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건설이 올해 3분기에 시장의 기대를 넘는 실적을 낸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하지만 자회사 현대엔지니어링 실적을 제외하면 현대건설의 경우 성장 둔화세가 나타나고 있다고 분석이 나온다.

정수현 사장도 향후 실적에 대한 우려를 나타냈다.

◆ 현대건설 3분기 실적에 호평

현대건설 3분기 실적에 대해 증권사들이 26일 일제히 긍정적 평가를 내렸다.

  정수현, 현대엔지니어링 뺀 현대건설 성장둔화 우려  
▲ 정수현 현대건설 사장.
현대건설은 3분기에 매출 4조7114억 원, 영업이익 2644억 원을 거뒀다. 지난해 3분기보다 매출은 10.6%, 영업이익은 14.6% 증가했다.

강승민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현대건설이 내놓은 3분기 실적은 다른 건설사와 차별화된 경쟁력으로 시장예상치를 상회한 것”이라며 “시장 우려를 잠재우는 실적으로 현대건설에 대한 재평가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특히 현대건설 실적에서 발목을 잡아온 해외 플랜트 원가율이 개선된 대목이 주목받는다.

조윤호 동부증권 연구원은 “현대건설 플랜트 원가율은 88.8%로 2011년 이후 최초로 80%대에 진입했다”며 “전체 해외 원가율은 94.3%로 여전히 높지만 4분기부터 본격적으로 수익성을 개선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박세라 신영증권 연구원도 “저가 수주 현장 종료로 양호한 원가율을 달성했고 앞으로도 플랜트에서 80%대의 안정적인 원가율을 지속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현대건설이 앞으로 실적 성장세를 이어갈 것이라는 관측도 우세했다.

박상연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현대건설은 점진적으로 비중동 현장에서 매출을 낼 것”이라며 “내년 매출은 올해보다 10.5% 증가한 20조7천억 원, 영업이익은 올해보다 13.8% 증가한 1조2천억 원에 이를 것”이라고 예상했다.

◆ 현대엔지니어링 빼면, 불확실성 대두

하지만 현대건설가 내놓은 3분기 실적이 자회사 현대엔지니어링 효과라는 지적도 많다.

현대건설 실적에서 현대엔지니어링이 차지하는 비중은 크게 늘었다. 현대건설 3분기 매출에서 현대엔지니어링 매출은 38.2%를 차지했다.

3분기까지 누적매출에서 현대엔지니어링이 차지하는 비중은 38.8%로 지난해 같은 기간 30.3%보다 8.5%포인트 커졌다.

현대건설이 거둔 3분기 누적매출은 현대엔지니어링을 제외하면 8조2451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5% 감소했다. 매출이 역성장하고 있는 셈이다.

신규수주 실적에서 이런 역성장은 두드러진다. 현대건설이 올린 3분기까지 누적수주량은 15조168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3% 줄어들었다.

하지만 현대엔지니어링이 따낸 3분기까지 누적수주량은 9조1240억 원으로 지난해 3분기까지 누적 5조1714억 원에서 76.4%나 증가했다.

현대엔지니어링 수주를 제외하면 현대건설 수주량은 10조5202억 원에서 5조8928억 원으로 거의 반토막났다.

정수현 사장은 수주와 매출이 감소하는 상황에 대해 우려하는 목소리를 냈다.

정 사장은 22일 건설사CEO 조찬간담회에서 “유가하락으로 사우디아라비아 공사 발주가 취소되는 등 해외수주가 어려운 상황”이라며 “매출성장세가 둔화되는 것도 문제”라고 말했다.

정 사장은 “큰 계약이 있어 3분기 실적은 괜찮겠지만 4분기 실적은 안 좋을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현대건설 주가는 이날 직전 거래일보다 1.89% 하락한 3만6400원으로 장을 마쳤다. 건설업종에 대한 전반적인 우려가 확산되고 있는데다 4분기 실적 불확실성이 주가를 끌어내린 것으로 풀이된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디모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