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실'에서 '공격'으로 돌변한 신창재 교보회장  
▲ 2012년 교보생명 고객보장대상 시상식에서 개그 코너 '안녕하세요'를 패러디한 신창재 회장

교보생명 지분 33.78%를 소유하고 있는 오너경영인. 2조700억원으로 우리나라 부자순위 10위. 20년간 문학계에 303억원을 지원한 대산문화재단 이사장. 산부인과 의사에서 44살에 교보 부회장이 된 늦깎이 경영인. 환갑에 40대초반 여성과 웨딩마치.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은 여느 기업의 오너경영인들처럼 언론에 자주 오르내리지 않지만 뚜렷한 자기 색을 가진 소신있는 경영자라는 평가를 받는다. 이런 신 회장이 3일 우리은행 인수 의지를 표명하면서 새삼 신 회장의 경영 스타일 등에 대해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착실한 성장 전략으로 조용히 업계의 강자로 군림해 오다가 갑자기 금융업계에 지각변동을 일으키려 하기 때문이다. 우리은행을 인수하게 되면 보험이 은행을 소유하는 사례는 국내에서 처음이다.

신 회장은 생명보험사 CEO 중 유일한 오너경영인이다. 교보생명이 우리은행을 인수하면 지주회사로 전환될 가능성이 높다. 이 경우 교보생명의 대주주인 신창재의 그룹 지배력은 한층 강화된다. 앞으로 신 회장의 행보는 더욱 주목받을 것이다.

신 회장은 교보생명이 외환위기 이후 2조4000억원에 달하는 자산운용 손실을 입고난 2000년 교보생명 회장으로 취임했다. 2000년 적자만 해도 2,540억원이었다. 의사 출신인 그의 경영능력에 의문을 품는 사람들도 많았으나 그의 교보생명 ‘수술’은 성공적이었다. 취임전 500억원 수준의 당기순이익을 2010년 6,389억원으로 늘렸다. 자본총계 역시 2000년 3,501억원에서 2010년 3조 8,617억원으로 늘었다. 10년만에 10배씩이 됐다.

신 회장은 외형보다 내실에 치중하는 경영으로 알려졌다. 수익성이 낮은 사업을 과감하게 정리하고, 단기적 이익보다 중장기적 결실을 내는 사업을 추진한다. 작년 9월 ‘즉시연금’ 판매를 한달만에 접은 것이 대표적이다. 타 보험사들은 비과세 혜택 폐지를 앞두고 마케팅에 열을 올리고 있었다. 그러나 신 회장은 장기적으로 고객이나 회사 양쪽 모두 도움이 안 된다 생각해 과감히 정리했다.

2008년 세계 금융위기가 닥치기 전 보험시장이 변액보험 위주로 개편될 때도 신 회장은 ‘우리가 잘 하는 것만 하자’는 생각으로 보장성 보험에 집중했다. 덕분에 교보생명은 세계 금융위기를 무리없이 모면할 수 있었다.

신 회장은 그동안 안정적 경영을 해왔다. 그런 그가 우리은행을 인수하겠다는 것은 대단히 공격적 행보다. 3조원을 훌쩍 넘어 4조원까지 이를 수 있는 인수대금은 현금자산이 1조원 남짓인 교보생명이 감당할 수 있는 액수가 아니다. 그러나 신 회장은 지난 2010년 인터뷰에서 “(은행 인수를 위한) 돈은 만들려면 얼마든지 만들 수 있다.”며 “(교보의 신용등급이면) 해외에서 상당히 좋은 조건에 자금을 빌릴 수도 있고 컨소시엄으로 투자자를 유치할 수도 있다.”고 자신했다.

실제로 신용평가사 무디스는 교보생명의 신용등급을 국가신용등급과 같은 A2로 2008년 이후 6년째 유지 중이다. 또 작년 11월 피치는 교보에 A+의 신용등급을 부여했다. 이는 국내 민간금융기관 중 가장 높은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