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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우, 위기의 팬택 신제품에 사활 건다

이민재 기자 betterfree@businesspost.co.kr 2014-05-07 15: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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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준우, 위기의 팬택 신제품에 사활 건다  
▲ 이준우 팬택 대표이사 사장

이준우 팬택 사장이 차기 스마트폰에 회사의 운명을 걸었다. 경쟁사인 소니와 같은 날 같은 시간에 공개하는 강수까지 뒀다. 팬택이 워크아웃 졸업과 해외 매각설 등 악재를 떨쳐내고 부활하려면 신제품 성공이 절실하다.


팬택은 오는 8일 차기 전략 스마트폰인 ‘베가 아이언2’를 공개한다. 팬택의 이번 신제품은 5월 셋째 주 이동통신 3사를 통해 정식 출시된다.


팬택의 신제품 공개는 우여곡절 속에서 이뤄지는 것이다. 팬택은 이미 두 차례나 공개행사를 연기했다. 팬택은 당초 지난 3월 말 신제품을 선보일 계획을 세웠다. 팬택은 전자제품 비수기인 1분기가 끝나는 시점에 신제품을 선보여 출시효과를 최대한 높이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동통신 3사가 영업정지에 들어가면서 출시를 연기할 수밖에 없었다.


팬택은 지난달 24일로 출시 날짜를 다시 정했다. KT를 제외한 나머지 통신사들이 영업정지에 있지만 더 이상 신제품 공백 기간을 지속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그런데 지난달 16일 세월호 참사가 발생하면서 출시행사를 열기가 어려워졌다. 당시 팬택의 한 관계자는 “세월호 침몰사고에 대해 팬택 임직원들도 깊은 애도를 표한다”며 “베가 아이언2 공개 행사는 나중에 다시 안내할 것”이라고 말했다.


팬택의 이번 행사는 소니와 같은 날 진행된다. 소니코리아는 팬택보다 앞선 지난달 30일 차기 전략 스마트폰 공개 행사를 8일에 열겠다고 밝혔다. 소니 역시 통신사 영업정지와 세월호 참사의 영향으로 두 차례 행사를 연기했다. 소니코리아도 팬택과 같은 8일 신제품인 ‘엑스페리아Z2’ 출시행사를 연다.


업계는 팬택이 굳이 소니와 같은 날에 공개 행사를 여는 데 대해 의아하다는 반응을 보인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동종업계에서 신제품을 출시할 때 보통 다른 날짜를 고르는 것이 불문율”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두 회사 모두 신중하게 날짜를 골랐겠지만 소니보다 늦게 발표한 팬택이 왜 같은 날 공개 행사를 여는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팬택의 한 관계자는 “이미 내부적으로 정해진 계획이었는데 세월호 사고로 공지를 미룬 것”이라면서 “소니가 같은 날 공개 행사를 한다고 해서 날짜 변경을 검토했지만 계획대로 진행하기로 결정됐다”고 설명했다.


팬택이 기업구조 개선작업(워크아웃)에서 졸업하려면 이번 신제품을 반드시 성공시켜야 한다. 특히 팬택의 최신 스마트폰인 ‘베가 시크릿 업’이 현재 제대로 판매되지 않고 있기 때문에 이번 신제품에 거는 기대는 더욱 크다.


베가 시크릿 업은 출고가 인하를 두고 LG유플러스와 마찰을 겪다가 지난달 24일부터 LG유플러스를 통한 판매가 중단됐다. 팬택은 원래 추가적 단말기 선구매에서 발생하는 수익으로 출고가 인하에서 발생하는 손해를 메우려고 했다. 하지만 LG유플러스가 베가 시크릿 업의 재고를 소진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선구매 요청을 거부한 채로 팬택의 동의 없이 출고가를 내려 문제가 됐다.


팬택 입장에서 SK텔레콤과 KT와 협상에 성공한 것은 그나마 다행이다. 팬택은 최근 SK텔레콤과 KT와 출고가 인하 협상에 합의했다. 이에 따라 베가 시크릿 업은 지난 4일부터 31% 인하된 65만 원 대에 판매되고 있다. 수익성이 떨어지겠지만 협상으로 단말기 선구매를 약속받아 확실한 판매량을 확보한 만큼 숨통이 다소 트이게 됐다.


업계는 이번 제품의 성패가 사실상 팬택의 미래를 결정짓게 될 것으로 예상한다. 야심차게 신제품을 선보였는데도 실적개선의 여지가 보이지 않는다면 그동안 꾸준히 제기됐던 해외 매각설이 현실로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 이준우 사장이 지난 3월 주주총회에서 “투자유치만 충분히 이뤄지면 100% 회생시킬 자신이 있다”고 밝혔지만 현재까지 투자하겠다며 나선 업체는 단 한 군데도 없다. 독자 생존의 길이 점점 좁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팬택에게는 자본 유치가 가장 좋은 시나리오지만 현실적으로 어려운 만큼 해외 인수합병도 검토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몇몇 중국기업들이 팬택인수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는 얘기도 들린다. 아직 정부와 국내기업들은 기술의 해외유출을 우려하며 반대하는 입장이다. 하지만 중국기업들의 기술력도 상당한 수준에 오른 만큼 우려하는 ‘먹튀’ 문제는 없다는 반론도 있다.


지난달 14일 인도 휴대폰 제조업체인 마이크로맥스가 팬택에 투자의향을 나타내기도 했다. 당시 팬택은 “아직 구체적 계획은 정해지지 않았다”라고 말했지만 채권단 관계자는 “국내 업체들이 팬택 인수에 관심이 없어 해외매각 말고는 대안이 없다”며 독자생존이 어렵다는 의견을 넌지시 내비쳤다.


팬택의 최대 현안은 이번에 내놓은 신제품이 과연 싼 맛에 쓴다는 의미의 ‘버스폰’으로 전락하지 않고 제값을 받을 수 있는가 하는 점이다. 두 번의 워크아웃과 제값을 받지 못했던 과거 제품들 때문에 팬택의 브랜드 가치는 떨어질 대로 떨어진 상태다. 이런 점에서 팬택이 소니 신제품과 동시에 출시하는 것은 결국 마케팅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한 승부수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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