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례시' 요청하는 지자체들 너무 많아 '산으로 갈' 지경

▲ 충청남도 천안시의원들이 27일 본회의장에서 ‘50만 이상 지방 대도시 특례시 지정’ 촉구 결의문 채택하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천안시의회>

행정수요 100만 명을 내세우는 청주시, 전주시, 성남시와 비수도권 인구 50만 명을 기준으로 삼자는 천안시, 포항시 등 전국 지방자치단체들이 '특례시' 지정을 위해 뛰고 있다.

정부는 광역시가 아닌 인구 100만 명 이상의 도시를 특례시로 지정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는데 인구 50만 명 이상의 도시들이 특례시 지정에 뛰어들면서 셈법이 복잡해졌다.

28일 정치권에 따르면 국회 행정안전위원회가 최근 특례시와 관련한 정부의 지방자치법 전부개정안을 법안심사 소위원회로 넘기면서 특례시 지정을 위한 논의가 본격화 됐다.

현재 한국의 지방행정체계는 서울특별시, 제주특별자치도, 세종특별자치시 등 특별시도와  경기도, 부산 등 광역시도 및 시군으로 이뤄져 있다. 여기에 새롭게 특례시를 지정하는 법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지방차지법 전부개정안 194조에 따르면 특례시는 인구 100만 명이 넘는 도시에 행정과 재정 자치권한을 부여하는 새로운 지방자치단체 형태다.

현재 광역시가 아닌 인구 100만 명 이상의 시는 경기도의 수원시, 용인시, 고양시와 경상남도의 창원시가 있다.

특례시는 광역자치단체의 승인을 받아 발행하던 지방채를 시의회의 승인만 받고도 발행할 수 있다. 지역 발전을 위한 사업에 필요한 재원을 자율적으로 확보할 수 있는 것이다.

택지개발지구 지정, 도시재정비 촉진지구 지정 등의 권한도 지닌다. 현재 이 권한은 광역자치단체가 들고 있다.

지역의 ‘싱크탱크’ 역할을 하는 지방연구원도 설립할 수 있다.

행정조직 역시 커진다. 현재 1명씩인 부시장과 3급 간부가 각각 2명, 3명으로 늘게 된다.

그런데 일부 지방자치단체에서 인구 100만 명이 아니라 실질적 행정수요 인구 100만 명을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고 주장하기 시작했다. 청주시, 전주시, 성남시 등은 실질적 행정수요가 인구 100만 명의 도시에 해당한다며 특례시 지정을 추진했다.

행정수요는 주간 인구, 사업체 수, 법정민원 수 등을 고려해 산출된다.

정동영 민주평화당 대표(전주시병)와 김병관 더불어민주당 의원(성남시분당구갑) 등은 '인구 50만 명 이상, 행정수요 100만 명 이상의 도시와 도내 광역시가 없는 도청소재지'를 특례시에 포함하는 내용을 담은 지방자치법 일부개정안을 발의했다.

청주시는 사업체 수와 법정 민원 수가 인구 100만 명의 도시와 비슷하거나 많다는 점을 들었다.

청주에 있는 사업체 수는 5만9천여 곳으로 경기도 용인시 4만8천여 곳보다 많고 고양시 6만3천여 곳과 비슷하다. 청주에서 연간 처리되는 법정 민원건수도 148만4천여 건으로 고양시에서 연간 처리되는 135만7천여 건보다 많다.

전주시는 1일 생활인구가 100만 명이 넘고 의사 결정하는 공공기관 수가 광역시를 제외한 기초단체 가운데 가장 많다는 점을 내세웠다.

성남시는 등록된 인구는 94만여 명이지만 실질적 행정수요는 140만 명에 이른다고 주장했다.

이창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수석전문위원은 지방자치법 개정안 검토보고서에서 “인구 규모 이외에 주간 인구 수, 사업체 수, 법정 민원 수, 행정수요, 도청소재지 여부 등을 고려하는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여기에 또다른 변수가 등장했다.

박완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천안시을)은 11일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특례시 인구기준을 다르게 적용해 비수도권의 인구 50만 명 이상의 도시를 특례시로 지정하는 법안을 대표 발의했다.

천안시의회는 27일 임시회 1차 본회의에서 ‘50만 이상 지방대도시 특례시 지정 촉구 결의문’을 채택하고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특례시 지정기준의 차등적용을 정부와 국회에 요청했다.

박 의원이 제안한 법률안에 따라 특례시가 지정되면 천안을 비롯해 경상남도 김해시와 경상북도 포항시가 포함된다.

천안시 등이 특례시 지정에 나섬에 따라 인구가 50만 명 이상인 경기도 부천시, 화성시, 남양주시, 안산시 등도 특례시 지정을 요구할 가능성까지 제기됐다.

전국의 지자체들이 특례시 지정에 목소리를 높여 특례시 지정 확대에 힘이 실릴 것이라는 시각도 있지만 오히려 역효과가 나올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특례시가 너무 많아지는 것을 우려해 인구 100만 명 이상의 도시만 특례시로 지정하는 정부 원안이 채택될 수 있다는 것이다.

행정안전부는 전국 시장군수구청창협의회에서 특례시 기준을 완화해 달라는 것 등 지자체들의 요구가 지나치게 많이 나오자 인구 100만 명 기준의 원안을 유지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고 있지만 지자체와 지역 국회의원들의 목소리가 높아 난처해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남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