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병석 한국철도공사(코레일) 사장이 공공기관 경영평가에서 낙제점을 받은 점을 놓고 공정의 가치를 훼손한 엄중한 경고의 뜻으로 받아들인다고 했다.
손 사장은 30일 정부세종청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한국철도의 구조 개혁과 조직문화를 혁신하겠다고 밝혔다.
▲ 손병석 한국철도공사(코레일) 사장이 2019년 11월20일 오전 서울 용산구 코레일 서울본부에서 철도노조 파업 관련 사과문을 발표한 뒤 취재진의 질문을 들으며 안경을 고쳐 쓰고 있다. <연합뉴스> |
한국철도는 고객만족도 조작의 여파로 올해 공공기관 경영평가에서 '미흡(D)' 등급을 받았다.
손 사장은 “최근 2∼3년 동안 철도 관련 사건·사고, 회계 오류, 연이은 파업 문제 등으로 한국철도가 과연 국민의 신뢰를 받고 있는가를 두고 경영진으로서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철도가 코로나19로 올해 상반기에만 영업적자 6천억 원 이상을 낸 것으로 추산된다고 했다.
손 사장은 "올해 영업손실 1조 원을 넘지 않기 위해 마른 수건도 쥐어짜고 있다"며 "3월부터 비상경영체제를 유지하고 있지만 이제는 조직의 인적쇄신이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한국철도의 유지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위기상황을 개선하기 위해 한국철도의 구조와 조직문화를 혁신하겠다고 했다.
손 사장은 “포스트 코로나19에 대응하기 위해 한국철도의 혁신이 불가피하다"며 "인력 감축보다는 추가해야 할 인력을 조직개편으로 확보해 우선 급한 불을 끌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철도는 경영 안정성과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전국 12개 지역본부의 통폐합을 추진한다.
본사, 현장의 구분 없이 인력을 효율화해 현안인 근무체계 개선과 안전인력 및 신규 분야 등에 활용한다는 방침도 세웠다.
손 사장은 과거의 군대 문화로는 위기를 돌파하기 어렵다고 바라봤다.
그는 "한국철도의 주체세력이 변화하는 시대상에 맞게 혁신을 하는지 반성할 필요가 있다"며 "특정 학교 출신의 50대 남성들이 주류를 이뤄온 조직문화는 더 이상 지속가능하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새로운 세대는 수평적 조직문화를 원한다"며 "노조·회사·전문가가 참여하는 조직문화 혁신위원회를 만들어 미래 발전을 대비해 긍정적 조직문화를 만드는 것을 시급한 과제로 보고 추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비정규직의 정규직화와 관련한 질문에 손 사장은 "한국철도는 정부의 원칙대로 안전인력은 정규직, 그밖의 인력은 자회사로 정규직 고용을 마쳤다"고 말했다.
수서고속철도(SRT)를 운영하는 SR과 통합 논의를 두고 손 사장은 "결국 정부가 결정할 일"이라고 말을 아꼈다.
국토교통부의 감사결과 한국철도 직원들은 1월13일부터 2월1일까지 실시된 ‘2019년 고객 만족도 조사’를 조작한 것으로 드러났다.
한국철도는 고객 만족도 조사 조작과 관련해 총괄책임이 있는 여객사업본부장(상임이사)는 사퇴 처리하고 수도권서부 지역본부장과 수도권동부본부 지역본부장은 보직 해임했다.
4월에는 서울본부장 등 고객 만족도 조사조작과 관련한 간부 2명을 직위해제하고 관련 직원 7명을 업무에서 배제하기도 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지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