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자동차 중형SUV(스포츠유틸티리차량) 쏘렌토가 6년 만에 완전변경(풀체인지)를 통해 대형SUV 못지않은 덩치로 거듭났다.
새 쏘렌토의 넉넉한 몸집을 앞세워 중형과 대형SUV 수요층을 동시에 공략한다는 전략을 세운 것으로 보인다.
기아차는 20일 새 쏘렌토의 사전계약을 시작했다.
새 쏘렌토의 제원에서 눈에 띄는 점은 대형SUV의 장점을 대거 흡수했다는 점이다.
대형SUV는 넉넉한 실내공간을 갖춰 가족용 차량에 적합하다는 점에서 높은 인기를 끌고 있는데 새 쏘렌토에서도 이런 특징이 포착된다.
차제 크기와 별도로 실내공간을 가늠할 때에는 휠베이스를 기준으로 삼는데 기아차는 새 쏘렌토의 휠베이스를 기존 모델보다 35mm나 늘렸다. 인기모델인 현대자동차의 ‘팰리세이드’와 불과 85mm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다.
또 대형SUV에만 탑재됐던 2열 독립 시트를 적용하고 3열 시트의 각도를 조절할 수 있게 해 탑승 편의성을 크게 개선했다.
기아차는 새 쏘렌토의 차급도 ‘중형SUV’에서 ‘중대형SUV’로 새롭게 정의했다. 중형과 대형SUV 수요층을 모두 공략하겠다는 의지가 읽힌다.
기아차의 이런 ‘차급 파괴’ 전략은 새 쏘렌토의 판매 확대에 보탬이 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대형SUV 인기가 날로 높아지고 있어 중대형SUV를 앞세우면 대형SUV 수요층의 눈길을 끌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국내 완성차기업 5곳 판매량을 기준으로 2019년에 대형SUV 판매량은 2018년보다 93.5% 증가했다. 같은 기간 전체 SUV시장 성장폭인 10.7%를 크게 웃도는 수치다.
기아차의 차급 파괴는 불안정한 중형SUV 시장에 대응하기 위한 전략일수도 있다.
현대차의 중형SUV ‘싼타페’는 대형SUV인 ‘팰리세이드’가 등장한 뒤 판매가 줄었는데 이를 두고 팰리세이드가 싼타페의 수요를 일부 흡수한 것으로 바라보는 시선이 있다.
팰리세이드는 2018년 12월 출시됐는데 이를 기점으로 싼타페 판매량은 2018년 9만9143대에서 2019년 8만6198대로 13% 감소했다. 팰리세이드는 2019년 5만2299대 판매됐다.
국내 완성차기업이 내놓은 모델 가운데 중형과 대형SUV 수요층을 모두 공략할 수 있는 차량이 없다는 점도 호재로 꼽힌다.
기아차의 소형SUV ‘셀토스’도 넉넉한 몸집을 앞세워 소형과 준중형SUV 수요를 모두 흡수하는 ‘특수한 시장 지위’를 누렸는데 이 덕분에 소형SUV 양대강자로 꼽히던 현대자동차 ‘코나’와 쌍용자동차 ‘티볼리’를 모두 물리칠 수 있었다.
기아차는 올해 새 쏘렌토의 국내 판매량 목표를 6만2천 대로 잡았다. 2019년 쏘렌토 판매량보다 18.4% 높은 수치다.
쏘렌토 판매량은 2018년 6만7200대에서 2019년 5만2325대로 22.1% 감소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차화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