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쿠압력밥솥으로 유명한 구자신 쿠쿠전자 회장이 '꿩 먹고 알 먹고'식 행적을 보였다. 일감 몰아주기로 두 아들이 보유한 회사를 키운 뒤 합병하는 방법으로 절세와 경영권 승계를 함께 해결했다는 지적이다. 구 회장은 최근 합병한 회사의 기업공개 절차에 들어가 경영권 승계를 매듭지으려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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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자진 쿠쿠전자 회장
2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쿠쿠전자는 지난 18일 한국거래소 유가증권시장본부에 상장예비심사 청구서를 제출했다. 본격적으로 기업공개 절차에 들어간 것이다. 이를 놓고 구 회장이 기업공개를 통해 2012년 말 쿠쿠전자가 쿠쿠홈시스와 합병해 얻은 자사주 16.84%를 안정적으로 처분할 것이라는 추측이 나왔다. 그동안 추진했던 경영권 물려주기 작업을 끝내려 한다는 분석이다.

구 회장은 애초 쿠쿠전자와 쿠쿠홈시스를 경영하고 있었다. 쿠쿠전자가 만든 전기밥솥을 쿠쿠홈시스를 통해 유통하는 식이다. 그는 2006년 11월 장남 구본학씨에게 쿠쿠홈시스 대표이사를 넘기고 회장으로 물러났다. 그해 기준으로 구본학 대표이사와 차남 구본진씨는 쿠쿠홈시스 지분을 각각 53%, 47% 보유했다.

쿠쿠전자는 ‘쿠쿠’ 브랜드를 앞세워 좋은 실적을 거뒀다. 2010년 약 3800억 원이었던 연 매출은 지난해 5087억 원까지 급증했다. 영업이익도 692억 원으로 2012년에 비해 30%포인트 이상 늘어났다. 국내 밥솥 시장 점유율 65%로 1위를 지킨 덕이다. 2010년 진출한 정수기 시장에서도 3년 만에 50만 대를 팔며 좋은 실적을 거뒀다.

쿠쿠홈시스도 쿠쿠전자의 일감 몰아주기 덕분에 2011년 3700억 원의 매출을 거두며 성장했다. 또 쿠쿠홈시스는 쿠쿠전자의 지분을 계속 사들였다. 이에 따라 2001년 27.09%였던 쿠쿠홈시스의 쿠쿠전자에 대한 지분율은 2008년 44.86%까지 높아졌다.

쿠쿠전자와 쿠쿠홈시스는 2012년 12월 합병하면서 통합법인이 됐다. 쿠쿠전자에 대한 구 회장의 지분은 이전 24.84%에서 9.32%로 줄어들었고 두 아들의 지분은 각각 33.10%와 29.36%로 높아졌다.

이 합병을 두고 업계 관계자들은 구 회장이 경영권을 물려주면서 상속세를 줄이기 위해 쿠쿠홈시스를 키워 합친 것이 아니냐는 의문을 제기했다. 한 증권 전문가는 당시 “쿠쿠홈시스 설립부터 일감 몰아주기를 통한 성장과 합병이 실행됐다”며 “일련의 과정을 보면 치밀하게 짜인 시나리오에 따라 경영권 승계 작업이 이뤄진 것 같다”고 분석했다.

이번 쿠쿠전자 기업공개도 경영권 승계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보는 시각이 많다. 쿠쿠홈시스가 보유하던 쿠쿠전자 지분은 통합법인 출범으로 자사주가 됐다. 이를 기업공개 과정에서 일반 투자자에게 공개 매각하는 방법으로 자사주를 처리하려 한다는 관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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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본학 쿠쿠전자 사장
쿠쿠전자는 올해 상반기 기업공개 시장에서 가장 주목받는 기업이다. 시가 총액만 9천억 원이 넘을 것으로 증권 전문가들은 예상한다. 전문가들은 쿠쿠전자가 일반인 공개매각과 신주발행을 합쳐 20~30% 선에서 주식을 공모할 것으로 예상한다. 쿠쿠전자는 이를 통해 최소 1800억 원에서 최대 2700억 원을 조달할 수 있을 것으로 예측된다.

구 회장은 기업공개로 확보한 자금을 해외시장용 생산설비 구축이나 동양매직 인수에 쓸 것으로 분석된다. 쿠쿠전자는 동양매직 인수전에 뛰어든 상태다. 동양매직 예상 인수가는 2000억 원 가량이다.

구 회장은 그동안 폐쇄적으로 쿠쿠전자를 운영했다는 지적이 많다. 쿠쿠전자 이사회 구성원은 구 회장과 두 아들이다. 이사회를 감시하는 감사도 구 회장의 친척이 맡고 있다. 오너 영향력 견제와 투명경영 보장이 힘들다는 평가를 받는다.

구 회장 일가의 고액배당 논란도 끊이지 않았다. 쿠쿠전자는 2012년 당기순이익 231억 원 중 30%가 넘는 73억6000만 원을 주주 배당금으로 지급했다. 구 회장과 두 아들의 지분을 합치면 전체 중 73%를 차지한다. 이들 일가는 그해 약 53억 원을 배당받은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