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한솔 기자 limhs@businesspost.co.kr2020-06-29 13:3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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퀄컴의 다음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가격이 대폭 인상될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전자는 프리미엄 스마트폰에 대체로 퀄컴 AP를 사용하는 만큼 내년 스마트폰 가격을 합리적으로 책정하는 일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 노태문 삼성전자 무선사업부장 사장(왼쪽)과 강인엽 삼성전자 시스템LSI사업부장 사장.
29일 IT매체 폰아레나에 따르면 퀄컴의 차세대 AP ‘스냅드래곤875’와 5G통신 모뎀 ‘스냅드래곤X60’을 합친 모바일 플랫폼 가격은 250달러 선에서 책정될 것으로 예측된다.
이전 세대 제품 ‘스냅드래곤865’ 플랫폼과 비교해 100달러 이상 오르는 것이다.
AP는 스마트폰 등 전자기기의 두뇌 역할을 하는 시스템반도체로 단 한 세대만에 이처럼 AP 가격이 뛰는 원인은 반도체 미세공정에서 찾을 수 있다.
스냅드래곤875 및 스냅드래곤X60은 퀄컴 반도체 가운데 처음으로 5나노급 공정에서 만들어진다.
시장 조사기관 IBS에 따르면 5나노급 반도체는 설계하는 데만 5억3천만 달러의 비용이 필요하다. 1억7400만 달러가 소요되는 10나노급과 비교해 설계비용이 3배 더 들어간다.
또 퀄컴 같은 팹리스(반도체 설계 전문기업)가 반도체를 생산하기 위해서는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기업에 주문을 넣어야 한다. 현재 세계에서 대만 TSMC와 삼성전자만이 5나노급 공정을 제공할 수 있는 만큼 위탁생산 비용도 결코 낮지 않은 것으로 여겨진다.
스냅드래곤875의 성능 자체는 5나노급 공정을 통해 분명히 개선될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전자에 따르면 5나노급 반도체는 7나노급과 비교해 면적과 소비전력은 각각 25%, 20% 감소하면서도 성능은 10%가량 향상된다.
문제는 모바일기업들이 내년 스마트폰에 스냅드래곤875를 탑재하기 위해서는 최소 100달러 수준의 가격 상승을 감수할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특히 삼성전자가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
삼성전자는 프리미엄 스마트폰에 퀄컴 스냅드래곤 시리즈와 자체 AP ‘엑시노스’ 시리즈를 함께 사용해 왔다.
올해는 스마트폰 ‘갤럭시S20’ 시리즈의 국내외 모델 대부분에 스냅드래곤865를 채택하면서 이전보다 퀄컴 제품 비중이 더 커졌다. 그런 만큼 다음 스마트폰에도 스냅드래곤875가 실릴 것으로 보인다.
이는 삼성전자 스마트폰의 가격 상승세를 더욱 가파르게 할 요인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올해 초 갤럭시S20 출고가격은 124만8500원으로 바로 이전 세대인 갤럭시S10보다 19만2500원이나 높아졌다. 갤럭시S7부터 갤럭시S10까지의 가격 변동폭 22만 원과 비슷한 수준이다.
갤럭시S20 시리즈가 출시 당시 지나치게 비싸다는 지적을 받았다는 점을 놓고 보면 스냅드래곤875를 탑재한 다음 제품 역시 가격이 비싸다는 논란을 벗어나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워싱턴포스트는 갤럭시S20 시리즈를 두고 “1천~1400달러 가격은 사치품이 아니라고 보기 어렵다”며 “모바일사업자들이 이윤을 추구하는 가운데 더 많은 소비자가 기존 제품을 사용하려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삼성전자가 좋은 성능과 합리적 가격을 갖춘 자체 AP를 통해 스냅드래곤765의 대안을 마련할 수 있다고 보는 시선도 나온다.
하반기 출시되는 삼성전자 스마트폰 ‘갤럭시노트20’는 퀄컴 스냅드래곤865(플러스)와 삼성전자 다음 AP ‘엑시노스992’를 함께 탑재할 것으로 알려졌다.
갤럭시노트20에서 엑시노스가 스냅드래곤에 뒤지지 않는 성능을 보여준다면 내년 출시되는 프리미엄 스마트폰에도 비싼 퀄컴제보다 자체 반도체가 더 폭넓게 사용돼 가격 인상의 부담을 덜 수 있다.
IT매체 노트북체크는 “많은 모바일기업이 (스냅드래곤765와 관련한) 비용 문제로 삼성전자나 미디어텍의 반도체 사용을 검토할 수 있다”며 “차세대 엑시노스는 더 나은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고 바라봤다. [비즈니스포스트 임한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