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국영 자동차회사인 동펑(东风)자동차와 디이(第一) 자동차 수장이 교체되면서 합병을 염두에 둔 조처가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됐다.
하지만 수장 교체는 단순히 반부패 개혁 정책의 일환일 뿐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중국 2, 3위 자동차업체인 두 기업이 합병하게 되면 1위인 상하이자동차를 제치고 중국 자동차 1위 업체로 거듭나게 된다.
또 글로벌 자동차 시장에서도 단번에 6위 업체로 등극하게 된다. 이렇게 되면 글로벌 5위 업체인 현대기아차도 영향을 받게 된다.
◆ 합병효과 의문, 가능성 낮아
11일 중국매체 국제상보는 디이자동차와 동펑자동차의 합병은 수장 교체에 생겨난 소문일 뿐 현실성 없는 이야기라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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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옌펑 동펑 자동차 신임 회장 |
중국의 유명 자동차 평론가인 리안딩은 “두 회사의 합병은 자동차업계에 대한 이해가 떨어지는 매체들이 사람들의 관심을 끌어 모으기 위해 하는 이야기”라고 비판했다.
국제상보는 또 증권계 인사의 말을 통해 합병설로 증권시장에서 이득을 보기위한 투기세력들이 합병설을 퍼뜨렸을 가능성도 크다고 말했다. 실제로 합병설이 나온 지난 4일 양사 주식은 각각 10%가까이 뛰어올랐다.
이에 앞서 동펑자동차 역시 합병에 대한 어떠한 정보도 받지 못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두 회사의 합병 가능성을 점치는 보도는 계속 나오고 있다.
전문가들은 두 회사의 합병이 가져올 실익이 거의 없기 때문에 합병 가능성이 낮다고 전망한다.
리안딩은 “오래된 국영기업인 둥펑자동차와 디이자동차를 합병한다고 해서 무슨 혁신이 생겨나겠냐”며 “게다가 두 기업 모두 외국기업과 합작으로 몸을 불린 만큼 자기 브랜드 경쟁력은 떨어지기 때문에 합병해도 실익이 없다”고 분석했다.
둥펑자동차는 현대자동차, 혼다, 닛산, 푸조-시트로엥그룹(PSA), 르노와 합작사를 세웠다. 지난해 12월 계약한 르노와 합작회사를 빼면 4개 합작사는 둥펑자동차그룹 연간 판매량의 90%를 차지한다.
디이자동차도 마찬가지다. 폴크스바겐, 토요타 등과 합작사를 제외하면 자체 브랜드 자동차의 판매량은 크지 않다. 디이자동차가 거액의 연구개발비를 들여 만들어낸 홍치는 지난해 2천여 대 가량 팔리는 데 그쳤다.
업계 관계자들은 동펑자동차 등이 브랜드 경쟁력을 갖추려면 외국기업들과 합작으로 기술력 향상 등의 효과가 난다해도 3~5년은 소요될 것으로 보고 있다.
◆ 둥펑과 디이, 수장교체로 분위기 쇄신
두 기업의 합병에 대해서는 말들이 많지만 수장의 교체로 두 기업 모두 분위기가 쇄신될 것이란 점은 분명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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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쉬핑 전 동펑 자동차 회장 |
둥펑자동차의 런용 부사장과 디이자동차의 쉬지엔이 회장은 각각 비리 혐의로 구속되거나 조사를 받고 있다.
중국정부는 자동차 사업에 대한 이해도가 높으면서도 회사의 인맥이나 파벌과 무관한 인사를 수장에 앉혀 자연스럽게 두 회사의 개혁을 추진하려는 의지를 보였다.
지난 6일 중국 동펑자동차 회장에 주옌펑 지린성 공산당 부서기가 임명됐다. 그는 디이자동차에서 24년 동안 근무해 잔뼈가 굵은 인물이다.
주옌펑 회장은 이치자동차 회장에 재직할 당시 1998년 하이마자동차를 인수했고, 2002년에는 톈진자동차도 인수하는 등 인수합병 경험이 많은 인물로 알려졌다.
쉬핑 동펑자동차 회장은 30년 동안 몸담았던 동펑자동차를 떠나 디이자동차 회장으로 자리를 옮길 것으로 전망된다. 쉬핑 회장은 둥펑자동차에서 기술 국산화와 토종 브랜드 육성에 힘을 쏟아왔다. [비즈니스포스트 백설희 기자]