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희 신세계그룹 회장이 그동안 보유하던 830억 원 규모의 차명주식을 뒤늦게 실명전환하면서 재계에 뒷말이 무성하다.

이 회장이 왜 그동안 차명주식을 실명전환하지 않았는지, 그리고 뒤늦게 실명전환하겠다고 나섰는지에 의문이 꼬리를 문다.

  이명희, 신세계 계열사 차명주식 누구에게 받은 걸까  
▲ 이명희 신세계그룹 회장.
9일 업계에 따르면 신세계그룹은 이명희 회장의 차명주식 보유사실을 인정한 뒤 사태수습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 또 이번 차명주식 건이 면세점 사업자 선정에 악영향을 미치까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신세계는 6일 “임직원 명의로 되어 있던 신세계백화점, 이마트, 신세계푸드 등의 차명주식 37만9733주를 이명희 회장의 실명주식으로 전환해 공시했다”고 밝혔다. 시가로 따지면 830억 원대에 이른다.

현행법에 따르면 차명주식 보유는 금지돼 있다.

2014년 개정된 금융실명제법(제3조 제3항)은 ‘누구든지 불법재산의 은닉, 자금세탁 행위, 공중 협박 자금조달 행위 및 강제집행의 면탈, 그 밖의 탈법행위를 목적으로 타인의 실명으로 금융거래를 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신세계 측은 크게 문제될 게 없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신세계 측은 “해당 주식은 (이병철) 선대회장으로부터 물려받은 것”이라며 “경영권 방어 차원의 차명주식으로 탈세나 불법비자금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고 해명했다.

신세계 관계자는 “국세청의 세무조사 과정에서 차명주식이 발견됐으며 차명주식 보유로 세금 추징이 발생한다면 성실히 납부하겠다“고 말했다.

국세청은 최근 이마트를 대상으로 세무조사를 했는데 이 과정에서 차명주식이 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서울지방국세청은 5월부터 신세계그룹 전 계열사를 대상으로 벌여온 세무조사를 11월4일 마무리했는데 아직 조사결과는 공식 발표하지 않았다.

신세계는 2006년에도 국세청의 세무조사과정에서 차명주식을 보유한 사실이 적발된 적이 있다.

당시 신세계는 차명주식이 드러나자 3500억 원 규모의 신세계 주식 66만여 주를 증여세로 현물납부했다.

이번에 새로 차명주식이 발견된 점으로 미뤄 신세계는 2006년 당시 차명주식 전부를 실명전환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신세계 관계자는 “고의성은 없다”면서도 “왜 그때(2006년) 차명주식을 전부 실명전환하지 않았는지는 오래된 일이라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번에 확인된 차명주식이 이병철 선대회장이 남긴 것인지, 아니면 2006년 이후 새로 만들어진 것인지도 불분명하다.

증여세 공소시효 15년을 겨냥해 의도적으로 감춰둔 것이라는 말까지 나돌고 있다.

이에 대해 경제개혁연대는 “신세계그룹이 차명주식의 운용을 통해 총수 일가의 조세부담을 덜어주는 등 조직적 탈법행위를 해 왔을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김상조 경제개혁연대 소장은 “경영권 위협 때문이 아니라 차명주식을 매입했던 자금이 떳떳한 게 아니거나 본인 명의로 주식을 보유하기 어려웠던 사정이 있었던 게 아닌가 싶다”며 “금융당국은 차명주식 보유에 따른 각종 공시 위반을 조사하고 문제가 확인될 경우 엄중 제재해야 할 것”이라고 요구했다.

신세계 측은 겉으론 담담해 하지만 내부적으로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이번 차명주식 건이 14일 예정된 시내면세점 사업자 선정에 악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롯데그룹과 SK그룹, 두산그룹 등 신세계그룹과 함께 면세점 싸움에 뛰어든 대기업 가운데 신세계그룹이 불리하다는 말이 나돌고 있는데 이번 차명주식 건으로 신세계그룹은 더 점수를 잃을 수 있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재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