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사회  사회

서울대와 성신여대에서 교수의 성추행 '솜방망이 징계'에 학생들 반발

백승진 기자 bsj@businesspost.co.kr 2019-06-25  15:3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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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이 연이은 교수의 제자 성추행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최근 서울대 A교수가 제자 강제추행 혐의로 고소당하기도 했고 성추행 의혹을 받는 성신여대 B교수의 재임용에 성신여대 학생 700여 명이 항의행진에 나서기도 했다.
 
서울대와 성신여대에서 교수의 성추행 '솜방망이 징계'에 학생들 반발

▲ 성신여대 학생들이 6일 서울 성북구 돈암동 캠퍼스에서 '권력형 성범죄 가해 교수 규탄' 집회를 한 뒤 학교 밖으로 행진하고 있다. <연합뉴스> 


두 교수 모두 대학 자체 징계위원회로부터 징계를 받았지만 학생들은 “피해학생의 입장에서 이들 교수에게 내려진 징계는 지나치게 가볍다"며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25일 교육계에 따르면 학내 성추행 문제가 근절되지 않고 있어 가해자 징계 과정에 피해학생의 목소리를 충분히 담고 학생들을 보호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시급히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교육계 관계자는 “성추행 문제는 무엇보다 피해자의 의견을 충분히 들어야 한다”며 “피해학생의 목소리가 배제된 징계는 피해학생의 입장에서 당연히 부족해 보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서울대 A교수는 2017년 6월 학회 참석차 방문한 스페인에서 카페에 앉아있던 피해자 김씨의 치마를 들쳐 올려 허벅지 안쪽 흉터를 손으로 만진 의혹을 받고 있다. 또 김씨는 A교수가 팔을 잡아 억지로 팔짱을 끼웠다고 주장했다. 

김씨는 2018년 7월 서울대 인권센터에 이런 피해를 알렸지만 A교수는 3개월 정직을 받은 뒤 서울대 교단으로 돌아왔다.

성신여대 B교수는 2018년 4~5월 학생들의 얼굴을 쓰다듬고 손깍지를 끼거나 등을 쓰다듬는 등 학생들을 성추행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교원징계위원회는 증거가 부족하다며 B교수에게 ‘구두경고’라는 징계를 내리고 교원으로 재임용했다. 더구나 성신여대는 피해학생에게 B교수의 재임용 사실을 알리지 않고 피해학생과 B교수를 학과 정시 실기시험장에 함께 배치한 것으로 알려졌다.

피해학생의 목소리를 충분히 듣지 않은 채 성추행 징계가 이뤄지자 학생들은 “교원징계위원회에 학생 참여를 보장하고 교원징계 결과가 도출된 근거를 제시하라”고 요청하고 있다.

학교 측은 “성추행 문제 해결을 위해 사립학교법에 따라 교원징계위원회를 구성했고 적법한 절차에 따라 징계수위를 결정했다”며 “적법하게 진행했는데 학생들이 반발하고 있으니 난처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사립학교법에 따르면 학교 측의 주장이 잘못된 것은 아니다.

사립학교법 제62조에는 교원징계위원회 위원 자격이 명시돼 있다. 

학교의 교원 또는 학교법인의 이사와 법관, 검사 또는 변호사로 5년 이상 근무한 경력이 있는 사람, 대학에서 법학, 행정학 또는 교육학을 담당는 조교수 이상으로 재직하고 있는 사람, 공무원으로 20년 이상 근속하고 퇴직한 사람, 교육이나 교육행정에 대한 전문지식과 경험이 풍부하다고 인정되는 사람이다.

또한 사립학교법 제66조의5에는 “교원징계위원회에 참석한 사람은 직무상 알게 된 비밀을 누설해서는 안된다”는 비밀누설의 금지 조항이 명시돼있다.

교육과 법에 정통하지 않은 학생이 징계위원회에 참여하게 되면 ‘감정’에 따른 징계를 결정할 수 있으며 정보공개에 따라 교원의 개인정보가 지나치게 노출될 수 있음을 경계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학생들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고 교육부에서도 B교수 추가조사를 결정한 만큼 대학도 문제해결 과정에 ‘피해학생의 목소리를 충분히 반영하기 위한 대책마련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특히 피해자가 명확히 존재하는 학내 성추행 문제에는 징계위원회가 사안을 정확하고 공정하게 평가할 수 있게끔 학교가 피해학생의 의견을 충분히 들을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교육부 양성평등정책담당관은 "교육부도 현재 법령 아래서 피해학생이 목소리를 충분히 낼 수 없다는 문제점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지만 이런 부분들이 법과 연결돼 있어 난처한 입장"이라고 말했다.

그는 “사립학교법에 따라 징계위원회의 학생참여가 불가능하다면 각 대학은 사전 청문회 등을 통해 피해학생과 가해교원의 이야기를 징계위원회가 충분히 듣고 반영할 수 있게 만드는 제도를 공식적으로 갖춰져야 할 것”이라며 “이것도 강제하는 것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빠른 법령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학생들의 반발이 커지자 서울대는 학생회에 “성윤리위원회에 학생의 일정부분 참여를 보장할 것”이라고 약속하기도 했다. 그러나 서울대 학생회 관계자는 “성윤리위원회만으로는 피해학생의 목소리를 징계위원회에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힘들다”고 주장했다.

징계위원회에 학생을 포함하는 사안과 관련해 노웅래 의원이 2018년 1월 발의한 사립학교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계류하고 있다. 그러나 유치원법 등 산적한 교육현안들로 후순위로 미뤄진 것으로 보인다.

한국성폭력상담소 관계자는 “학교는 ‘적법하다’를 내세워 성추행 문제에 뒷짐을 지고 있을 것이 아니라 어떻게 피해학생들의 목소리를 최대한 반영할 수 있을지를 고민해야 한다”며 “주먹구구식 징계는 피해학생들에게 2차 피해를 입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백승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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