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나항공이 8월에 열리는 한국-UAE 항공회담을 우려 섞인 시선으로 주시하고 있다. 

30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8월 열릴 것으로 예상되는 한국과 UAE의 항공회담에서 UAE는 한국에 인천~아부다비, 인천~두바이 노선을 각각 주 7회씩 증편하는 방안을 요구할 것으로 알려졌다.
 
아시아나항공, 중동 노선 늘어 유럽 직항노선 수요 뺏길까 '불안'

▲ 한창수 아시아나항공 대표이사 사장.


현재 한국과 UAE를 잇는 노선은 UAE의 에미레이트항공과 에티하드항공이 각각 주 7회, 대한항공이 왕복 7회 운항하고 있다.

만약 UAE가 요구하는 사항들을 우리나라 항공당국이 수용한다면 두바이와 아부다비로 향하는 UAE 항공사의 항공편은 매일 두 차례씩 운항하게 된다.

항공업계에서는 중동 항공사들의 인천~중동 노선이 늘어나면 국적 항공사들의 유럽 직항노선이 타격을 입을 수 있다고 예상하고 있다.

기존에 직항 노선을 통해 유럽을 여행하던 승객들이 저렴한 중동-유럽 환승노선을 선택할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항공권 검색 사이트 스카이스캐너에 따르면 인천에서 파리로 향하는 항공권 가운데 UAE의 아부다비국제공항이나 두바이국제공항을 경유하는 항공권은 편도 기준 60만 원대에 예매할 수 있다. 80만 원 대인 대한항공이나 아시아나항공 직항 항공권보다 20만 원 정도 저렴하다. 

특히 최근 중동 항공사들이 정부의 지원을 받아 저가정책을 지속하고 있는 만큼 만약 한국과 중동을 잇는 노선에 취항하는 중동 항공사들이 늘어난다면 환승 항공권은 현재보다 더 저렴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 항공산업연대는 29일 청와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중동 항공사들은 정부의 보조를 받으며 물량공세, 저가공세로 하늘길을 위협하고 있다”며 “중동 항공사의 한국 취항이 늘어나 한국 항공사들의 유럽 직항 수요가 감소하면 항공노동자들의 고용불안도 증가할 수 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항공업계의 한 관계자는 “국내에서 두바이 등 중동으로 향하는 여객 수요의 70~80%는 유럽여행을 가기 위한 환승 수요”라며 “중동 항공편이 증편되고 정부의 대규모 지원을 받고 있는 중동 항공사들이 저가정책을 펼친다면 국내에서 유럽 직항노선을 운항하고 있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에게 피해가 갈 수 있다”고 말했다. 

항공업계는 미주 노선에 주력하고 있는 대한항공보다 아시아나항공이 받게 될 타격이 클 것으로 예상한다.  

아시아나항공은 단거리 노선에 주력하는 저비용항공사(LCC)들의 성장에 대응하기 위해 지난해부터 장거리 노선 개발에 공을 들여왔다. 2019년 1분기 각 항공사들의 IR자료 기준 아시아나항공의 단거리 노선(중국+일본+동남아) 여객 매출 비중은 53%로 대한항공(49%)보다 높다.

아시아나항공은 장거리 노선을 확장하면서 대한항공이 델타항공과 조인트벤처(JV)를 통해 비교우위를 보이고 있는 미국 노선보다는 유럽 노선 확장에 집중했다. 

아시아나항공은 지난해 이탈리아 베네치아, 스페인 바르셀로나 등 두 개의 유럽 도시에 직항편을 신규 취항했다. 지난해 여름에는 노르웨이 오슬로 노선 부정기편을 한시적으로 운영했고 11월에는 스페인 부엘링항공과 공동운항(코드셰어) 등 협력을 위한 파트너십 협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아시아나항공은 올해 프랑스 파리 노선 증편도 노리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인천과 파리를 잇는 항공노선을 주 2회 증편하기로 올해 3월 합의했다. 국토교통부는 운수권 확대시점을 2020년 동계 시즌부터로 보고 있다. 

아시아나항공은 현재 인천~파리 노선을 주 5회 운항하고 있는데 이 운수권을 배분받아 인천~파리 노선을 주 7회로 운항할 계획도 세우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시아나항공은 현재 독일 프랑크푸르트, 영국 런던, 프랑스 파리, 터키 이스탄불, 이탈리아 로마, 베네치아, 스페인 바르셀로나 등 7개의 유럽 직항노선을 운항하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윤휘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