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자금 조성 등 혐의로 검찰 수사가 진행중인 조성래 효성그룹 회장 일가가 금융계열사에서 마구잡이 차명대출로 재테크한 사실이 드러나 향후 재판 과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설상가상의 형국이라는 분석이 뒤따르고 있다.

조 회장은 지난해 1225일 호흡이 가빠지고 맥박이 불규칙해지는 발작성 심방세동이 발생해 서울대병원에 입원한 상태다. 이에 앞서 검찰은 지난해 1213일 횡령, 배임 등 혐의로 조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으나 법원은 이를 곧바로 기각했다. 조 회장은 서울대병원 일반특실에 입원한 것으로 전해졌다.
 
  조석래, 차명대출 재판 영향줄까 전전긍긍  
▲ 조석래 효성그룹 회장이 검찰에 출두하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300억 차명 대출로 주식투자, 부동산 매입
 
금융감독원은 지난해 실시한 효성그룹 계열사 효성캐피탈에 대한 특별검사 결과 300억원에 육박하는 규모의 차명 대출이 조 회장 일가로 흘러간 사실을 밝혀냈다. 금감원은 조회장 일가에 대한 수십억원대의 차명 대출 의혹이 제기되자 검사에 나섰다. 대출 과정을 추적한 결과 실제 차명 대출 금액이 당초 예상보다 큰 규모로 불어났다.
 
차명 계좌는 임원 명의 등으로 확인됐다. 대출금은 조 회장의 아들 조현준 효성 사장, 조현상 효성 부사장 등 대주주 가족에게 전달됐다. 효성그룹에서 상하 관계에 있는 임원의 이름을 빌려 금융계열사인 효성캐피탈을 개인 금고처럼 사용한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차명 대출금의 용도는 주식투자 및 부동산 매입 등 순전히 개인적 재테크에 사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차명 대출금은 수시로 입출금되는 등 빈번한 거래가 이뤄졌다. 검찰은 금감원이 밝혀낸 차명대출금이 비자금 조성 등을 위한 자금 세탁에 사용됐을 것으로 보고 자금 흐름을 면밀하게 컴토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조 회장 일가에 대한 검찰 수사와 연이은 재판 이전에 효성캐피탈은 금융당국의 제재를 받을 전망이다. 금감원은 일단 자금의 용도를 제대로 확인하지 않은 채 대출이 이뤄진 책임을 물어 담당 실무자와 기관을 징계할 예정이다. 그러나 합의한 차명 대출 자체는 현행법상 처벌할 수 없어 조 회장 일가에 대한 직접적인 제재는 금융 당국과 무관하다.
 
  조석래, 차명대출 재판 영향줄까 전전긍긍  
▲ 왼쪽부터 조현준 효성 사장, 조현상 효성 부사장
불구속 기소 이후 재판에 어떤 영향?
 
검찰은 조 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재청구하지 않고 오는 20일을 전후로 불구속기소할 방침이다.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는 조회장에 대해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횡령, 배임 및 특정범죄 가중처벌법상 조세포탈 혐의로 불구속기소하기로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비자금 조성 의혹과 관련 횡령, 배임 금액은 800억원대로 전해졌다.
 
검찰은 조 회장이 회사자금 횡령을 통한 비자금 조성을 주도적으로 지시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또 금감원이 확인한 효성캐피탈의 차명대출금도 비자금 조성에 사용됐는지 여부를 확인중이다.
 
조 회장 등 효성그룹 일가는 지난 1996년 홍콩에 특수목적법인(SPC)를 설립한 뒤 외국인투자자를 가장해 화학섬유 제조업체인 카프로의 주식을 매입했다. 투자금은 효성물산 싱가포르법인을 통해 외국계 은행으로부터 빌린 200억원으로 충당했다.
 
효성은 또 2006년 부실자산을 숨기기 위해 3500억원대 분식 회계를 했다고 자진 신고하면서 싱가포르법인을 통해 빌린 대출금을 손실처리해 홍콩 SPC의 투자원금과 수익을 모두 빼돌린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이같은 방식으로 조 회장 일가가 비자금으로 조성했거나 회사에 손해를 끼친 액수가 모두 800억원을 넘어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탈세 혐의의 경우 효성이 탈루 혐의를 인정하고 세금을 납부했던 점으로 미뤄 횡령, 배임 혐의가 중요하다고 보고 이에 대한 입증에 주력하고 있다. 또 차명 대출금의 자금 흐름에 관해서도 향후 재판에 활용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추적을 벌이고 있다.
 
고위층이..’, 괘씸죄 더해질 가능성도 

지난해 1213일 조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하기 직전 검찰은 서울중앙지검 산하 부장검사들로 구성된 수사협의회에서 수차례에 걸친 논의를 거쳤다.


신중에 신중을 기한 모습이다. 검찰은 이를 통해 조 회장이 범행을 주도했다고 판단했다. 법원은 그러나 주요 범죄 혐의에 관한 소명 정도, 피의자의 연령과 병력 등을 감안하면 구속의 필요성이나 상당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며 조 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영장 기각을 전후해 효성그룹 일가에 대한 검찰 수사가 예상보다 지지부진한 것의 원인으로 정치권 고위층 개입 의혹이 법조계 주변에서 일었다. 구속영장이 기각되자 검찰은 올 게 왔다는 반응마저 내비쳤다.
 
조 회장은 이명박 전 대통령의 사돈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으로 재직중이던 2009년 박정희기념재단이 주도한 박정희기념관 설립 모금 사업에 참여해 400억원을 넘어서는 자금을 모으기도 했다.
 
실제 박정희기념관이 개관한 이후인 지난해 6월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이 박정희기념재단 초대 이사장으로 취임했다. 이같은 연관성을 기초로 정치권이 조 회장의 구속 수사를 반대하고 있다는 얘기가 흘러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