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붉은 수돗물 사태로
박남춘 시장을 대상으로 주민소환을 추진하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취임 1년 만에 시정을 이끌어 갈 리더십이 뿌리째 흔들리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27일 인천지역 관계자에 따르면 인천시민들이 붉은 수돗물 사태의 책임을 물어 박 시장의 주민소환 추진을 검토하고 있다.
김민식 영종국제도시총연합회 부회장은 “청라국제도시총연합회와 함께 박 시장의 주민소환 추진을 협의하고 있다”며 “구체적 시기를 살피고 결론이 나오는 대로 서명운동에 나설 것”라고 설명했다.
주민소환은 주민들이 지방자치체제의 행정처분이나 결정에 심각한 문제점이 있다고 판단할 때 단체장을 통제할 수 있는 제도다.
일정한 절차를 거쳐 해당 지역의 단체장이나 지방의회 의원을 불러 문제사안의 설명을 들은 뒤 투표를 통해 단체장을 제재할 수 있다.
광역시장을 주민소환하려면 투표권자 10%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 10% 이상 서명을 받아 주민소환투표가 실시되고 투표권자 3분의 1 이상이 투표해 과반수가 찬성하면 시장은 직무를 상실한다.
박 시장을 주민소환하려면 24만5천여 명의 동의가 필요하다.
박 시장은 붉은 수돗물 사태가 발생한 뒤 직무유기 혐의로 고발돼 경찰조사를 받아야 하는 상황에서 주민소환까지 추진되면서 취임 1주년을 앞두고 궁지에 몰리고 있다.
주민소환이 거론되면서 남은 임기 동안 시정을 이끌어갈 리더십을 상실할 수도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한국에서 주민소환으로 자치단체장이 직위를 상실한 사례는 아직 없다.
2007년 12월12일 경기도 하남시에서 김황식 당시 하남시장이 주민들의 동의를 얻지 않고 광역 화장장시설 유치를 발표했다는 이유로 주민소환 투표가 실시됐다. 투표율 31.3%로 법률에 정해진 최저 투표율 33.3%에 미달돼 주민소환이 무산됐다.
2009년 8월6일 해군기지 건설과 관련해 김태환 당시 제주도지사의 주민소환투표가 실시됐지만 역시 투표율이 11%에 그쳤다.
2016년 무상급식 지원중단의 책임 물어 홍준표 당시 경남도지사의 주민소환이 추진됐지만 서명자 수가 부족해 투표가 이뤄지지 않았다.
박 시장의 주민소환을 위해서는 24만여 명의 동의가 필요한 만큼 실제로 이뤄지는 것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아 보인다.
하지만 주민소환을 추진하는 목소리가 나왔다는 점에서 시민들에게 신뢰를 잃은 시장이라는 꼬리표가 붙을 수도 있다.
이 때문에 박 시장으로서는 주민들의 신뢰를 회복하는 것이 더욱 시급해졌다.
인천시 관계자는 “수돗물을 빨리 정상화해 주민들의 불편을 해소하는 것이 먼저다”며 “주민소환과 관련해 현재로서는 이야기할 것이 없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남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