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원 한화생명 상무가 최고디지털전략책임자(CDSO)에 오른 지 10개월 만에 조직개편을 주도하는 등 경영보폭을 넓히고 있다.
디지털 전환이 금융권 최대 화두로 떠오르고 있는 만큼 김 상무가 경영능력을 보여줄 기회를 잡았다.
16일 생명보험업계에 따르면 김 상무가 한화생명의 조직개편을 주도한 것을 두고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조직개편에는 경영환경 변화에 따른 회사의 나아갈 방향이 담긴다.
조직개편은 최고경영자가 회사의 비전, 전략목표를 달성하겠다는 실천의지를 보여주는 상징으로 여겨지기도 한다.
새 대표이사가 선임된 뒤 조직개편과 임원인사가 뒤따르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한화생명은 15일 디지털과 신사업에 방점을 둔 조직개편을 알리면서 여승주 한화생명 대표이사 사장이 아닌 김 상무가 주도했다고 전했다.
앞으로 한화생명의 디지털 전환과 신사업 추진에서 김 상무가 구심점 역할을 하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재무전문가인 여 사장이 본업인 보험영업과 자산운용, 건전성 관리에 집중하고 김 상무가 디지털 전환과 신사업 추진 등을 통해 힘을 보태는 구도로 파악된다.
김 상무는 1985년에 태어나 디지털 트렌드에 밝다는 평가를 받는다. 최고디지털 전략책임자에 오르기 전부터 오픈 이노베이션 ‘드림플러스’를 주도하고 다보스포럼, 보아오포럼 등에 꾸준히 참여하며 해외 핀테크 회사들과 네트워크를 쌓아왔다.
한화생명 관계자는 “디지털 전환에 초점을 맞춰 조직을 바꾸다 보니 최고디지털전략책임자를 맡고 있는 김 상무의 역할이 컸다”고 설명했다.
이번 조직개편으로 한화생명 안에서 김 상무의 영향력도 커지게 됐다.
한화생명은 15개 사업본부 가운데 9개 사업본부를 디지털 및 신사업 추진을 위한 부서로 꾸렸다.
디지털 관련 부서에 젊은 임원을 배치했는데 김 상무와 손발을 맞춰 한화생명 미래를 이끌 인물들로 채웠을 가능성이 높다.
보험업계뿐 아니라 금융권 최대 화두는 디지털 전환이다. 포스트 코로나19시대를 준비하기 위해 금융사들은 디지털 전환에 속도를 내고 있다.
삼성생명은 2020년 지속가능경영 보고서에서 2024년까지 인공지능 기반 디지털혁신 보험사로 거듭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은 4월 임직원 메시지를 통해 “디지털을 활용한 비대면 영업활동에 박차를 가하고 새로운 비즈니스모델을 발굴해야 한다”며 “코로나가 바꿔 놓을 새로운 세상을 빨리 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이후 보험시장도 언택트(비대면) 바람을 타고 디지털 역량을 갖춘 회사를 중심으로 재편될 수 있는 만큼 한화생명의 디지털 전환을 책임지고 있는 김 상무의 역할이 막중해졌다.
김 상무가 한화생명의 디지털 전환과 신사업 진출에서 가시적 성과를 낸다면 이런 공로를 인정받아 올해 연말인사나 수시인사에서 전무로 승진할 수 있다.
한화생명은 디지털 전환을 통해 마이데이터사업 등 신사업 진출을 노리고 있다. 디지털 헬스케어 분야에 진출하기 위해 유비케어 인수전에 참여하기도 했다.
김 상무는 2016년 4월 상무에 오른 뒤 한화생명 미래혁신부를 맡아 해외사업과 미래혁신사업을 총괄했으며 지난해 8월부터 최고디지털전략책임자를 맡고 있다.
최근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셋째 아들인 김동선 전 한화건설 팀장이 국내 사모투자펀드(PEF) 운용사인 스카이레이크인베스트먼트에 입사하면서 한화그룹 3세 경영권 승계구도에 다시 시선이 몰리고 있다.
김 상무의 형인 김동관 한화 전략부문장 겸 한화솔루션 전략부문장 부사장은 태양광사업 등을 키워내며 입지를 탄탄하게 다졌다.
김 상무는 지난해 12월 한화생명 지분 0.03%를 취득하며 오너일가 가운데 처음으로 한화생명 주요주주에 이름을 올렸다. [비즈니스포스트 고두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