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정치권과 중소기업계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박 장관은 다른 정치인 출신 장관들과 달리 큰 논란없이 성과를 쌓아가고 있다.
박 장관은 중기부 장관에 오른 뒤 중소기업과 대기업의 상생, 벤처기업 육성, 중소기업 공정 스마트화 등에 다방면으로 노력을 기울였다.
특히 ‘자상한 기업’은 박 장관이 관심을 지니고 추진해 성과를 거둔 대표적 정책 가운데 하나다.
자상한 기업은 자발적 상생협력 기업의 줄임말로 기업과 기관 등이 지닌 인프라, 상생 프로그램, 노하우 등의 강점을 중소기업, 소상공인, 자영업자 등과 공유하는 프로그램이다.
22일에도 중기부는 LG상사를 자상한 기업에 선정해 국내 스타트업과 중소기업의 해외시장 진출을 돕기 위해 해외 네트워크와 인프라 역량을 공유한다는 협약을 맺었다.
이번 자상한 기업에서 LG상사의 도움을 받게 되는 스타트업과 중소기업들은 인도네시아의 대기업 및 중견기업 8곳과 사업을 추진할 수 있도록 지원을 받는다. LG상사의 해외진출 거점뿐 아니라 중기부의 K-스타트업 센터의 인프라와 네트워크도 활용할 수 있다.
박 장관은 이 자리에서 “LG상사가 대기업과 중소벤처기업의 상생협력을 통해 모두가 윈-윈할 수 있는 모델을 제시해 준 것에 감사하며 정부도 적극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LG상사보다 앞서 네이버, 포스코, 신한금융그룹, 삼성전자, 현대차 등 유수의 기업들이 자상한 기업으로 선정돼 중소기업을 돕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렇게 중기부가 여러 대기업의 협력을 이끌어낸 데는 박 장관의 정치적 힘이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고 본다. '힘있는' 장관이 요청하면 대기업들이 외면하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중소기업청에서 승격된 지 얼마 안 된 중기부는 정부부처 가운데 '약체'로 꼽혔지만 박 장관이 들어온 뒤 위상이 높아졌다는 말도 나온다.
중기부 장관에 오른 뒤 일본의 수출규제조치, 코로나19 확산 등 중소‧벤처기업에 닥친 어려움도 많았지만 이런 시련 속에서 오히려 박 장관의 역할이 더 빛난 측면도 있다. 일본의 수출규제조치에 대응하기 위해 중기부는 국내 소재‧부품‧장비기업들을 지원해 일부 국산화에 성공하기도 했다.
장관으로서의 업적과 행정경험은 향후 박 장관이 정치적 체급을 높이는 데도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박 장관은 그동안 4선 의원을 지내며 국회 상임위원장과 야당 원내대표 등 국회와 당의 요직을 거쳤는데 행정부 경력까지 더해졌다.
정치인인 박 장관은 중기부 장관을 마친 뒤 선출직에 도전할 가능성이 높다. 가장 눈앞에 있는 선택지는 내년 4월 치러지는 서울시장 재보궐선거다.
현재 박 장관은 민주당에서 내보낼 수 있는 유력한 서울시장 후보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지방자치단체장이 잇따라 성폭력사건으로 낙마한 만큼 민주당이 서울시장에 여성후보를 낼 것이라는 전망도 박 장관의 기대를 높인다.
다만 민주당이 재보궐선거에 서울시장 후보를 내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는 점이 큰 변수다.
민주당 당헌에 따르면 당 소속 후보가 비리 등의 중대한 이유로 선출직에서 물러나 재보궐선거가 치러지게 되면 당에서 후보를 내지 않기로 했는데 민주당이 서울시장 후보를 낼지 아직 결론을 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래도 재보궐선거 다음 해인 2022년 지방선거에서 서울시장 선거가 또 치러지는 만큼 설령 민주당이 재보궐선거 후보를 내지 않더라도 박 장관에게 서울시장 도전은 가장 가까운 선택지인 셈이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박 장관이 중기부에 들어오면서부터 서울시장 출마를 염두에 두고 있었다고 본다. 중기부 장관 직무를 수행하면서 물밑에서 서울시장 선거 출마를 위한 준비도 차근차근 하고 있다는 말도 전해진다.
박 장관은 이미 두 차례 서울시장 선거에 도전한 경험이 있다.
2011년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당시 재선 의원이었던 박 장관은 민주당 경선에서 천정배, 추미애, 신계륜 등 쟁쟁한 경쟁자들을 누르고 서울시장 후보가 됐다. 이 때 무소속으로 나온 박원순 전 서울시장과 치른 단일화 경선에서 패배하는 바람에 본선에 나설 기회는 잡지 못했다.
2018년 서울시장 선거 때도 민주당 경선후보로 뛰어들었지만 이때도 1위를 차지한 박 전 시장에 이어 2위에 머물렀다. [비즈니스포스트 류근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