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석 삼성증권 사장이 대규모 구조조정에 나섰다. 전체 임원 중 약 20%를 줄이고 3년 차 이상 직원에게 희망퇴직 신청을 받을 예정이다. 규모를 줄여 부진한 실적에 대처하기 위해서다. 삼성생명에 뒤이은 구조조정이다.  

  김석, 삼성증권 구조조정 칼 빼들어  
▲ 김석 삼성증권 사장

김 사장은 삼성증권 인력 구조조정을 골자로 한 경영효율화 방안을 11일 발표했다. 효율을 높이기 위해 부사장 2명을 포함한 임원 5명을 보직 변경하고 1명은 관계사로 전출한다.

지난해에 이어 임원 수를 또 줄인 셈이다. 금융투자협회의 11일 발표에 따르면 2012년 말 43명이던 삼성증권 임원 수는 지난해 36명으로 줄었다. 이번에 6명이 감축되면서 전체 임원 수는 30명까지 떨어졌다.


또 3년 넘게 근무한 직원을 대상으로 오는 14일부터 희망퇴직 신청을 받는다. 증권 관계자들은 약 300~500명 가량이 희망퇴직을 신청할 것으로 보고 있다. 직급별 퇴직금은 각각 부장급 최대 2억6천만 원, 차장급 2억2천만 원, 과장급 1억9천만 원으로 알려졌다.


김 사장은 이번 구조조정의 배경으로 어려운 시장환경으로 증권업이 점차 저성장·저수익 산업이 되어가고 있다는 점을 들었다. 그는 "현재와 같은 상황이 계속될 경우 적자를 넘어 회사 자체의 존립이 위협받는 절체절명의 위기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며 "회사의 미래와 비전 달성을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말했다.


삼성증권의 실적은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 2012년 삼성증권은 영업이익 2375억 원에 당기순이익 1807억 원을 기록했다. 그러나 지난해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이 각각 387억 원과 240억 원으로 크게 악화했다.


이번 구조조정의 원인 중 하나는 고객들이 영업지점을 직접 찾는 대신 모바일과 인터넷으로 주식거래를 하는 것이다. 김 사장은 “고객의 거래 형태가 온라인과 모바일로 변화하고 있다”며 “점포와 인력 운영 면에서 새로운 개념의 영업전략이 절실하다”고 밝혔다.


온라인과 모바일을 통한 증권 거래 비중은 점점 커지고 있다. 한국거래소는 지난 2월 모바일거래시스템(MTS)을 통한 유가증권 거래 금액이 28조2827억 원을 기록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에 따라 김 사장은 점포 체계도 전면 개편하기로 했다. 각 지점 간 인접성을 고려해 전체 수와 면적을 줄인다. 대신 대형지점을 중심으로 지원을 집중한다.


더불어 직원 중 희망자를 받아 투자권유대행인으로 신분을 전환한다. 투자권유대행인은 삼성증권 지점 등에서 고객에게 투자를 권유하고 그에 따른 수수료를 받는 계약직을 가리킨다.  회사는 사무공간을 제공하고 고객기반 등 다양한 방법으로 지원한다.


임원 관련 비용도 대폭 줄어든다. 전체 경비 중 35%를 삭감하고 해외출장을 갈 때도 이코노미석 탑승을 의무화하는 등 먼저 비용절감에 나선다.


김 사장은 지금까지 몇 번의 삼성증권 인력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경영악화가 진행되던 지난해 6월 100여  명의 직원을 계열사로 전환배치했다. 2011년 말에도 직원 100명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진행했다.


증권 전문가들은 김 사장의 구조조정이 다른 회사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있다. 한 관계자는 “지난해 국내 62개 증권사의 당기순이익 총합이 처음으로 마이너스를 기록했다”며 “올해도 증권사별로 구조조정 여파가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삼성생명도 임원을 줄이고 조직을 축소하는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지난 10일 삼성생명은 상무급 임원 3명을 삼성전자와 삼성화재 및 자회사인 삼성생명서비스로 전출했다. 전무 4명, 상무 8명 등 12명의 임원도 보직에서 제외했다. 더불어 계리팀과 리스크관리(RM)을 합치고 경리팀과 IR팀도 재경팀으로 통합하는 등 조직을 축소개편했다. 이에 따라 삼성생명 본사 직원 중 약 25%가 줄어들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