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치훈 김봉영, 누가 통합 삼성물산 건설부문의 수장될까  
▲ 최치훈 삼성물산 건설부문 사장(왼쪽)과 김봉영 제일모직 리조트건설부문 사장.

통합 삼성물산에서 주력사업인 건설사업은 어떻게 될까?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이 9월1일 합병해 통합 삼성물산이 출범한다.

특히 두 회사는 건설부문이 겹쳐 조만간 중복사업을 정리하는 구조조정이 추진될 것으로 보인다.

건설부문은 통합 삼성물산 매출에서 압도적 비중을 지닐 것으로 보여 건설부문의 수장이 누가 될지도 주목된다.

◆ 국내 1위 건설사업 더 확대할까

삼성물산은 합병 이후 국내 최고 건설사 지위를 공고히 하게 된다. 삼성물산은 2년 연속 시공능력평가순위 1위에 올랐다.
 
여기에 제일모직도 지난해 27위에서 올해 18위로 순위를 높아졌다. 이에 따라 두 회사가 합병하면 2위와 격차가 더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

삼성물산은 미국 건설전문 매체 ENR(Engineering News Records)에서 선정한 세계 건설회사 순위에서 21위에 올라있다. 지난해 23위에서 순위가 두 단계 상승했다. 합병으로 외형이 커지면 20위권 내 진입도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물산은 삼성그룹의 사실상 지주회사로서 2020년 매출 60조 원의 거대회사로 성장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이 가운데 삼성물산 건설부문 매출은 23조6천억 원으로 전체의 39.3%를 차지한다.

현재 삼성물산 건설부문 매출은 16조2천억 원으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매출의 48.2%를 차지하고 있다. 이를 감안할 때 건설부문 매출비중은 다소 떨어지지만 그래도 상사부문(19조6천억 원), 패션부문(10조 원)보다 많아 삼성물산 전체 실적을 견인할 것으로 전망된다.

건설부문은 2020년까지 연평균 6.4% 가량의 매출성장을 목표로 하고 있다.

그러나 통합 삼성물산이 건설부문을 놓고 신중하게 접근할 가능성도 높다.

최근 건설과 조선 등의 대규모 수주산업이 된서리를 맞고 있다. 저가수주에 따른 비용증가와 애매한 회계처리 기준 등으로 수주산업 전반에 대한 신뢰가 떨어진 상황이다.

삼성그룹 계열사인 삼성중공업 역시 올해 2분기 1조 원이 넘는 적자를 냈다. 해양플랜트에서 발생한 손실을 한 번에 반영하면서 적자규모가 커졌다. 삼성엔지니어링도 최근 신용등급이 하향조정되는 등 고전하고 있다.

이런 점을 감안할 때 삼성물산이 건설사업을 크게 확대하기보다 그룹 내 건설사업 물량을 기반으로 해외시장에서 선별적 수주를 통해 안정적 성장을 추진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 건설부문 구조조정과 주택사업 운명

통합 삼성물산 건설부문은 당분간 두 합병회사의 중복사업을 정리하고 조직개편을 거치는 등 구조조정을 겪을 가능성이 높다.

이미 삼성물산의 건설부문 인력은 지난해 말 7700여 명에서 상반기 말 7200여 명으로 소폭 줄었다. 여기에 제일모직 건설부문 인력 1100여 명이 더해지면 8400명으로 늘어나게 된다.

삼성물산 건설부문 수주가 줄어들고 해외사업이 부진한 점 등을 감안할 때 이만한 규모의 거대조직을 유지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김형근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중복사업 정리가 불가피”하다며 “조직개편으로 원가가 올라 내년까지 이익증가가 많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삼성물산이 주택사업을 축소할 것이라는 관측도 꾸준히 제기된다. 특히 일부 업계 관계자들은 삼성물산이 래미안 브랜드를 포기할 수도 있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삼성물산 주택사업부는 이미 지난해 말 빌딩사업부에 흡수통합됐다.

삼성물산은 올해 주택분야 신규수주 실적이 없다. 주택시장 활황에 적극적으로 주택사업에 나서는 다른 건설사들과 대조적이다. 또 삼성물산이 제시한 2020년 주택사업 목표매출은 지난해보다 17% 가량 줄어든 2조 원에 그친다.

삼성물산 관계자는 “주택사업 수주잔고가 아직도 많아 사업화할 물량이 충분하다”며 주택사업을 축소하지 않겠다는 뜻을 나타냈다. 그는 “래미안 브랜드 역시 유지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삼성물산은 연말까지 1만 여 가구를 신규분양하기로 했다.

◆ 삼성물산 건설부문 키를 잡을 수장은?

통합 삼성물산은 각 부문별 사장인 윤주화 김봉영 최치훈 김신 등 4명의 각자대표 체제를 유지하기로 했다.

이 가운데 김봉영 제일모직 리조트건설부문 사장과 최치훈 삼성물산 건설부문 사장의 역할이 주목된다. 중복사업이 정리될 경우 최종적으로 건설부문이 하나로 통합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형식상으로 제일모직이 삼성물산을 흡수합병하는 방식이라 김 사장 쪽에 무게가 실린다. 하지만 삼성물산 건설부문 규모가 훨씬 크기 때문에 최 사장의 존재감도 무시할 수 없다.

게다가 최 사장은 합병과정에서 적극적으로 삼성물산 투자자들을 설득해 합병의 일등공신으로 꼽힌다. 최 사장은 대표이사 네 사람 중 가장 선임자로 삼성물산 이사회 의장을 맡을 가능성이 유력하다.

최 사장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신뢰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 연말 인사 때 최 사장이 부회장으로 승진해 삼성물산을 이끌어 갈 것이라는 다소 섣부른 관측까지 나온다.

그러나 최 사장은 외부출신이라는 약점이 있다. 최 사장은 여전히 완전히 사라지지 않은 삼성의 순혈주의라는 장애물을 극복해야 한다. 반면 김 사장은 1982년 삼성전자에 공채입사한 정통 삼성맨이다.

이들의 역할이 합병 뒤 체제를 안정시키는 데까지 국한될 가능성도 있다. 두 사람은 건설사 출신이 아니기 때문에 건설부문의 본격적 성장을 이끌기에 적임자가 아니라는 지적도 나온다.

삼성그룹이 사업구조 재편에 따라 이들에게 다른 역할을 부여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김 사장은 삼성전자 출신으로 삼성SDS와 삼성에버랜드를 거쳤고 최 사장은 삼성SDI, 삼성카드 등을 거쳤다. 김 사장의 임기는 2018년 3월까지고 최 사장의 임기는 2017년 1월까지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디모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