는다.
애초 김 위원장은 당의 변화를 이뤄 집권 가능한 수준의 역량을 먼저 갖춘 뒤 인물을 키워 재보선이나 대선 무대에 세우려고 했다는 시선이 많다.
먼저 국민의힘이 수권정당으로 인정을 받아야 참신한 인물들이 당 안으로 들어오는 데 거리낌이 없게 되고 자체적으로 당내 인물들을 키우기에도 유리하다고 봤던 것이다.
김 위원장이 비대위를 맡은 직후 당내 거센 반발에도 불구하고 ‘호남 끌어안기’, ‘약자와 동행’, 개혁입법 추진 등을 밀어붙인 것도 먼저 당의 체질 개선을 꾀하려 했던 의도로 볼 수 있다.
하지만 김 위원장이 변화의 성과를 내고 본격적으로 인물들을 키워내기도 전에 보수야권에서 대선주자의 변화가 커지면서 김 위원장의 설 자리는 더 줄어들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진원지는 당 밖 대선주자들이다.
특히 윤석열 검찰총장은 여권의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 이재명 경기도지사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선두권 대선주자로 떠오르며 보수야권 대선판의 중요한 변수로 떠올랐다.
윤 총장의 등장으로 21대 국회에서 미약한 존재감을 보인 국민의힘이 크게 흔들릴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도 혁신 플랫폼을 앞세운 야권재편 제안으로 김 위원장의 심기를 불편하게 하고 있다.
안 대표의 혁신 플랫폼은 헤처모여식 야권재편 방안인데 이는 국민의힘을 중심으로 야권이 뭉쳐야 한다는 김 위원장의 기조와 사뭇 다른 것이다.
김 위원장은 당 밖 대선주자들의 움직임에 대응하는 차원에서 당내 유승민, 오세훈, 원희룡 등 대선주자들을 공개적으로 거명했지만 이 역시 오히려 김 위원장의 리더십을 흔들 여지가 있다.
당내 대선주자들은 당 안에 세력을 형성하고 있어 말 한마디에 더 힘이 실릴 수 있다. 당 밖 인물들보다 당내 여론형성에 영향력이 큰 만큼 비대위 리더십에 위협이 될 수 있는 셈이다.
이미 유승민 전 의원이 비대위의 인적 구성에 변화를 주는 ‘비대위 2기’를 제안하며 김 위원장의 리더십을 흔들고 있다.
앞서 유 전 의원은 25일 한국일보 인터뷰에서 “
김종인 비대위의 리더십 자체를 흔들 형편은 아니고 사람을 전부든 일부든 바꿔 2기 비대위로 당의 총력을 모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국민의힘이 중심이 돼야 하는 것은 맞지만 외부든 누구든 같이 할 수 있게 유연하게 나가야 한다”는 말도 했다. 당 밖 야권 세력과 통합에 회의적 태도를 보이는 비대위를 에둘러 비판하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는 대목이다.
이날 김 위원장은 국회에서 열린 비대위 회의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비대위체제 개편은 내가 필요할 때 하는 것이지 비대위 밖에서 이런 저런 얘기를 한다고 따라가지는 않겠다”고 말했다.
비록 김 위원장이 유 전 의원의 주장을 일축하며 지도체제 개편의 주도권을 쥐고 있다는 점을 분명히 했지만 당내 대선주자로 꼽히는 유 전 의원의 말에 적잖이 신경이 쓰일 것으로 보인다.
유 전 의원이 비교적 부드러운 어조로 비대위체제 개편을 제기했다 해도 대선주자의 위상을 지녀 중진들의 날선 비대위 흔들기보다 오히려 큰 무게감을 지닐 수 있기 때문이다. [비즈니스포스트 류근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